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호 선생님의 <4인칭에 관하여> 출판을 축하 드립니다.
벽 속의 문
윤석호
종이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선을 따라 벽이 자라며
세상은 돌연 안, 밖으로 나누어진다
멀쩡한 벽에 구멍을 뚫고 문을 만든다
마치 처음부터 문을 위한 벽이었던 것처럼
숨을 벽에 가두고
능숙하게 문을 여닫으며 관악기가 음을 만들어낸다
스위치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건전지 속 열망이 어떻게 전구를 불태우며
빛날 수 있었을까
고독하지 않고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듯이
모든 것을 막음으로써 벽은 문을 부추기는 걸까
벽이 사라진 사막은
알갱이 하나마다 각자의 벽을 만들고는
풀 한 포기 키워내지 못한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와 그를 알기 전까지
나는 벽을 몰랐다
미로 같은 생의 한복판에서
그는 막아섰지만 가두지 않았고
두드리는 곳 어디에나 금새 문을 만들고 품어주었다
아픔이었지만 사랑이었고 벽이었지만 문이었다
종이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위에 작은 문을 만들면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첫댓글 윤석호 선생님께서 부산일보로 등단하신 뒤 오랜 시간에 걸쳐 달구어낸 귀한 첫 시집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낭독하시는 뒤로 보이는 초록 배경이 참 좋아요. ^^ 이런 시간을 진작 가졌어야 했는데...
여러번 읽음을 반복하면서 윤석호 선생님의 글 속에 마음이 딸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야외에서의 시 낭송이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였습니다. 첫시집 발간을 축하 드립니다. ^^
긴 시간 속에서 탄생한 시들이 하나로 묶여 멋진 시집이 되었네요. 야외에서 듣는 시낭송, 분위기 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신 시집 귀하게 맛나게 잘 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저는 제 모습 보는게 부끄러워 클릭하고 싶지 않았는데...여러 선생님들께서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