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서 돈을 딴 꿈 3.--- (김하원)
-----------------------------------------------------------------
- 세 번째 이야기
또 언젠가 하루는 이런 꿈을 꾸었다.]
[내가 도랑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는데, 어느 새 그 도랑이 남의 집
마루 밑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 흙 속에서 자수정을 캐고 있었다.
반듯반듯하고 번쩍번쩍 빛나는 수십 개의 자수정을 캐면서 나는, 이
게 몇 백만 원어치는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꿈을 생각해 보니, 이런 꿈은 일 년에 두 번도 꾸기
어려운 굉장히 좋은 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 뭐 특별히 별다른
일도 없고, 또 해몽을 해 보니 무엇보다도 재물이 들어올 꿈이어서,
요즘 즉석복권이라는 게 나왔다던데, 내 운에 1억 원짜리 주택복권
당첨이야 어렵다 해도 이 정도 꿈이면 몇 십, 몇 백만 원짜리 정도는
당첨되지 않겠는가 해서 시내에 나가 복권이나 몇 장 사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한 동료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
다. 오늘 퇴근길에 누구네 돌집에 가기로 했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
는 것이었다. 가지 않아도 그만 가도 그만인 사이의 집이었다.
그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함께 가서 화투든 포카든 한 팔 칠까 하
는데 가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시간도 없고, 또 이런 좋은 꿈을 꾸고 나서 잘못했다가는 밤늦게까지
고생(?)하면서 돈 십 만원 따는 것-----많이 땄다가도 십만 원 선이
넘으면 그 이상은 되돌려 주는 게 회사 직원들의 상례여서----보다는
복권 사는 것이 백 번 낫겠다 싶어서였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시내에 나가려는데 또 다른 사람에게서 그곳에
가자는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그 전화를 받으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거기 가서 화투를 쳤다 하면 내가 딸 것이고, 또 그것도 적
은 액수도 아니고 십만 원 이상은 될 것이 뻔한데, 그런 것도 모르고
같이 가자고 이렇게 두 사람씩이나 전화를 해 대는 게 우스웠던 것이
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고쳐 먹고, 비록 복권보다는 고생(?)이 되고 액
수도 적지만, 그 곳에 가서 돈 딸 것이 보다 확실한 포커를 하기로 하
였다.
그런데 마침 수중에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집사람에
게 꿈 이야기를 하고 나서 얼마간의 돈을 빌렸다.
(나와 함께 사는 동안 꿈과 내 해몽 실력을 믿게 된 집사람은 다른
이유로 돈 좀 빌려 달라고 하면 잔소리를 하지만, 이처럼 꿈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금방 빌려 준다. 이자까지 잘 갚으라
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꿈을 사전에 말한다고 해서 효능이 없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이처럼
전혀 거리낌없이 말한다.)
그렇게 해서 그날도 포카판에 끼어들었는데, 나는 정말 꿈만 믿고
대충대충 쳤다. 남의 카드나 확률을 계산할 필요도 없이 멋대로 쳤던
것이다. 그렇게 치다 보니 한때는 5, 6만 원 정도 잃기도 했으나 지
난 밤의 꿈을 생각하면 하나도 걱정이 안 되었다.
열두 시가 넘어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는 역시 생각했던 대로 내가
십만 원 이상을 땄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혹자는 꿈만 잘 해석하면 화투판에서 돈
따기는 쉽겠구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오해다.
여기서는 내가 돈 딴 이야기만 몇 가지해서 그렇지, 노름해서 망한 사
람은 많아도 부자된 사람은 없다고 했듯이, 나 역시 그 동안 딴 것보
다는 잃은 것이 훨씬 더 많다.
꿈을 알게 된 처음에는 꿈이 노름에 관한 꿈인지 어쩐지도 잘 모르
고, 또 따게 될 꿈인지 잃게 될 꿈인지도 확실치 않아 이런 꿈은 노
름과 관계된 꿈인가 아닌가, 좋은 꿈인가 나쁜 꿈인가 를 시험해 본답
시고 무턱대고 끼어들어 쳤다가 많이 잃기도 했었고, 요즘도 가만히
보면 따는 때보다는 잃는 때가 더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꿈을 꾸지 않았을 때나
꾸고도 새벽같이 잊어버리는 날도 많은데, 그런 날은 잃은 적이 많았
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사실,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꿈이 나쁘다는 이유로 옆에서
부처처럼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고 있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리
고 더욱이나 아무리 치기 싫어도 사람 수가 부족하면 꼼짝없이 쳐 줄
수 밖에.<끝>
홍순래 박사 꿈해몽 http://984.co.kr(유선), 984+접속버튼(핸드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