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존 클라센 글·그림 | 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 | 2013.8.5 | 1만1000원 | 36쪽 | 그림책 | 6세
앙증맞고 귀여운 모자를 쓴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그냥 몰래 가져온 거야.’ 하고 태연하게 조잘거린다. 작은 물고기는 커다란 물고기가 모자가 사라진 것도 모르고 쿨쿨 잠만 잘 거라고 장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가로로 긴 판형은 두 물고기의 동선과 사건 전개에 효과적이다. 뽀글거리는 공기 방울, 커다란 물고기의 눈동자만으로도 깊은 물속에서 벌어지는 추격의 긴장이 느껴진다. 수다스럽게 변명을 늘어놓는 작은 물고기와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커다란 물고기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속을 꿰뚫고 있기라도 한 듯하다.
작은 물고기가 숨은 빽빽한 물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해 자꾸자꾸 그림을 보게 된다. 작고 앙증맞은 모자를 되찾아 쓰고 유유히 헤엄쳐가는 커다란 물고기를 보며 독자는 어떤 상상을 할까. 이 그림책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웃음을 준다.(최은희)
○방학 탐구 생활
김선정 글 | 김민준 그림
문학동네 | 2013.7.25 | 200쪽 | 1만1000원 | 우리동화 | 초고
열세 살 남자 아이 ‘백석’의 종횡무진 여름방학 모험기.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을 맞은 석이는 돈을 벌어 무인도의 정글을 탐험하고 유명해져서 스타를 만나겠다는 허풍스런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아빠의 반대에 부딪치지만 석이는 꿋꿋하게 아빠와 싸워 맘껏 놀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널널한 시간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던 석이는 작가 아저씨 덕분에 아이돌스타를 만나고 돈도 번다. 황당하던 방학계획은 점점 실현가능한 일이 되어간다.
주저없이 행동에 나서는 석이는 동생과 환상의 짝이 되어 드디어 남쪽 먼 섬 ‘칠금도’로 탐험을 떠난다. 아이들끼리 빈 배에 올라탔다 위기를 겪고, 산에 텐트를 치고 자다가 동네 할아버지에게 혼나고, 섬 일주를 하다 동굴에서 밤을 지내는 일만으로도 요즘 아이들에게는 모험에 버금가는 벅찬 경험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자연의 변화에도 눈을 떠간다.(곽현주)
○환상 정원
류화선 글 | 노준구 그림
문학동네 | 2013.8.28 | 200쪽 | 1만1000원 | 외국동화 | 초고
신희와 건우가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초월하여 환상 정원에서 만나는 이야기다.
신희와 건우는 서로 교차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신희는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빠에 대한 기억이 없다. 건우는 몇 달 전 아빠가 비행기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난독증을 앓는다. 신희는 할머니 댁 다락방에서 오래된 책을 꺼내고 쪽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쪽지가 이끄는 대로 숲 속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 간다. 건우는 글라이더를 찾으러 숲에 갔다가 그 정원에 간다. 두 아이는 정원에서 만난다. 정원에 담긴 마법 같은 비밀은 무엇일까? 정원에서 신희는 글을 읽지 못하는 건우에게 책을 읽어주고, 건우는 아빠를 잃은 슬픔을 조금씩 극복하며 신희에게 글라이더 만드는 법과 날리는 법을 가르쳐 준다. 두 아이는 서로의 시간을 알게 되고, 퍼즐조각을 맞추듯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는다.
시간을 넘나드는 신비로운 만남은 신희와 건우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게 슬픔을 이겨내는 힘을 준다.(신민경)
○나는 지구인
장여우위 글 | 위자치 그림 | 허유영 옮김
챕터하우스 | 2013.7.26 | 256쪽 | 1만1000원 | 외국동화 | 초고
주인공 ‘왕샤오콴’의 아버지는 대만 사람이고 어머니는 베트남 사람이다.
