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올림픽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모든 언론들 역시 올림픽 메달 소식과 오심 소식을 전하느라 바쁘다. 사람들의 시선이 올림픽에 집중되어 있는 동안 ‘컨택터스’라는 경비업체는 SJM 노동자들에게 극도의 폭력을 가했고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많지 않았다. 올림픽 이슈가 다른 중요한 사안들을 덮어버리는 일은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올림픽이 진행 중인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사노신은 ICC(국제공산주의흐름)의 런던올림픽과 관련한 기사를 번역해서 싣는다. 이 기사는 2012년 6월 12일에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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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 간, 영국 지배계급은 우리로 하여금 국수주의와 애국심, 영국인의 자부심이라는 진흙탕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지배계급은 영국 국기와 잉글랜드의 기장을 우리의 머릿속에 쑤셔 넣고 있다. 언론, 신문, TV와 라디오는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했다. 부, 지위, 계급과 상관없이 우리는 영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캠페인(부르주아지가 잘 짜놓은 캠페인)이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각기 다른 이벤트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여왕즉위 60주년 행사에는 수억 파운드가 지출되었고 수십억 파운드가 올림픽 개최에 소요되었다.
여왕즉위 60주년 행사를 위해 여왕은 가두행진을 했다. 거리에서의 파티와 깃발의 물결, 특히 아이들이 흔드는 깃발에 대한 언론의 보도 세례가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은 1952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행사는 자애로운 여왕 폐하가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콘서트 장소로 버킹검 궁을 개방한 것에서 절정을 이뤘다. 즉위 60주년 행사 직후에는 유로 2012 축구경기가 열렸다. 분위기를 띄우려는 사람들은 응원 복장을 했고 ‘우리는 하나의 팀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나라를 응원하는 것’이라는 광고캠페인이 울려 퍼졌다. 우리 영국인들은 영국 팀이 틀림없이 패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역경에 맞서 단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잘 패배하는 것 역시 ‘영국적’인 특성임을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올림픽준비 기간 동안 영국 전역을 도는 성화 봉송과 함께 세 번째 애국심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다.
6월 초, 로열플로틸라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
이 서커스의 이면의 현실은 때때로 검열된 채로 보도된다. 첫 번째로 일군의 실업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로열 플로틸라(템즈강에서 벌어지는 선박 퍼레이드) 행사 당일, 관객들을 상대하는 스태프를 하기 위해 런던으로 버스를 타고 온 실업자들에 대한 논란이었다. 이들은 적절한 숙소와 보호장비는 고사하고 식사(당연히 임금 역시)조차 제공받지 못했다. 근로복지제도 및 그와 유사한 제도를 통해 노예노동과도 같은 조건에서 일하는 실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사건보다 더 명백히 보여주는 고발은 없을 것이다.
(여왕의) 세습된 부와 지위를 축하하는 거창한 행사 이후, 6월 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권리의 문화’에 반대하는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을 통해 그는 복지수당을 받으면서 많은 자녀를 둔 사람들을 비난하면서 사회보장예산 ‘개혁’의 두 번째 국면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마련했다. 카메론 총리는 25세 미만인 사람들에 대한 주택보조금 지급 중단,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한 축소, 다자녀 가구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을 골자로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에 따르면 ‘권리의 문화’가 심각한 사회 분열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듣자하니 그런 분열은 상층의 ‘권리를 가진’ 극소수와 점점 늘어나는 하층의 대중들 사이의 물질적 격차로 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캐머런이 말한 ‘바람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들의 노동에 기대어 무임승차하는 복지수혜자 사이에 진짜 분열이 존재한다고 한다. 즉 노동계급 내부의 고용된 사람과 고용되지 못한 집단 간 분열이라는 것이다.
계급투쟁이 축제를 망치다
투쟁 중인 코리튼 정유노동자들 (출처 : socialist party) |
그러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거대한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맑스가 말한 역사의 ‘노련한 두더지(Old mole)’인 계급투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6월, 에식스 주의 코리튼 정유공장(2007년에 페트로플러스 소유가 되었으나 페트로플러스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역주)에서는 피켓시위 등 경찰과의 전투가 진행되었다. 180명의 노동자들은 스위스 기업인 페트로플러스(유럽최대의 정유업체-역주)로부터 정리해고될 예정이었다. 이 투쟁에 린지 지역(영국 중동부의 링컨셔 주 내의 지역-역주)과 그레인지머스(스코틀랜드 중부의 Forth 만(灣)에 면한 도시-역주)에 있는 공장 노동자도 함께했다.
6월 말 에섹스에서는 소방관들의 파업도 벌어졌다. 소방당국의 현장대응 서비스(frontline service) 축소에 반대하는 긴 투쟁 과정에서 5차례로 예정된 파업 계획 중 첫 번째 파업을 진행한 것이다. (에섹스 소방관들은 10월까지 1시간~24시간의 파업을 다섯 차례 벌일 것이라고 발표했다.-역주)
우리는 런던 버스의 하루 파업으로 인해 33번 도로가 정체된 것을 보았다. 버스회사 직원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의 보너스를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하고 있었다. 런던 지하철 기관사 역시 올림픽 기간 동안의 보너스 지급을 요구하며 투쟁을 하고 있었다.
런던 버스 운전사들이 파업한 첫 날, 바로 그날에 의사들은 연금과 관련하여 전국적인 ‘쟁의 행위’를 벌였다.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이러한 투쟁은 모두 작고 고립돼 있으며 노동조합이 강화해 놓은 단사주의적인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투쟁은 여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투쟁들이 우리 모두를 ‘조국’으로 포섭하려는 대대적인 캠페인에 직면하여 벌여졌기 때문이다. 이런 투쟁이 발생한 것 자체가 우리가 계급, 그 중에서도 노동계급에 속해있다는 증거다. 노동계급이란 그 정의상 국제적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노동계급은 똑같은 착취의 체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체제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고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노동계급과 같은 정도의 위기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 때 지배계급은 국익을 위해 커다란 희생을 감수할 것을 우리에게 기대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이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는 오로지 계급투쟁, 우리의 계급정체성, 계급의식만을 믿을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