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40 일째,
2014년 12월 11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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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만들어준 인연, '숙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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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에 바람까지 차가운 12월 11일 오후, 안양의 중심가인 범계역 사거리를 지키는 리멤버 안양팀 서은숙, 이향숙 회원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8차선 대로를 마주보고 서있는 대형 백화점 앞에 두 회원님이 서 있습니다.
깜빡하고 모자를 놓고 왔다는 이향숙님, 부는 바람에 머리가 얼얼할텐데도 미동도 없이 서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서 있다가 따뜻한 국물을 찾아 근처 밥집에 들어갔습니다.
오지숙 : 정말 반갑습니다. 가끔 뵙기는 했지만 이렇게 함께 앉아 얘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네요.(웃음) 1인 시위 후기는 많이 보았어요. 어떻게 범계역에서 1인시위를 시작하시게 되셨어요?
이향숙 : 8월초에 페친이신 최호선선생님이 광화문에서 1인시위를 하고 온 후기를 보게 되었어요. 최선생님께 어떻게 1인시위를 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리멤버0416을 소개해주시더라구요. 8월 9일에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에 나가게 되었어요. 그 땐 정말 떨렸죠. (웃음) 그리고 나서 두 번 정도 광화문 광장으로 더 1인 시위를 갔었어요.
얼마후에 리멤버에서 '지역에서 1인 시위를 하실 분을 모신다'는 공지를 보았는데 정말 고민이 되더라구요. 제가 안양에서 14년을 살았어요. 나름 지역사회에서 하고 있는 일도 있고 한데 안양에서 1인 시위를 한다는 것이 광화문 광장에서 하는 것보다 더 결심하기가 힘들었어요. 3일동안 고민고민하다가 용기를 내기로 했죠. 노혜미님이 보내준 피켓으로 집근처인 경수대로 앞에서 피케팅을 했죠.
오 : 그러셨군요. 서은숙님은 어떻게 함께 하시게 되었어요? 두 분이 원래 아는 사이이셨나요?
서은숙 : 아니요. 저는 원래 반핵운동을 해오고 있었어요. 제가 활동하는 카페에 어떤 분이 리멤버0416을 소개하는 글을 올리셨는데 보고 가입하게 되었어요. 계속 눈팅만 하다가 이향숙님이 안양에서 함께 1인 시위 하실분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신 것을 보고 함께 하겠다고 댓글을 달았어요. 향숙님은 경수대로에서 하고 계셨는데 제가 안양에서는 범계역이 가장 유동인구가 많으니 범계역에서 하자고 제안해서 그 때부터 이 곳에서 하게 되었어요.
이 : 저는 용기가 없어서 사람 많은 곳에서는 못하겠더라구요. 은숙님이 용기주셔서 함께 이 자리로 오게 되었어요. (웃음)
오 : 두 분이서 단짝처럼 함께 1인 시위를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죠.
이 : 정말 그래요. 저희가 11월에 실종자 수가 10명에서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을 때 둘이서 팽목항에도 다녀왔어요. 팽목항이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어쩌면 이대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함께 다녀왔어요. 생전 처음이었어요. 혼자서 10시간을 운전한 것이.(웃음)
서 :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서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뭐라도 해야지 하면서 매주 토요일에 집회는 참석하고 있었는데 제가 주체적으로 뭘 해볼 생각을 못했었어요. 지금은 1인시위를 하면서 작은 일이라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보람되고 뿌듯해요.
저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늘 고마웠어요. 여유가 되면 어떤 식으로든 사회를 위해 나도 뭔가는 해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몇 년 전, 가정에 경제적으로 큰 곤란이 생겼어요. 그 일을 겪으면서 어쩌면 '여유가 되는 언젠가'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 이 순간 시작하지 않으면 말이죠.
그 때부터였어요. 반핵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이. 그 전에는 사회에 대해 까막눈이었는데 운동을 하면서보니 우리 사회에 정말 아픈 곳이 많더라구요. 지금은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아픈 곳이지요. 그래서 놓을 수가 없어요.
오 : 가족들이나 주변에서 반대하지는 않으세요?
이 : (웃음) 반대도 물론 있죠. 그런데 반대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요. 1인 시위를 계기로 부부사이에 생각이 다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제가 하는 일을 존중해주어요.
서 : 제 남편도 비슷했어요. 그런데 제가 감동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어느 토요일에 남편이 아침 일찍 어딘가를 가서 연락을 해보니 팽목항에 와 있다는 거에요. 자기 평생에 한 번은 와봐야 할 것 같았다면서요. 그 말을 듣고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오더라구요. 그 후로는 남편이 좀 미워지는 일이 있어도 '저 사람이 팽목항에 다녀왔었지.' 하면서 용서해 주곤 해요. (웃음)
아이들이 대학생과 직장인이 되신 두 분은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1인 시위를 하는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주셨습니다. 두 분이 제 양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두 분의 손은 참 따뜻했습니다. 아직도 그 온기가 제 손에 남아있는 듯 합니다.
서은숙님, 이향숙님! 앞으로도 따뜻한 온기로 안양을 지켜주세요.
두 분의 온기가 그리워질 때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저도 '숙 자매' 랍니다.
서은'숙', 이향'숙', 오지'숙'
'숙' 세자매, 여기 있습니다!! ^^






첫댓글 먼 길 달려오신 독수리오남매맘, 지숙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오늘 짧은 만남, 긴 여운으로 시간이 아쉬웠으나 우리는 건강하게 지내다가 또 만날 거니까요... ㅎㅎ
이 말 꼭 해주고 싶어요.
그대는 진정한 리더예요~~^^&
독수리 오남매와 함께
가정의 평화를 빌게요~~~(^-^)v
인생선배로서 롤모델이 되시는 언니분들을 리멤버에서 많이 뵙네요. 향숙님 .은숙님. 저도 광화문에서 처음 일인시위를 시작하고 사는지역에서 시위를 시작할때의 고민이 똑같고^^ 얼마전 한살림주최 탈핵강의를 듣고 많은 깨달음이 있었어요. 가장아픈곳 세월호. 아픈곳이 너무많은것 공감합니다.함께해요.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려요.~~~
숙자매 ~
친근한 이름입니다
오지숙님은 기자나 작가셨나요? 글을 잘 쓰시네요. 기억력도 좋으시구..^^
숙자매님 반갑습니다! 다른 지역이지만 마음은 같으니 너무 든든합니다~애정합니다~~^^
격려해 주시러 먼길 와주시고 같이 피켓 들어 주시니 얼마나 좋던지요! 더이상 피켓 없이 자연인으로 반갑게 뵐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숙자매님~방가방가~애정합니다.
와! 대단하십니다 짱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