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6권
4.6. 번뇌심소의 양상(2), 악견의 행상의 다섯 가지
이 악견의 행상(行相)은 구별하면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살가야견(薩迦耶見)139)이니,
5취온에 대해서 나ㆍ나의 소유로 집착함을 말한다. 모든 견해의 의지처가 되는 것을 업으로 한다.
이 견해를 구분하면 스무 가지 문구[句]140)와 예순다섯 가지 문구 등이 있다.
후천적으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것에 포함된다.
둘째는 변견(邊見)141)이니,
그것142)에 대하여 따라서 단멸과 상주함으로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의처(意處)143) 중의 실천[行:道諦]과 벗어남[出離:滅諦]을 장애함을 업으로 한다.
이 견해의 종류를 말하면,
여러 견해 중에서 과거의 것[前際]144)을 집착하는 네 가지 두루 상주한다는 견해[遍常論], 일부만 상주한다는 견해[一分常論], 미래의 것[後際]145)을 계탁하는 열여섯 가지의 표상작용이 존재한다는 견해[有想論], 표상작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해[無常論]와 표상작용[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俱非]에 각각 8론(論)이 있으며,
그리고 일곱 가지 단멸론[七斷論] 등이 있다.146)
이것은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것에 포함된다.
셋째는 사견(邪見)이니,
원인147)ㆍ결과148)ㆍ작용149)ㆍ참다운 존재[實事]150)를 비방하고, 네 가지 견해가 아닌 다른 모든 삿된 집착을 말한다. 증상연과 같이 명칭도 뜻도 두루하기 때문이다.
이 견해의 종류를 구분하면, 여러 취착된 견해 중에서 과거[前際]를 집착하는 두 가지 무인론(無因論)과 네 가지 유변론(有邊論) 등과 불사의 교란[不死矯亂], 그리고 미래[後際]를 계탁하는 오현열반(五現涅槃)이 있다.151)
혹은 자재천152)ㆍ대자재천[世主]153)ㆍ제석천ㆍ범천왕154) 및 다른 사물[物類]155) 등이 상주해서 변화가 없다고 계탁한다.
혹은 자재천 등은 모든 사물의 원인이라고 계탁한다.156)
혹은 어떤 사람들은 제멋대로 여러 삿된 해탈을 계탁한다.157)
혹은 어떤 사람들은 망령되게 도(道)가 아닌 것을 집착해서 도(道)로 삼는다.158)
이와 같은 모든 견해들은 다 삿된 견해이다.
넷째는 견취견(見取見)159)이니,
여러 잘못된 견해와 의지처인 5온에 대하여 집착해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삼아서 능히 청정(열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투쟁의 의지처가 되는 것을 업으로 한다.
다섯째는 계금취견(戒禁取見)160)이니,
여러 견해에 수순하는 계율과 의지처인 5온에 대하여 집착해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삼아서, 능히 청정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로움 없이 수고롭게 애쓰는 고통의 의지처가 되는 것을 업으로 한다.
그런데 어떤 곳에서 말하기를,161) 집착해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삼는 것만을 견취견으로 이름하고, 능히 청정을 얻는다고 집착하는 것만을 계금취견으로 이름한다고 한 것은 그림자처럼 생략해서[影略] 말한 것이거나, 162) 근기에 따라서 말한 방편문[隨轉理門]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가사지론』 「섭결택분」에서 어째서 멸제가 아닌 것을 멸제라고 계탁하고, 도제가 아닌 것을 도제라고 계탁하는 것을 삿된 견해라고만 말하고, 두 가지 견취견에 포함된다고는 말하지 않았겠는가?
이상과 같이 총체적인 것163)과 개별적인 것164)의 열 가지 번뇌심소 중에서,
여섯 가지는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후천적으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것에 통한다.165) 자연히 일어날 때에도, 사려 관찰할 때에도 함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의(疑)심소와 나머지 세 가지 견해166)는 오직 분별에 의해 생겨난다. 반드시 나쁜 친구나 삿된 가르침의 힘, 스스로 살펴서 사려 관찰함에 의해서 비로소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변견(邊見) 중에서 선천적으로 일어남에 통하는 것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
오직 단견(斷見)뿐이다. 상견(常見)은 양상이 두드러지므로, 나쁜 친구 등의 힘에 비로소 이끌려 생겨나기 때문이다.
『유가사지론』 등에서 말하기를
“어떤 변견이 선천적으로 일어나는가? 단견에 포함되는 것을 말한다. 현관(現觀)을 배우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공포심을 일으킨다. 지금 나[我]167)의 나168)는 어느 곳에 있는가?”169)라고 한다.
따라서 짐승 등은 거스르는 연[違緣]을 만날 때에는 모두 내가 단멸된다고 두려워해서 공포심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
그 논서는 두드러진 양상에 의거해서 말한 것이고, 논리와 진실로써 말하면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역시 상견(常見)에 통한다.170)
짐승 등은 내가 항상 존재한다고 집착해서, 치열하게 오랜 기간 지낼 수 있는 재료ㆍ도구[資具]171)를 만들고 모은다.172)
따라서 『현양성교론』 등 여러 논서에서 말하기를
“5취온에 대해서 단멸되는 것으로 집착하거나 항상하는 것으로 계탁하는 것은, 선천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후천적으로 분별에 의해 일어나기도 한다”173)고 한다.
139)
살가야견(薩迦耶見)은 산스끄리뜨 satkāya-dṛṣṭi의 번역어이다. 유신견(有身見)ㆍ신견(身見) 등으로 의역(意譯)된다. 5온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임시적 육신을 실아(實我)라고 집착하는 소견이다. 또한 육신에 달려 있는 일체의 소유도 고정된 소유주가 있는 것이 아닌데, 그것을 나의 소유라고 집착하는 소견을 말한다.
