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세계박람회를 보고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오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크다. 다도해상국립공원 향일암 등 여수는 무엇보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1박 2일이면 엑스포와 함께 여수 관광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여수 10경(진남관, 오동도, 향일암, 돌산대교, 거문도 등대, 백도, 사도, 영취산 진달래,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자만갯벌)을 중심으로 시간 내 여수를 찬찬히 돌아보자.
여수 순천 보성 벌교에 걸쳐 형성된 여자만갯벌은 환상적인 저녁 노을 경관을 빚어낸다.
여수 최고의 관광지는 향일암(向日庵)이다. '떠오르는 해를 향해 있다'는 뜻의 조그마한 이 암자는 백제 의자왕 4년인 644년 원효대사가 창건했으며 지금은 문화재 자료 제40호로 지정돼 있다. 돌산도 맨 남쪽 금오산 절벽 끝자락에 세워져 망망대해와 해돋이 경관으로 더욱 유명한 사찰이다. 천년고찰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 빛바랜 낡은 목조는 안타깝지만 지금은 볼 수 없다. 2009년 화재로 향일암이 전소된 뒤 지금은 새 건물로 복원됐기 때문이다. 새 건축물의 화려함은, 지켜내지 못한 자책감 때문에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암자의 맨 윗 부분에 있는 상관음전에 오르면 원효대사가 참선했던 참선대가 절벽 끝에 보인다.
휴가철 엑스포 구경을 계획한다면 향일암 가는 길의 방죽포해수욕장을 들러볼만 하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백사장과 해송이 있어 가족 단위로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좋은 장소다.
여수 시내 군자동에 위치한 진남관(鎭南館)은 조선 전라좌수영의 객사로 건립돼 400여 년간 수군의 본거지로 이용됐던 주요한 유적지다. '남쪽의 왜구를 진압해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의 진남관은 현존하는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로 국보 제304호로 지정돼 있다.
방죽포해수욕장.
자녀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여자만갯벌이 좋다. 여수 서쪽인 소라면 사곡리 바닷가에 위치한 갯벌로 여수 순천 벌교 보성까지 이르는 큰 바다 갯벌이다. 낙조가 유명해 여수시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가을에 노을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여수엑스포 기간에 맞춰 지난 1~3일 '여수 여자만갯벌 노을축제'가 펼쳐지기도 했다.
육지와 섬인 돌산읍을 연결하는 450m 길이의 연륙교인 돌산대교는 여수의 대표 '포토존' 중 하나. 특히 돌산공원에서 바라본 돌산대교의 야경이 멋지다. 박람회장 인근의 오동도는 자연림과 야경이 아름다운 섬이다. 오동잎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오동도라 불리며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여수박람회로 인한 교통통제 때문에 개인차량이 아닌 대중교통으로 접근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진남관.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야경도 이미 입소문이 퍼진 볼거리다. 총 3만1304㎢ 규모로 175개 업체가 입주한 국가산단에서 밤마다 공장들은 화려한 불빛을 쏟아내고 있다.
여수 시내에서는 많이 떨어져 있지만 부속 섬과 산도 놓치기에는 아깝다. 여수에서 배로 1시간30분~2시간 정도 떨어진 해돋이와 해넘이 경관으로 유명한 거문도를 비롯, 바닷길이 열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도, 봄 연분홍 진달래 꽃이 유명한 영취산, 여수에서 뱃길로 40분 정도 떨어진 섬으로 39개의 무인군도로 이뤄졌고 353종의 아열대 식물이 분포해 있는 명승 제7호인 백도 등도 유명하다.
■ 대표음식들
- 막걸리 식초로 무친 서대회…생새우 갈아넣은 갓김치 - 싱싱한 게로 만든 게장백반 - 장어구이·갯장어회 '보양식' - 생선회·해산물 한정식도 인기
돌산대교.