엄마 ‘응우옌 티 하오’와 아들 샤오콴의 일인칭 시점으로 번갈아 서술되는 이 이야기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시선과 더불어 이들이 겪는 갈등과 상처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응우옌의 시어머니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응우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도둑으로 의심까지 하면서 함부로 대한다. 왜곡된 시선과 구박 속에서도 응우옌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자부심을 버리지 않고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애쓴다.
아들 샤오콴은 자신이 대만 사람인지 베트남 사람인지 혼란스러워한다. 대만에서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을 보낸 베트남을 좋아하고 엄마의 고향도 좋아한다. 엄마를 모욕하고 자기도 함부로 대하는 친구들과 갈등을 겪던 샤오콴은 마침내 ‘나는 지구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권현희)
◎그림자의 왕
수잔 쿠퍼 글 | 정회성 옮김
문학과지성사 | 2013.7.31 | 296쪽 | 9000원 | 외국동화 | 13세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사백 년 전 세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로 가서 꿈 같은 며칠을 보내고 오는 이야기다. ‘미국 소년 극단’의 배우인 냇 필드는 오랜 전통을 지닌 영국의 글로브극장에서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을 공연할 예정이다. 첫 리허설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냇은 현기증을 느끼며 깊은 잠에 빠져든다. 깨어 보니 둘레의 모든 것이 낯설다. 냇은 자신이 세익스피어가 살았던 과거시대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세익스피어와 함께 연극을 하는 꿈같은 일을 맞이한다. 세익스피어는 너무 일찍 부모를 잃고 상처 입은 냇에게 따스한 사랑을 준다. 시간여행을 마치고 현재로 돌아온 냇은 세익스피어를 잃었다는 허탈감에 좌절하지만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그 시대의 분장 흔적을 발견하고 동료들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며 위로받는다. 사백 년 전 런던 거리의 묘사가 생생하게 다가오고 당시 배우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이 등장하여 더욱 흥미롭다.(오혜경)
○제레미, 오늘도 무사히
자비에-로랑 쁘띠 글 | 김주열 옮김
사계절 | 2013.7.30 | 248쪽 | 9800원 | 청소년문학 | 16세
열여덟 살 제레미는 학업을 중단하고 세계적인 록 스타를 꿈꾸며 동생 오스카와 함께 록 그룹을 만든다. 제레미는 우연히 만난 군인에게 입대를 하면 기술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 제프, 레옹과 함께 입대하고 전쟁터로 떠난다. 무사귀환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바람과는 달리 제프는 자살테러단에 의해 한 쪽 다리를 잃은 채 돌아오고, 레옹은 탈영하여 행방불명이 된다. 제레미는 언젠가는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까봐 두렵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괴롭다. 휴가를 얻어 집으로 돌아온 제레미는 중대한 결심을 하고 할머니의 도움으로 은밀하게 그 일을 실행에 옮긴다.
전쟁을 주제로 한 무거운 이야기지만 전쟁터의 긴장감과 공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제레미는 전쟁의 공포와 비극을 오스카에게 이메일로 전달하고, 오스카는 전쟁의 참상을 노래에 담아낸다. 제레미의 아버지가 전쟁으로 받았던 상처가 아들에게 되풀이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 간의 진솔한 대화와 진실한 부모의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다.(이명우)
○첫날밤 이야기
박정애 글
단비 | 2013.6.12 | 172쪽 | 1만원 | 청소년문학 | 16세
표제작인 <첫날밤 이야기>를 비롯한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다양하고 극한 상황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함께 사는 삶 속에서 이야기가 주는 힘이 느껴진다. 그 중 <살 자격>의 마루는 컴퓨터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아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죄책감에 죽음을 선택했던 마루는 자살방지 사이트에서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을 한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죽지 않고 사는 것이 의미 있다고 이야기한다.