140)
5온(蘊)의 각각에 네 가지 문구가 있어서 합하면 스무 가지가 된다. 즉 색온(色蘊)에 대해서 말하면, “물질[色]은 나이다”, “나는 물질을 갖는다”, “물질은 나에게 속한다”, “나는 물질 중에 있다”라고 계탁하듯이, 하나의 온(蘊)에 네 가지가 있다. 5온(蘊)에서 말하면 스무 가지 문구[句]가 된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다섯 가지 아견(我見:5온 각각에 대한 나라는 견해)과 열다섯 가지 나의 소유라는 견해[我所見:5온 각각에 我瓔珞ㆍ我童僕ㆍ我器라는 세 가지씩의 我所見]가 되므로 합하면 스무 가지 문구가 된다.
141)
극단에 집착하는 견해이며, 변집견(邊執見)이라고도 한다.
142)
아견(我見)의 대상을 가리킨다.
143)
단멸[斷]과 상주[常]의 극단을 떠난 중용(中容)의 의처(意處)이다.
144)
여기서 전제(前際)는 과거에 의해 분별의 견해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145)
여기서 후제(後際)는 미래에 의해 분별의 견해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146)
극단적인 견해[邊見]는 62견(見) 중에서 47견(見)을 포함한다. 마흔일곱 가지 중에서 마흔 가지(四遍常論ㆍ四一分常論ㆍ有想十六論ㆍ無想八論ㆍ俱非八論)는 상견(常見)이고, 일곱 가지는 단견(斷見)이다.
147)
보시(布施)나 탐착 등 모든 선악의 원인[因]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부정함을 가리킨다.
148)
선악업에 초감(招感)되는 이숙과(異熟果)가 없다고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149)
세간ㆍ부모 등 모든 사회ㆍ국가를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150)
세간의 참다운 아라한(阿羅漢)도 없다고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151)
『성유식론술기(成唯識論述記)』 제6권 말(末)에 각각의 견해에 관하여 상세하게 발명되어 있다.
152)
욕계 제6천인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다.
153)
여기서 세주(世主)는 대자재천, 즉 색계의 18천 가운데 최고천인 색구경천(色究竟天)을 말한다.
154)
색계 초선천(初禪天)의 주(主)이다.
155)
자성(自性) 등을 가리킨다.
156)
집제(集諦)에 대한 삿된 견해이다.
157)
멸제(滅諦)에 대한 삿된 견해이다.
158)
도제(道諦)에 대한 삿된 견해이다.
159)
잘못된 견해에 취착하는 견해이다.
160)
계금(戒禁)은 계법(戒法)이라는 뜻이다. 계금취견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외도에서 잘못된 계법에 집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불교인 중에서 계법의 진정한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하기보다는 계법의 형식 그 자체에 취착하는 경우이다.
161)
『대승아비달마잡집론』 제1권(『고려대장경』 16, p.285中:『대정장』 31, p.698上), 『유가사지론』 제8권(『고려대장경』 15, p.57下:『대정장』 30, p.313下), 『현양성교론』 제1권(『고려대장경』 16, p.57上:『대정장』 31, p.482上), 『대승광오온론(大乘廣五蘊論)』(『고려대장경』 17, p.675上:『대정장』 31, p.853上).
162)
견취견(見取見) 중에도 사실은 청정(열반)을 얻는다고 집착하는 것이 있고, 계금취견(戒禁取見) 중에도 사실은 최승(最勝)이라고 집착하는 것이 있다. 따라서 각각 한쪽만을 말하고, 다른 것은 영략(影略)해서 미루어 알게 한다는 뜻이다.
163)
탐(貪)ㆍ진(瞋)ㆍ치(癡)ㆍ만(慢)ㆍ의(疑)ㆍ악견(惡見)의 여섯 가지 번뇌심소를 말한다.
164)
여섯 가지 근본번뇌심소 중에서 악견을 세분하여 유신견(有身見)ㆍ변견(邊見) 등의 다섯 가지로 분류한 것을 가리킨다.
165)
이하 열두 가지 부문을 판별한다[諸門分別]. 먼저 열 가지 번뇌심소 중에서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것[俱生起]과 후천적으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것[分別起]을 판별한다.
166)
사견(邪見)ㆍ견취견(見取見)ㆍ계금취견(戒禁取見)이다.
167)
구생(俱生)의 나[我]를 말한다.
168)
분별에 의한 나를 가리킨다.
169)
『유가사지론』 제86권(『고려대장경』 15, pp.1195下~1196上:『대정장』 30, p.780中), 제88권(『고려대장경』 15, p.1220中下:『대정장』 30, p.797上), 『대승아비달마잡집론』 제4권(『고려대장경』 16, 305下:『대정장』 31, p.711上), 제7권(『고려대장경』 16, p.329下:『대정장』 31, p.726下). 본문의 인용문은 『잡집론』 제4권의 전문(全文이다.
170)
현관(現觀)을 얻은 자가 무아관(無我觀)에 들어가고 나서 분별에 의한 나[我]는 이미 단멸되었음을 알며, 출관(出觀)할 때에 문득 공포를 일으켜서 지금 나의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다. 따라서 수도(修道) 중에서도 상견(常見)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171)
동굴과 음식 등을 말한다.
172)
그와 같은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 없어지지나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것은 반드시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173)
『현양성교론』 제1권(『고려대장경』 16, p.57上:『대정장』 31, p.482上), 『유가사지론』 제8권(『고려대장경』 15, p.516下:『대정장』 30, p.313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