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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강론 “추기경은 왕궁에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2월 23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새 추기경들과 공동집전한 미사 강론 전문
“자비로우신 아버지, 당신의 도움으로, 저희가 성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소서.” (시작 기도) 오늘 미사의 시작 기도인 이 기도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교회를 살아있게 하고 인도하시는 성령께 귀를 기울이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창조적이며 새롭게 하시는 능력으로 성령께서는 역사의 순례 여정에 있는 하느님 백성의 희망을 항상 지켜주십니다. 파라클리토(Paraclitus, 보호자)이신 성령께서는 항상 그리스도인의 증언을 뒷받침해 주십니다. 새 추기경들과 함께 우리 모두는 방금 우리가 들은 성경 말씀을 통해 이 순간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성령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제1독서에서 당신 백성을 부르시는 주님의 말씀이 울려 퍼집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 부르심을 되살리십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이 말씀들은 주님의 제자들인 우리에게 도전합니다. 오늘날 특히 이 말씀들은 저와 여러분, 친애하는 추기경 형제들에게, 특히 어제 추기경단에 새로 들어오신 분들에게 하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함과 완전함을 닮는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목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1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행동 양식이 우리 자신의 규범이 될 수 있게 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성령의 도움이 없이는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교적 거룩함은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세 배로 거룩한 하느님의 성령에―의지적으로, 그리고 정성스럽게― 순응한 결실입니다. 레위기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 너희는 동포에게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레위 19,17-18). 이런 태도는 하느님의 거룩함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다르고, 너무나 이기적이고, 너무나 자만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느님의 선함과 아름다움은 우리를 끌어들이시고, 성령께서는 매일 우리를 정화하고 변형하고 일으켜 세우십니다. 회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회개를 체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가, 특히 추기경 여러분과 저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회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거룩함을 말씀하시고, 새 법인 당신의 법을 설명해 주십니다. 그분께서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의 불완전한 정의를 하느님 나라의 드높은 정의와 대조시킴으로써 설명하십니다. 첫 번째 대조는 복수에 관한 것입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 5,38-39).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행한 악을 되갚지 말라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더 온유하게 해줄 선한 일을 추구해야 합니다. 두 번째 대조는 우리의 원수에 관한 것입니다.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3-44).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사랑할만하지 못한 사람을 사랑하라고 요구하십니다. 되돌려 받을 것을 기대하지 말 것을 요구하십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마음과 관계와 가정과 공동체, 그리고 전세계에 널려있는 빈 곳을 채우라고 요구하십니다. 나의 형제 추기경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훌륭한 매너를 가르치기 위해, 식탁에서 매너 있게 행동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우리에게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을 하려 했다면, 굳이 하늘에게 내려와 십자가에서 죽어야만 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에게 길을, 죄에 빠지기 쉬운 상태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을 보여주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 거룩함의 길은 자비입니다. 그분께서 보여주셨고, 매일 계속해서 보여주고 계시는 자비입니다. 성인이 되는 것은 사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 구원에 필수입니다.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고 계신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추기경 여러분, 주 예수님과 어머니 교회는 우리에게 강한 열정과 충정을 갖고 거룩하게 되는 이 길들을 증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추기경의 거룩함은 바로 자기를 선물로 내주고, 대가없이 헌신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에게 적개심을 가진 이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을 축복합니다. 우리는 그럴만하지 못한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내세우려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만을 온순함으로 대항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당한 모욕을 잊습니다. 그리스도의 성령께서 항상 저희를 인도하시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분께서는 십자가에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하셨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분의 사랑이 흘러나오는 “통로”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것이 추기경이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이것이 추기경이 행동하는 방식이 되어야만 합니다. 저는 특별히 여러분에게 이 말을 합니다. 추기경은 로마의 교회에 들어가는 것, 나의 형제가 되는 것이지 왕궁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왕궁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 방식과 태도, 즉 음모, 잡담, 파벌, 정실, 붕당 따위를 피하고 다른 사람도 피하도록 도웁시다. 우리의 언어가 다음 복음의 언어가 되도록 합시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우리의 태도가 진복팔단의 태도가 되게 하고, 우리의 길이 거룩함의 길이 되게 합시다. 다시 한 번 더 기도합시다. “자비로우신 아버지, 당신의 도움으로, 저희가 성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소서.”
성령께서는 오늘도 바오로 성인의 말씀을 빌어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며,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6-17). 우리가 이 성전인데, 이 성전에서 실존적 전례가 거행되고 있습니다. 즉 선함과 용서와 봉사의 전례가 말입니다. 한 마디로 사랑의 전례가 거행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 성전은 우리가 우리 이웃에 대한 의무들을 무시할 때 더럽혀집니다. 가장 작은 형제, 자매들이 우리 마음에 있을 때마다 그곳에 계신 분은 하느님 그분이십니다. 그 형제, 자매에게 문을 닫을 때마다 환영받지 못하는 분은 하느님 그분이십니다. 사랑이 없는 마음은 속화된 교회, 더 이상 하느님께 봉사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물과 같습니다. 친애하는 추기경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우리 사이에도 일치합시다! 저는 여러분에게 저와 가까이 머물러달라고 청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충고와 도움을 갖고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 모두, 주교들, 사제들, 부제들, 봉헌생활을 하는 분들, 그리고 평신도 모두에게 청합니다. 추기경단이 복음에 봉사할 수 있도록, 교회가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기경단이 항상 목자로서 뜨거운 사랑을 갖고 거룩함으로 충만하기를 성령께 탄원해주시실 청합니다. 번역 : 박동호 신부 (서울대교구 신정동성당 주임,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