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니 세상이 캄캄하다. 전기가 나갔다. 폰을 보니 새벽 5시(한국시간 8시15분 ) ~시차적응(?^^)이 안 된 우리에겐 아무 할 일이 없었다. 남들 보면 꼭 귀신 놀이 하는 것처럼 두 개의 핸드폰 조명만 반짝거릴 뿐이다. 이곳은 6시가 넘어가야 날이 밝는다.
-아침 7시-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너무 심심해 동네 한 바퀴 산책하기로 했다. 남편은 방에 있겠다니 혼자서 나갔다. 남편은 보기보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운동~그런데, 우째서 살이 안찌는지~
8시 50분까지 꼭 들어오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받고 나섰다. 올 여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혼자 산책나갔다가 길을 잃어 2시간 만에 히치하이킹(내가 또 보기보다 간이 큼)해서 겨우 호텔로 들어 온 적이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화낼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고마운지 화도 내지 않았다.ㅋㅋ
그 때가 떠올랐는 지 시간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핫브레드라는 빵집을 기준으로 삼아 돌아다니다보니 타멜거리(카트만두여행자거리)는 매우 협소하고 단순한길이었다. 걷다보니 책에서 본 맛집이 보인다. 언제 또 와서 저 식당엔 가보지? 그 바램이 그렇게나 가까운 미래가 될 지 그 땐 몰랐다. 단지 아쉬워하며 샌드위치포인트라는 곳에서 살사샌드위치(120루피≒1300원) 한 개만 사가지고 돌아왔다. 샌드위치가게에서 주인아저씨가 날보며 어디에서 왔냐 묻길래 코리아라 대답했다. 잠시 후, 노스냐 사우스냐 물어본다.꼭 애네들은 이걸 물어본다.짜증나서 그럼 넌 여기서 북한사람 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못봤단다. 아휴, 답답이들~
호텔로 돌아와 책에서 봐 둔 로터스라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일본인이 하는 식당인데 카레돈까스가 제일 맛있단다. 남편에게 카레나 돈까스는 일년에 1번 먹을까말까하는 음식이다.그런데, 카레돈까스라니 ㅎㅎ~뭐 자기도 내가 안좋아하는 삼겹살 먹으러 가지고 하니까.
식당 입구에서 할아버지가 큰 광주리 앞에 앉아서 핀셋으로 팥을 고르고 있다. 블로그에서 본 적 있어서 금방 알아봤다. 흰 긴 수염과 긴 머리를 한 도인같은 분이시다. 식당에 종업원이 5명 정도 되는 데 이 분은 직접 장에가서 식재료를 꼼꼼히 고르는 깐깐한 분이라 소문이 났데나 뭐라나~
여하튼 카레맛은 예술이었고 돈까스도 겉은 바싹하고 느끼하지도 않은 맛이었다.
남편과 난 원래 아침은 잘 못먹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접시를 싹 비웠다. 남편이 지금까지 먹어본 돈까스 중에서 최고란다. 나의 탁월한 식당 선택~ㅎㅎ(로터스에서 총 600루피≒6600원)
호텔에서 10시에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갔다.12시 30분발인데 수속하러 갔더니 11시 반으로 바꿔주겠단다. 헉~이래도 되나? 네팔은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하더니......
국내선 청사는 쓰러지기 직전의 옛날 시골역분위기가 났다. 처음엔 우린 잘 못 온 줄 알고 잠깐 헤맸다.^^ 옆에 서양인도 적응이 안되는지 연신 두리 번 거린다.
27인승 예티항공 비행기
비행기 문앞에서 승무원이 우릴 반기고 있는 중~계단 몇 개만 올라가면 바로 좌석!
앉으면 내 자리 (좌석번호 없음)
비행기 안에서 본 히말라야 봉들~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약200km, 비행시간은 약25분, 차로 가면 7시간 ㅜ.ㅜ~ 25분간 어여뿐 승무원 혼자서 안전수칙 설명하고 사탕과 귀마개, 땅콩 , 음료수 까지 우리에게 일일이 갔다주었다. 남편이 보더니 세상에서 제일 바쁜 승무원이란다.ㅎㅎ
구명조끼가 있어야 할 좌석 밑에 아무것도 없다.헉~남편에게 이야기하니 " 물이 있어야 필요하지 전신에 산인데~요서 떨어지면 다 죽는거지요"
프로펠라 소리가 시끄러워서 귀마개(솜)을 준단다. 그 소리보다 뒤에 네팔남자 둘이 더 시끄러워 귀를 막았다.남자들의 수다도 장난아니야!
비행기에서 보는 히말라야 봉들이 포카라로 다가가면서 더욱 또렷하고 정말정말 아름다웠다.
