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풍경
〔산형추경호 강색야유명〕이라고 어느 한학자가 말했다. 산의 모습은 뭐니해도 겨울을 이겨내고 봄 여름이 자나 가을이 와야만 진짜 아름다운 형태를 나타내며 강의 색깔은 밤처럼 어두워져야만 밝고 아름다운 재모습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나는 나름대로 작품활동을 해온지가 어언 20년(98년현재3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 개인전을 여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자 작가로서는 가장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미루기를 되풀이하며 해가 갈수록 진짜 내놓을만한 작품이 점점 어렵게 생각되다 보니 이제는 개인전을 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 적어도 상단한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쉽게 작품전을 가질수가 없다는 애기도 들었다.
그런데 개인전을 잘도 여는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는 적지가 않으니 신통하다면 아주 신통하다. 그런 사람들의 전시회일수록 무슨 꽃장식이며 화환들이 그렇게 요란하게 전시장을 가득 메우는지 또한 신통하기 짝이 없다.
화환과 키 높은 꽃장식물이 전시작품을 가로막을 정도로 쌓여 있는가 하면 작품을 감상하며 발길을 옮겨놓다 잘못하여 화분과 함께 넘어지는 사람도 본다. 이들 화분이나 꽃장식품마다에는 고관대작의 직함 이를테면 무슨 국회의원이니 대학총장이니 무슨 관서장이니 이름난 재벌들의 이름이 서열을 갖추고 달려 있다. 어떤 관람객들은 전시 미술작품은 처음부터 도외시하고 화분 감상과 기증자의 직함이며 이름을 읽는데 더 열심인 경우도 본다.
이런 꼴이다보니 작품 감상은 무엇보다도 우선이어야 하고
훌륭한 작품일수록 올바른 감상을 위해서는 전시장이 경건하고 조용한 분위기여야 할 것이다. 그와 못지않게 관람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 밖에는 다른 설명이나 장식이 필요하지가 않다. 우리 주변의 미술전시장에 웬놈의 화환이며 꽃장식이 계단이며 통로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요란한지 낯이 뜨거워지는 때가 많다.
1988. 10. 국제신문 연제
작 가 오 세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