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내가 접한 영적(靈的) 가르침들 가운데 내 마음을 가장 많이 움직인 것 중의 하나가 레스터 레벤슨(Lester Levenson)의 ‘말씀’이었다. 그의 가르침이 국내에서 정식으로 번역․출간된 바는 없고 금년 초에 ‘트랜서핑 카페’의 어느 탁월한 회원이 A4용지로 400쪽이 넘는 분량의 원서를 번역한 것을 입수해서 읽은 적이 있는데 ‘진리’에 관한 평이(平易)하면서도 정곡(正鵠)을 찌르는 깨우침에 감명이 적지 않았다.
그 일부를 몇 차례에 걸쳐 블로그에 게재하기도 했지만 결론부분에서 우리가 ‘사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레벤슨이 권하고 있는 ‘릴리스(release)기법’1)에 대해서는 수긍은 하면서도 다소 추상적인 표현 탓으로 정작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7월 바로 레벤슨의 제자인 헤일 도킨스의 저서 ≪세도나 메서드≫2)가 발간되어서 읽어보니 그 릴리스기법이 상세하고도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 내용대로 열심히 실천하기만 하면 우리가 지향하는 ‘진정한 자유와 온전한 평화’에 다가가는데 좋은 지침이 될 듯싶다.
다만 이 번역서 또한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방대한 분량으로 ‘나무를 보다가 숲을 못 볼’ 우려도 있다고 생각되어 그 핵심내용을 내 나름대로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내가 단지 일독(一讀)을 통해 이 책의 지침을 제대로 소화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용기를 갖고 한번 요약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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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릴리스라는 개념은 정신수련에서 결코 새로운 개념은 아님을 밝혀두고자 한다. 곧 이것은 불가(佛家)에서 흔히 말하는 ‘내려놓기’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을 내려놓는가? 바로 번뇌를 내려놓는 것이다. 본서(本書)에서는 이를 ‘흘려보내기’로 번역을 하고 있는데 매우 적절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영어로도 이 표현은 ‘let go'로 표현될 수도 있고 한국어로는 ’흘려버리기‘라는 말도 자꾸 입에서 맴도는 것을 보니 너무 자구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나‘로부터 떠나보낸다는 뜻으로 새기면 무방할 듯싶다.
다음으로 릴리스 대상(對象)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책에서는 역시 다분히 서양적, 분석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법이 ‘기법’을 실천하는 데는 오히려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즉 헤일 도킨스는 우리가 ‘흘려보낼’ 9가지 감정을 제시하고 있는 바, 이는 가장 부정적인 ‘무관심’으로부터 ‘슬픔’, ‘공포’, ‘욕망’, ‘분노’, ‘자존심’을 거쳐 긍정적인 ‘용기’, ‘수용’, ‘평화’까지의 스펙트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중에서 부정적인 것만을 흘려보내고 긍정적인 것은 ‘붙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모든 감정은 호오(好惡)를 불문하고 모두 ‘에고’의 소산인 것이다. 그러니 모두 흘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참자아’가 드러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기법’의 핵심이다.
이 9가지 감정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佛家에서 이야기하는 7정(情), 희喜ㆍ노怒ㆍ애哀ㆍ낙樂(유교에서는 懼로 대신)ㆍ애愛ㆍ오惡ㆍ욕慾으로 대체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감정의 바탕에는 4가지 기본욕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욕구들을 흘려보내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한다. 이들 욕구에는 ‘인정認定욕구’, ‘통제統制욕구’, ‘안전安全욕구’, ‘분리分離욕구’ 등이 있다.
그러면 과연 이 감정과 욕구를 어떻게 ‘흘려보낼’ 수 있을까? 도킨스는 이를 위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아주 구체적인 물음(自問)을 반복하기를 권한다. 지금까지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대단한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내가 ‘명예욕’도 결국은 나 자신에 한계를 부여하는 ‘인정 욕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으니 그 ‘인정欲’을 예로 들어 기본적인 질문을 작성해보면,
1. 나는 이 감정의 근원인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그대로 허용(환영)할 수 있는가? 2. 이것을 흘려보낼 수 있을까? 3. 진정 기꺼이 흘려보내고 싶은가? 4. 언제 흘려보낼 것인가?
이러한 간단한 질문에 이어 ‘흘려보내는’ 시각화(視覺化)와 함께 마음으로부터 문제의 대상을 흘려보내라는 것이다. 얼핏 지극히 단순하여 과연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지만 적어도 약 2주간에 걸친 내 경험에 따르면 예컨대 비슷한 기도의 일종으로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반복하는 ‘호오포노포노’3) 기법보다는 뭔가 즉시 마음이 편해지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물론 사람에 따라 그 효과는 다르겠지만 세도나 메서드가 다소 막연한 ‘호오포노포노’ 보다는 구체적인 대상을 두고 ‘정화(淨化)’를 시도하는 까닭이 아닌가 한다.
특히 세도나 메서드의 장점은 부단한 자문(自問)을 통해서 문제를 자각(自覺)하게 되는 점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방향은 다소 상이하지만 체험을 창조하기 위하여 부단히 ‘생각’을 조절해나간다는 상시기도(constant prayer)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4)
끝으로 질문을 하는데 있어 유의해야 할 몇 가지 팁(Tip)을 살펴본다. 그 첫 번째는 우리가 나쁜 일을 회피하면서도 실제로 무의식(無意識)에서는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역설(逆說)에 근거하여 ‘두려움’을 흘려보낼 때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한다.
1. 내가 일어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2. 나는 그것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욕구를 흘려보낼 수 있을까?
특히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을 흘려보내고자 한다면 그 습관이 이미 과거사였을 뿐임을 표현하는 것이 요령이다. 즉,
1. 내가 어떻게 이런 습관을 가졌다고 믿었는지 기억할 수 있는가? 2. 내가 과거로부터 그것을 바꾸길 바라는가? 3. 내가 과거로부터 그것을 바꾸고 싶어 하는 욕구를 흘려보낼 수 있는가? 4. 내가 그 습관을 다시 갖게되었다고 믿으려는 욕구를 흘려보낼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소개된 내용은 홀리스틱(Holistic) 릴리징이라는 기법인데 이것은 세상만사가 상대적인 점을 전제로 양극성(兩極性)의 관점을 허용하고 아래와 같은 상반된 질문을 반복할 때, 그 상극(相剋)이 극적(劇的)으로 해소되면서 ‘자유와 현존’에 다가갈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1. 나는 지금 이 순간 최대한 불행을 느껴볼 수 있는가? 2, 나는 지금 이 순간 최대한 행복을 느껴볼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도킨스는 "문제는 없다"고 갈파한다.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과거의 기억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란다.
이는 우리가 경험한 일을 우리에게 특정한 문제가 있다는 신념을 갖고, 그 신념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무의식적으로 검열하는 경향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그대로 흘려보내라는 것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것은 ’나‘가 아닌 ’에고(ego)‘인 까닭이다.
무조건 흘려보내자. 아니 흘려버리자. 아니 또 날려버린들 어떠하랴? 내가 진정한 자유와 온전한 평화에 다가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나’를 찾을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