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저의 직장생활은 비교적 순탄한 편입니다. 그 배경에는 많은 선후배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할 수 있는 비결은 결코 자신에게만 달려있다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어떤 상사와 부하직원을 만나느냐가 관건입니다. 상사는 인덕만 풍성
하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닌 것 같고, 저의 판단을 옳게 훈육 해 주는 공사가 명확한 사람이 좋은 것
같습니다. 즉, 좋은 사람보다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후배들은 함께 술 마시고 즐겁게
지낼 사람들보단 충실히 따라주고, 사고 치지 않는 사람이 정답 아닌 정답 같습니다. 결국 직장에서
사표 쓰는 경우는, 내 자신 보단 외부 환경 (비전, 인간관계)에 의해 더욱 좌지우지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순탄한 직장생활을 했다고 위안하는 이유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며 그렇지 못했다면 저도 분명히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것입니다. 현재 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중한 회사후배가
보낸 금년 연하장에 기재된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 적어 봅니다.
“돈을 남기면 하수, 업적을 남기면 중수, 사람을 남기면 고수다.”
-고토 신페이 (일본 근대 정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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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 CEO / Leader
“어느 누구도 100% 옳은 결정만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결정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옳지 않은 결과였다고 하더라도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 또한 그것이 단호한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곧이곧대로 밀고 나가기 보단 새로운 정보를 접하여 결정을 바꾸어야 할 때는 단호히
바꾸어야 한다. “
“리더는 해결책을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일반적으로 합의하는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의사 결정 과정을 조율한다. 동의란 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직원들이 인식하는 내용의
문제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들은 카리스마가 자산인 만큼이나 동시에 부채 일 수도 있다.
위대한 기업들의 CEO는 카리스마적인 성격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측면 그리고 직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대한 기업에 카리스마적 CEO가 적지 않았으나, 그들이 물러난 후
회사가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는 사례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보다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근본적인 변화를 자극하기 위해 외부에서 CEO를 영입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 못 된 것이었다.
내부에서 성장한 경영진이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가 비교기업에서 보다 비전기업에서 – 여섯
배 – 많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요한 변화와 신선한 생각은 내부에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침을 놓았다.”
“CEO가 지속적인 추진력을 축적하는데 실패하고, 후계구도를 구축하는데 기회를 잃을 경우,
파멸의 상태로 빠져 들게 되는데, 주된 2가지 패턴은 ‘인수의 그릇된 활용’과 ‘이전 세대의
작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리더의 선택’이다.
“리더로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업무 추진의 일관성 (consistency)과 응집력 (coherence)
이다. 이는 리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전후의 리더가 얼마만큼 일관성을 갖고 일을
추진하였고, 할 것이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차이가 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훌륭한 리더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요소가 7가지 있다. 참됨 (Authenticity), 단호함
(Decisiveness), 집중력 (Focus), 대인관계 (Personal Touch),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사람을
다루는 기술 (Hard/Soft People Skill), 의사소통 (Communication), 진취성 (Ever Forward)
등이다. 많은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공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 위대한 기업들의 사례 >
u 3M의 전설적인 윌리암 맥나이트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겸손한’, ‘신중한’, ‘강요하지 않으며 부드러운’, ‘조용하고 사려 깊으며 진지한’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SONY의 이부카 마사루 회장도 말 수가 적으며 사려 깊고 내성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HP의 빌 휴렛은 친근감 있고 소탈하며 친절한 아이오와의 시골 농부 이미지를 풍긴다. P&G의 프럭터와 갬블 회장은 딱딱하나 점잖은 인물로 묘사되었고, Boeing 역사상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빌 앨런 사장은 ‘다소 수줍어하며 웃음이 많지 않으나 인자한’성격의 소유자로, 메르크의 조지 메르크는 매우 자제력이 높은 인물로 평가되었다.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었다면 좋은 일이나,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나쁠 것은 전혀 없다.