짐들을 수레로 끌어온다.
수하물 벨트(?)
짐 찾는 곳이 특이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데 어디선가 친절한 네팔금자씨가 우리 사진을 찍어준단다. 이런 배경으로 찍으려 했던 게 아닌데~뭐 어딜가나 금자씨는 있으니까 --;; ㅎㅎ
우리가 갈 포카라의 리버사이드까지 택시기사들이 300루피(≒3300원) 부른다. 마 그냥 가면 되지 남편은 항상 흥정하는 것을 즐긴다. "딱 봐요, 이제 한 번 만 더 이야기하면 200루피!" 진짜다. Never Ending Peace And Love (NEPAL)이럴 땐 이 말이 맞는 거 같다.
200루피로 미리 점찍어 둔 호텔(호텔 트레커스인)로 갔다. 택시로 10분도 안되는 거리다.
전망좋은 꼭대기방 1박에 50달러(아침포함)달란다. 내 책을 보더니 30달러에 해 준다네.
독자할인이래~
옆 방은 50달러에 했으니 비밀로 해달란다. 장사수완이지,비수기라 30달러겠지~
호텔 룸
우리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준 가이드북~^^
호텔에서 직원이 키우는 강아지. 남편과 호텔 투숙객들에게 인기폭팔~하지만 이 놈의 강아지는 나만 따라다닌다. 문제는 털달린 짐승은 완전 싫어하는 나~
일단 짐을 올려놓고 지배인에게 오토바이 빌리는 곳이 어디냐 물으니 자기동생 오토바이를 오후3시부터 7시까지 빌리는 데 400루피에 해준단다. 빌렸는 데 헬맷은 하나 뿐이래. 괜찮다하지만 난 안 괜찮어!
오토바이를 타고 산촌다람쥐(한인식당과 여러가지 여행에 관한 대행업소)로 가서 네팔국내선 비용 계산하고 문제의 5kg 고추장도 가져다 주었다. 얼마나 무겁던지 ~ 아~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책 한 권도 선물하고
산촌다람쥐에서 야크치즈와 삼결살, 창(네팔막걸리)을 먹었다. 남편 말로는 이때까지 먹어 본 돼지고기 중에서 네팔고기의 식감이 최고란다.나야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
우린 이 나라 최대의 쇼핑몰인 바트바테니로 가기로 했다. 운적석이 우리와 반대인 오른쪽이라 헷갈리기도 했고 짐승과 수레,차,사람 엉망인 이 도로를 헤치고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남편의 운동신경과 나의 네비실력과 상세한 지도가 없었다면 아무나 갈 수없는 곳이다. Bhat Bhateni는 꽤 컸고 물건도 다양했다. 우린 히말라야 립밤 156개, 수분크림 수십개 , 꿀 5통 , 맥주 등 정말 많이 샀다. 오토바이에 실으려하니 엄두가 않났는 데 마트 시큐리티 아저씨가 우릴 도왔다.
난 베낭메고 양쪽 팔목에 봉다리 2개 끼우고 남편허리 잡고 ~ 나중에 팔에 쥐가 났다.
투보그맥주와 네팔아이스
짐을 호텔에 올려놓고 내일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하러 오토바이타고 여행사를 돌아다녔다. 대여섯군데 알아봤는 데 가격이 담합되어 있었다. 1인당 패러글라이딩 7500루피 +동영상과 사진촬영 1800루피 (9300루피 ≒10만원) 우리나라 보다 싸지만 네팔물가를 생각해보면 거금이었다. 이까지 왔는데 안해 볼 수가 있나, 여하튼 내일 오전 11시타임으로 예약하고 호텔로 다시 복귀했다.
3일 머물렀던 HOTEL TREKKER'S INN
호텔 앞 식당 소비따나
포카라에는 네팔인이 하는 한식당 소비따네라는 곳이 있다. 포카라에 왔던 사람들의 블로그에는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식당이다. 듣기론 장기여행을 하던 두 한국 여인네가 포카라에 오래 머무르며 한 네팔여인에게 김치담그는 법과 한식을 가르쳐줬단다. 네팔에 젖갈이 있을까 의아해 하겠지만 마트가면 태국산 젖갈 팔고 있더라는~그 여인은 소비따라는 여자아이의 엄마여서 식당이름이 소비따네란다. 원래 우리 호텔 앞이 소비따네였는데 장사가 잘 되니 주인이 나가라 하고 소비따나라는 짝퉁을 만들었다네.물론 소비따네는 다른 곳으로 옮겼고......