<파란 나팔꽃>은 주인공 주혜를 둘러싼 사랑 이야기를 나팔꽃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주혜 남편 대현은 사고로 불구가 되어 누워 있고, 주혜는 가장으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효환에게 호감을 갖는다.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주혜는 흔들리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남편 대현은 아내 주혜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여기고 주혜에게 효환의 감정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족 하나하나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권향란)
◎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
정하섭 글 | 조승연 그림
보림 | 2013.2.25 | 48쪽 | 1만5000원 | 사회 | 초고
이 책은 자전거가 유럽에서 처음 탄생하여 페달, 기어 등의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발달과정과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사회 문화적 배경과 기술변화 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생활자전거, 경주용 자전거, 산악자전거 등 자전거의 기술과 변천과정이 흥미롭다. 자전거를 생활사 측면에서 다루었다는 점과 여성이 자전거를 타면서 가져온 여성의 의복, 생각에 대한 변화가 특히 눈에 띈다. 고종 때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자전거가 사람들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과정도 재미있다.
발명 당시엔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지금은 느린 탈것의 대표가 된 자전거가 새삼 놀랍고 특별한 것은 작고 단순하고 소박한 기계가 그토록 많은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자전거 변화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 책은 펜화로 섬세하게 그린 그림이 뛰어나고, 구성 또한 돋보인다.(배경미)
○밥상을 차리다
주영하 글 | 서영아 그림
보림 | 2013.5.1 | 55쪽 | 1만 6000원 | 사회 | 13세
사람은 오랫동안 식물을 관찰한 끝에 씨앗을 심고 가꾸어서 곡식을 거두는 법을 알아냈으며,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스스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반도 음식문화를 구석기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료와 논문, 문학작품 같은 많은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소개하는 음식 백과사전이다. 밥의 탄생부터 도구에 담아 밥상이 차려지기까지의 음식과 음식문화의 변화과정을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또한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수입농산물 등이 넘쳐나는 오늘날,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먹을거리를 기르고 만드는 일은 단순한 상품생산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되고,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생산하는 과정은 생태환경과 밀접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역의 풍습과 역사, 전통이 깃든 중요한 문화이기에 지켜나가는 일에 동참해야 하는 점도 강조한다.(홍순희)
◎로빈슨 크루소가 건축가라고?
김홍기 글 | 홍승우 그림
비룡소 | 2013.4.19 | 196쪽 | 1만2000원 | 예술 | 13세
이 책은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건축, 건축가, 건축학으로 나눠 설명한다. 잘 지은 건축물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글쓴이는 건축가가 되려면 예술, 공학, 인문학을 두루 알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우수한 건축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공간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둥 없이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짓는 데만 16년이 걸렸다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흰개미집의 순환형 환기시스템을 응용해서 지은 에너지 절약형 건물, 1882년 시작하여 아직도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등을 만화가의 삽화와 생생한 사진자료로 소개하고 있다. 건축에 자연의 모습을 담은 가우디, 철근 콘크리트로 20세기 건축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르코르뷔지에, 독학으로 공부해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안도 다다오의 도전정신 등 위대한 건축가 3인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배숙영)
◎피카소가 모나리자를 그린다면?
표트르 바르소니 글·그림 | 이수원 옮김 | 이명옥 감수
내인생의책 | 2013.2.27 | 59쪽 | 1만6000원 | 예술 | 13세
프랑스의 예술가인 표트르 바르소니는 딸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는 아이가 화가와 미술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모나리자를 그려 보여준다. 그리고 같은 인상주의라도 모네는 눈으로 본 것, 고흐는 마음으로 본 것, 세잔은 뇌로 본 것을 그렸듯 화가가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림에 표현하였는지 설명한다. 1·2차 세계대전, 화가의 경제적 상황 등 그림에 영향을 준 다양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 책은 모네, 고흐, 쇠라, 피카소, 달리, 워홀, 키스 해링 등의 그림 기법을 잘 살린 31점의 독특한 모나리자가 등장한다. 그림으로 화가의 화풍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인상주의부터 시작해 인터넷미술까지 서양 미술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글이 작가의 일방적인 그림설명이 아니라 아빠와 아이가 궁금증이나 느낌을 대화로 주고받는 형식이라는 점도 좋다.(김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