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몰아치는 겨울이면 따뜻한 온천이 생각난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뜨끈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지그시 눈을 감으면 지친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온천을 '지하로부터 용출되는 섭씨 25도 이상의 온수'라고 규정한다. 또 온천은 인체에 유익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사계절 관광 상품으로 인기다. 경남에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온천 명소가 있다. 멀지 않은 도내 온천에서 일상의 피로를 싹 풀어보자.
이한나 기자
국내 최고 수온 유황온천
창녕 부곡온천
창녕군 부곡온천은 국내 최고 수준인 섭씨 78도의 약알칼리성 유황온천이다. 피부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방지함은 물론, 각질을 연화시켜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도민이라면 한 번쯤 가봤을 창녕 '부곡하와이'. 물놀이장으로 유명하지만, 전국에서 수질 좋기로 소문난 온천탕 중 한 곳이다. 초대형 야외온천탕을 갖춰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신선놀음'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초기 이 지역에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우물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의 옴 환자와 나병 환자들이 떼 지어 몰려와 '문둥이샘'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런 소문이 왕실에까지 전해져 세조는 이곳에서 목욕한 뒤 피부병인 옴을 완전히 치료했다고 하니 예부터 이어온 부곡온천의 수질과 효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곡온천은 1973년 온천이 발견된 이래 1977년 국민관광지, 1981년 온천지구,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되며 온천특구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1970~80년대 국내 최대 규모 온천지로 명성을 날리며 효도여행,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던 이곳은 여전히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핫 플레이스'다. 종합휴양시설인 부곡하와이를 비롯해 온천탕이 24곳이나 밀집돼 있어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주말마다 온천특구 내 한울공원에서 족욕체험장을 무료로 운영한다.
주소 창녕군 부곡면 온천중앙로 일원
경남 최초 '보양온천' 지정
창원 마금산온천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는 마금산온천 관광단지가 있다. '북면온천'이라고도 한다.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마금산(279m) 기슭에 자리한 이 온천은 아무리 퍼 올려도 물이 마르지 않아 '신비의 샘'으로 불렸다고 한다.
마금산온천은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 옛 사료에 언급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조선 초기 마금산 계곡에서 솟아난 약수
가 각종 질환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으나 지역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면서 약수터를 매몰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도심과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고, 온천지구 내 11개의 온천장이 들어서 쉬었다 가기에 좋다. 이 가운데 '마금산 원탕관광온천'은 도내 처음, 전국에서 아홉 번째 '보양온천'으로 지정받았다. 보양온천은 온천수의 온도와 성분이 우수하고 주변 환경이 좋아 건강증진과 심신 요양에 적합하다고 행정자치부가 인정하는 온천이다. 대중탕, 가족탕, 물놀이장 등을 갖춰 부족함이 없다.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마금산 온천수는 섭씨 57도 이상의 알칼리성 식염천으로, 온천욕탕에서는 40~45도 정도의 뜨끈한 온도를 유지한다. 나트륨과 철, 칼슘, 망간 등 20여 가지 천연 미네랄을 다량 함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머티즘과 신경통, 창상, 요통, 근육통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주소 창원시 의창구 북면 천주로 1167 일원
마금산온천 둘레길 어때요?
겨울철 여행으로 '마금산온천 둘레길'을 추천한다. 마금산과 천마산을 잇는 3.5km의 둘레길은 산 정상에 올라 낙동강과 마금산온천 관광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자연경관이 우수하다.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트레킹 후 바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
물놀이와 온천을 함께 즐긴다
김해 롯데워터파크
워터파크는 여름에만 갈 수 있다고? 천만의 말씀. 온천수를 이용한 워터파크는 추워야 제맛이다. 국내 물놀이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김해 '롯데워터파크'는 사계절 이용 가능한 실내파도풀은 물론 뜨끈한 온천수 시설까지 갖춰 겨울방학 가족여행지로 제격이다.
노천탕과 히노끼탕, 아이템탕 등을 갖춘 사우나는 지하 810m에서 끌어올린 약알칼리성 염화물 광천온천수를 사용한다.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근육속 피로 물질을 배출해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크를 한눈에 조망하며 즐기는 야외 지압탕과 족욕탕도 마련돼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실내파도풀은 섭씨 30~32도 정도의 따뜻한 수온과 실내 온도를 유지해 겨울철에도 마음 놓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주소 김해시 장유로 555
도내 유일 암반해수 온천
거제도해수온천
거제에 위치한 해수온천은 도내 단 하나뿐인 염천수(암반해수) 온천이다. 염천수는 바닷물과 달리 지하 800m 암반에서 분출돼 칼슘과 마그네슘, 유황 등 무기물이 풍부하다. 섭씨 32도로 많이 높지 않은 수온이지만, 온천 입욕 후 피부에 붙은 식염이 땀의 증발을 방지해 보온 효과가 뛰어나다. 또 약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에 혈액순환과 수족냉증, 피부미용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온천수를 사용한 실내수영장과 바데풀, 헬스장을 갖췄다. 여유로운 규모의 가족탕도 있어 자녀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소 거제시 수양로 507
산행 후 온천욕이 '으뜸'
거창 가조온천
거창군 가조면에 위치한 가조온천은 지난 1987년 온천지역으로 고시됐으며, '백두산 천지온천'이 대중 온천으로 영업하고 있다.
비계산과 우두산, 오도산 등 1000m급 명산들이 주변에 있어 빼어난 절경과 산행을 즐긴 후 온천으로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여름에는 노천수영도 즐길 수 있다.
섭씨 26.5도 강알칼리성 온천으로 유난히 매끄러운 수질을 자랑한다. 하루 5000톤 정도 퍼 올릴 수 있는 온천수에는 나트륨, 유황, 불소, 아연 등 몸에 이로운 광물질이 다량으로 함유돼 노화 방지와 성인병 예방은 물론 당뇨병, 호흡기 질환 등에 도움을 준다. 산성화된 체질을 개선시켜 피부미용이나 아토피, 관절염, 신경통 등에도 효능이 있다. 또 불소성분이 녹아있어 이가 나쁜 사람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88올림픽고속도로 가조IC 바로 옆에 자리해 쉽게 찾을 수 있고, 관광지 내 백두산 천지온천을 비롯해 숙박시설, 상가 등이 즐비해 편히 머무르다 갈 수 있다. 백두산 천지온천은 지난 1월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에 소개되기도 했다.
주소 거창군 가조면 온천길 161
Tip 온천욕 건강하게 즐겨요
때 밀기 전에 들어가기
피부의 각질을 벗긴 뒤 온천탕에 들어가면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다. 피부에 상처가 있을 때는 온천욕을 삼가야 한다.
공복이나 음주 후 온천 삼가기
공복인 상태로 온천에 들어가면 피로회복은커녕 피로가 더 쌓일 수 있다. 식사 직후나 음주 후에는 위장의 혈액이 감소해 소화장애가 생기기 쉽다.
고혈압·심혈관질환 있으면 주의
날이 추운 겨울철에는 몸의 혈관이 수축돼 있다. 이럴 때 갑자기 온천탕에 들어가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혈압 상태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