u GE의 잭 웰치 회장은 1990년대, 기업 개혁에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로 널리 인정 받는 사람으로 칭송 받았다. 그리고 잭 웰치 회장은 마치 표류 하는 GE를 구해낸 인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전임 회장이었던 레지널드 존스 등 1915년 이후 웰치 이전의 역대 CEO들이 재임한 기간동안의 성장율이 그가 재직한 첫 10여년 보다도 더 높았다. 웰치와 같은 우수한 CEO 들이 회사 내부에서 양성되어 1세기 동안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이야 말로 GE가 비전기업으로 불리는 핵심적인 이유일 것이다.
u 콜게이트 vs. P&G
: 1806년 창업한 콜게이트는 100년 동안 안정적인 성장을 보인 회사였으며 규모면에서P&G 와 거의 비슷한 회사였으나, 1940년 이후 P&G의 1/4 수준에도 못 미치는 규모로 전락하였다. 콜게이트는 4대에 걸쳐 가업을 잘 이끌어 갔으나, 회사 내부에서 적절히 양성된 후계자들이 없어 낯선 외부인을 CEO로 영입하다가 회사가 기울어 진 경우이다. 새로이 CEO가 된 피어스는 ‘기업 확장에 열병’에 들떠 규모를 키우는 데만 정신이 팔려 콜게이트의 사업 기반과 기본 가치를 무시 했고, 지나치게 소매업자들에게 인색하여 소비계층이 크게 이탈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와는 반대로 P&G에서는 쿠퍼 프록터 회장이 1930년 창립자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최초로 20여년 동안 P&G에서 양성한 리처드 듀프리라는 후계자를 배출하였고, 그가 재직한 18년간의 임기는 성공적으로 마치어졌다.
u 제니스 vs. 모토롤라
: 제니스의 창립자인 유진 맥도널드 2세는 지배욕이 강한 ‘사령관’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그는 유능한 후계자를 키어 놓지 않고 사망했다. 그의 후임으로 직속 부하였던 70세가 넘는 인물이 미래가 아닌 과거에 의존하며 경영을 계속하였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였고 계속해서 새로운 CEO를 선발하여 위기를 추스리려 하였지만, CEO들의 갑작스런 사망 등으로 인해 포드사 출신의 존 네빈을 영입하였다. 그는 회사의 고유 가치와는 계속 멀어진 경영으로 1979년 사임하였고, 그 후 제니스는 1995년에 한국의 LG전자에 인수되는 처지가 되었다. 반면 모토롤라는 혼란 없이 기업의 핵심 가치를 잘 보존한 경영진 승계의 모범적 사례이다. 창립자인 폴 갤빈은 자신의 아들인 밥 갤빈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19년 전부터 고등학생 신분인 아들을 회사 밑바닥에서부터 훈련시켰다. 내부에서 성장한 리더십의 연속성 이라는 개념을 강화를 아버지는 19년 전부터 준비했다면 아들인 밥 갤빈은 한 술 더 떠 25년 전부터 이를 실행한다. 바로 그것이 CEO실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보통 3명의CEO들로 채웠고,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회사를 책임질 수 있는 유능한 인물들이 회사에 포진해 리더십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참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모토롤라는 2011년 안드로이드체계 기반을 구축한 구글에 인수되는 시련을 겪게 된다. 무슨 운명인지는 몰라도 27년간 CEO를 엮임 한 밥 캘빈은 같은 해 8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구글의 스마트폰 시장 진입은 향후 시장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되며,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LG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내다 보는 이들이 많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돈, 업적 & 사람을 남기면............ 선수 ㅋ
제가 어떤 선배인지, 또 어떤 후배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 듯 합니다.
살인적으로 바쁜 스케줄 속에 이런 장문의 글을 일목요연하게 지속적으로 쓰실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또한 연하장 또한 셀 수 없이 받으실텐데 하찮은 후배의 멘트를 기억하고 계시다니 큰 감동이네요. 멋지고 존경받는 삶을 사시고 계시지만 때로는 정말 힘들고 울고 싶으실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 실수도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