여행에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여수 10경에 이어 여수 10미도 있다. 여수에 와서 '꼭 봐야할 10가지 경관'과 '먹어야 할 10가지 맛'을 뜻한다. 구백식당 한일관 등 시내 맛집은 물론 여수박람회장 인근에 위치한 식당들이 여수 10미 음식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 쉽게 먹을 수 있다. 대부분 풍부한 해산물이 주 재료다.
서대회는 서대의 회를 1년 이상 발효시킨 막걸리 식초로 무친 것으로 새콤달콤한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남해안 중서부에서 주로 포획되는 서대를 회로 떠 무치는데 막걸리 식초의 특이한 신맛이 입맛을 돋워준다.
'밥 도둑'의 대명사인 게장. 갓 잡은 싱싱한 게와 여수 특유의 감칠 맛 나는 양념이 어우러진 게장 백반도 유명하다. 고추장 양념에 비빈 양념게장, 간장으로 맛을 낸 간장게장, 된장으로 만든 된장게장, 갈아만든 칠게장 등 다양한 게장을 맛볼 수 있다.
해산물 한정식은 싱싱한 남도 해산물을 주 재료로 만든 한정식으로 40여 가지의 음식이 나온다.
남해안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대표 보양식 장어. 여수에서는 싱싱하게 장어구이와 탕으로 즐길 수 있다.
군평서니는 다소 낯선 생선 종류다. 여수 특산품으로 여수 사람들은 '금풍쉥이'라고 부른다. 우스갯소리로 '샛서방 고기'라 부르기도 한다. 남편에게는 아까워서 주지 않고 바람난 새 서방에게만 줄 정도로 맛있는 고기라는 뜻이다. 주로 6~8월에 잡히며 값이 비싸 좀처럼 여수 시내 식당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갯장어(하모)는 5월부터 11월 사이 많이 잡히는 갯장어는 회나 구이, 샤부샤부로 먹을 수 있다. 특히 갯장어는 단백질 성분인 글루탐산이 풍부해 기력 회복에 좋은 대표 보양식으로 꼽힌다. 숯불 소금구이로도 많이 먹는다. 돌산대교 인근에 갯장어회거리가 있다.
활어 생선회는 국동 어항단지, 여수종합수산시장, 종화동 횟집거리, 소호동 회타운, 돌산대교 아래 회타운, 만성리 회타운 등 여수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돌산갓김치(사진)는 일반 갓보다 톡 쏘는 매운 맛이 적고 독특한 향을 내는 돌산 갓으로 만든 김치. 생새우를 갈아만든 김치양념이 특별한 맛을 낸다. 향일암 나들목, 동동주 한 잔 안주로 돌산갓김치를 내놓은 특산물 판매장들의 유혹을 뿌리치는 매우 어렵다.
단백질 타우린 등 영양소가 풍부한 꽃게를 활용한 꽃게탕·찜 요리도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굴구이도 유명하나 지금은 제철(11월~2월)이 아니라 맛집을 찾기는 어렵다.
# 세계 제일 요리는?
- 한국 페루 등 13개국 주방장, 박람회장서 매주 경연 펼쳐
여수박람회장 내에서는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관이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엑스포장에서는 세계 맛 경연도 펼쳐진다.
여수세계엑스포 조직위는 지난 12일부터 내달 31일까지 한국 스페인 페루 중국 앙골라 콩고 태국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호주 과테말라 등 세계 13개국의 주방장들이 스페인관 2층 회의실에서 매주 다른 주제로 요리 경연을 벌이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가령 지난 13일은 '생선의 세계', 7월 31일은 '와인과의 조화'가 주제다. 한식 대표로는 강현우 대한민국 조리명장 4호가 참여한다. 12개국 국제관 주방장들이 여수 현지에서 직접 구한 재료로 1시간 동안 요리하며 관람객은 완성된 음식을 시식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할 관람객은 매주 이벤트를 통해 모집된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스페인관 담당자 미겔 앙헬 무뇨스 씨는 "음식문화 행사는 국제관의 또 다른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