오토바이도 반납한 상태고 전기도 나갔고 그냥 우린 짝퉁으로 갔다. 일장기 걸려있고 전신에 일본인이고 ~에잇 참 어쩔 수 없었다. 껌껌한데 주위에 마땅히 갈 만한 곳은 없었다.
한 일본인이 머리에 헤드랜턴을 쓰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됬지만 그는 포카라 장기 투숙자였고 언제 전기가 나갈 지 모르기때문에 마치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쓰고 다녔다.
우린 닭볶음탕과 럭시(네팔 정종)을 주문했고 한 30분 있으니 음식이 나왔다. 우리 입엔 정말 맵고 짰다. 닭고기와 감자(네팔감자 짱 맛남) 만 대충 골라 먹었다.
하지만, 산에서 일주일나 보름씩 트래킹하다 내려온 한국인에겐 천상의 맛이 아닐까 싶다.
소비따나의 닭볶음탕과 김치와 럭시
먹고 있는 데 동양인 두 사람이 들어와 옆에 다른 테이블 2사람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영어 일어 2개국어가 들리는 도중에 가라오케라는 말이 들렸다. 남편이 귀를 쫑긋하며 그들과 말을 섞었다. "끼어들어서 미안하지만 포카라에 가라오케가 있나요? " 으이구 내가 몬 산다.~
" 아니요 , 대만의 가라오케를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ㅎㅎ 포카라에는 가라오케는 없습니다."
방금 들어온 두 사람 중 한명은 일본인, 다른 한 명은 대만사람, 그 옆 테이블의 헤드랜턴은 일본인, 또 다른이는 스페니쉬 였다. 안주가 마땅치 않아 우린 한국서 가져온 피데기(반건조) 오징어를 꺼내었다. 그들에게 오징어를 주니 갸우뚱 하길래 cuttlefish, squid 라 해도 못 알아 듣는다. (전기가 나가 발전기로 겨우 켜진 조그만한 몇 개의 등 밖에 없어 어두워 잘 보이질 않았다.)
남편이 쓰루메 하니 다들 아~한다. 그들의 눈이 반짝거린다. 장기간 해산물 구경을 못해 본 그들에게는 왠 횡재냐? 일본인과 대만인은 정말 귀하게 여기며 맛있게 먹는 데 스페인인은 1번 먹더니 다시는 안 먹는단다.ㅎㅎ 서빙하는 네팔아가씨도 먹더니 강하게 거부하네~^^주방에 있던 사람들도 나와 먹어본 후 신기해하지만 두 번은 먹질 않는다. 왁자지껄~
이 이벤트가 있은 후 다들 친해져서 밤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랜턴아저씨는 영어를 잘 못 할 뿐더러 말을 입에 넣어 하는 스타일이라 못 알아 듣겠고, 스페인 아저씨는 말 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주로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나중에 합류한 사람들이었다. 그 중 일본인은 한의사였고 대만인은 뉴발란스회사 다니다가 지금 아내랑 휴가 중이란다. 그들은 트래킹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었고 트래킹 후 대만인 아내는 호텔서 쉬고 있고 둘이서 한 잔하러 나왔단다.
일본인이 우리보고 ABC했냐고 묻는다. 남편은 가만히 있더니, ABC 쵸콜렛 먹어봤다고 한다.
일본인이 "에비시 쵸코레토~"막 웃더니 날보며 "나한테 소형칼(빅토르녹스로 추정)이 있는 데 당신이 당신남편 좀 찔러줄래"
ABC 혹은 ABC트래킹 코스라 불리우는 이 코스는 대략 8일 정도 걸리는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트래킹코스다. 경상도 말로 쇠빠지게 ABC 마치고 왔더니,남편이 ABC 쵸콜렛 먹어봤다 했으니 다들 기가 차서 웃을 수 밖에~ㅎㅎ
럭시를 더 시키고 안주가 모자라 다들 모모(네팔 만두)도 더 시켰다. 또 한번의 카트만두 드립을 치니 다들 배를 잡고 넘어간다. 모모를 테이블마다 다른 종류로 시켰는 데, 남편이 우리 접시 모모 를 하나씩 주며 1달러라 한다. 또 한 번 넘어가고 ~
대만남자는 자기 와이프가 홍콩인인데 둘이서 대화는 영어로만 한단다.왜냐고? 타이완 공식 언어는 만다린어고 홍콩는 광둥어이니 대화가 안 될 수 밖에~ㅎㅎ
일본인에게 일본호텔 정말 비싸다 하니 두 명의 일본인이 동시에 쓰미마셍을 외친다. 아리까리~ 일본 호텔비 비싸다 했는 데 자기들이 왜 미안해하지?
우린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이런 저런 한중일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헤어질 때, 일본인이 남편보고 포카라에서의 당신을 잊을 수 없을 거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