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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해일륜_육조단경요역_2. 육조 성사께서 법을 받으신 역사
육조 성사六祖聖師께서 대범도량大梵道場에 계실 때에 소주자사韶州刺史 위거韋據와 문도門徒 1천60여 인이 지극히 공경 예배하고 도를 물었는데, 성사聖師가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다 마음을 청정히 하여 큰 지혜를 일으키라(生).”
라고 하시고 성사께서 얼마 동안 있다가(良久) 다시 대중에게 고하여 말씀하시기를,
“각성覺性이 본래 청정하니 다만 이 마음을 쓰면 바로 정각을 성취하여 마친 것이다.”
라고 하셨다. 다시 말씀하시기를,
“나의 역사를 들어 보아라. 나의 엄부嚴父께서 조정朝庭에서 벼슬하시다가, 영남嶺南 신주新州로 귀양 오셨는데, 부친께서 불행히 일찍 돌아가셨다. 가세가 기울어져서 생활이 곤란한 가운데 당상의 노모가 계셔서 남해南海로 돌아와서 참담慘擔한 생활로 지냈었다.
하루는 나무를 팔고자 시장에 가서 있다가 저녁 무렵에 나무를 팔아 돈을 받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려 할 즈음에 마침 한 사람이 경을 외우는데, ‘마땅히 머문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고 하였다.”
혜능惠能이 말씀을 듣고 곧 마음이 열리어 깨닫고 손님에게 묻기를,
“무슨 경을 외우신 것이오?”
객이 대답하기를,
“기주蘄州 황매현黃梅縣 동선도량東禪道場에 홍인 선사弘忍禪師께서 문도에게 고하여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다 『금강경』을 수지 독송하라. 반드시 정각을 성취할 것이다’라고 하셨기에 내가 홍인 성사에게 이 경을 받아 왔노라.”
혜능이 이 말을 듣고 저절로 탄식하여 말하기를,
“내가 홍인 성사에게 계법戒法을 받고자 하나 당상에 연로하신 자당慈堂이 계실뿐더러 옷과 양식(衣粮)이 없으니, 어찌하여 노모를 편안히 계시게 하고 저 홍인 성사의 문하에 참배參拜하여 무상도無上道를 배울까?”
라고 하니 객이 숙세宿世의 인연이 있는 것이어서 이 말을 듣고, 안타깝게 여기어 백금 10냥쭝을 주어 말하기를,
“이것을 가져다가 그대의 노모를 편안히 지내시게(安接) 하고 속히 황매현 동산東山법회에 가서 도를 배우라.”
라고 하였는데, 혜능이 백배 사례하고 본집에 돌아와 시봉을 두어 노모를 편히 모시게 하고 길을 떠난 지 30일이 다 못 되어서 황매현 동산법회에 참배하였다. 성사가 묻기를,
“네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가?”
혜능이 다시 배례拜禮하여 말하기를,
“제자는 신주 지방地方에 사는 백성이고, 온 뜻은 오직 정각을 구하고 다른 물건은 구하지 아니하나이다.”
성사께서 거짓 방편으로 안목眼目을 증험證驗하여 말씀하시기를,
“너는 영남 백성이고, 또 오랑캐이니 어찌 대각을 성취할 것인가?”
혜능이 여쭈기를,
“사람은 남북이 있다고 하겠지만, 영각성靈覺性은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 오랑캐의 몸과 성사의 몸은 높고 낮음(尊卑)이 있을지라도 영각성은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성사께서 도중徒衆이 시기할까 염려하시어 거짓 방편으로 말씀하시기를,
“그만 그치고 후원에 가서 일이나 하여라.”
혜능이 다시 여쭈기를,
“제자가 항상 지혜를 내어 자성을 여의지 아니하는 것이 복전이 되는 것이니 이 밖에 무슨 일을 하라 하십니까?”
성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오랑캐의 근성根性이 가장 맹리猛利하도다. 다시 말을 말고 후원에 가서 일이나 하여라.”
혜능이 즉시 명을 받들어 후원으로 돌아오니 원주가 나무를 패고 흰쌀을 찧는(白米舂精) 책임을 맡기었다. 혜능이 책임을 잘 이행하여 온 지 어언간 8개월八個月이 되었다. 성사께서 하루는 작무처作務處에 나아가서 혜능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악인들이 너를 해할까 염려하여 너와 말하지 아니하니 아느냐?”
혜능이 여쭈기를,
“제자도 성사의 뜻을 알기 때문에 감히 당전堂前에 가지 못합니다.”
또 하루는 성사께서 모든 문도를 불러 분부하여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남과 다만 복전만 구하고 생사의 대사를 해탈코자 아니하는데, 만일 자성을 미혹하고 복만 지으면, 삼계고해三界苦海를 어느 때에 해탈할 것인가?
너희들은 속히 게송을 지어 오너라. 크게 깨쳐 도에 계합하면 즉시 법을 전수하여 제6대 조사가 되리라. 사량思量하면 맞지 아니할 것이니 지체하지 말라. 비유하자면 용맹스러운 대장이 윤도輪刀를 들고 백만의 진중에 들어감에 이러쿵저러쿵(如何若何) 묻지 않고, 곧 쓰는 것을 보리라.”
이때 문도들이 성사의 가르침(敎則)을 받고 각자 처소에 돌아와 말하기를,
“우리는 헛된 힘을 들여서 게송을 지을 것이 없다. 신수 상좌神秀上座가 오늘날 교수사敎授師로 있으니 성사 백세 후에는 당연히 교수사를 의탁할 것이다.”
라고 하고 게송 짓기를 단념하였다. 신수가 모든 사람의 뜻을 알고 말하기를,
“불가불 내가 게송을 지을 수밖에 없다. 게송을 지어 바치지 아니하면 설혹 내가 지혜가 있다고 하더라도 성사께서 내 지혜의 깊고 얕음을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내가 법을 구하는 것은 옳고, 망령되이 조사의 성위(祖師聖位)를 희망하는 것은 옳지 못하도다. 참 어렵고 어렵도다.”
라고 하고 드디어 게송을 가지고 두어 차례나 성사에게 바치려 하였지만, 심중이 황홀하여 게송을 바치지 못하고 여러 차례 헛걸음을 하여 돌아오니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3일간이나 게송을 올리고자 하여 조사당전祖師堂前에 나갔으나 심중이 떨리어 끝내 게송을 바치지 못하고 헛걸음을 하여 돌아오니 잠자고 먹는 일(寢食之節)이 불안하였다.
신수가 마음속으로(內念) 생각하기를,
‘성사가 계신 처소 앞에 복도 세 칸(步廊三間)이 있으니 그 벽에다가 게송을 붙여 두어 자연히 성사께서 보시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다.’
라고 하고 이 밤 삼경에 게송을 남쪽 회랑 벽(南廊壁間上)에 붙이고 본처에 와서 다시 생각하기를,
‘성사께서 게송의 뜻이 도에 합하다고 하시면 내가 지은 것이라 하고, 만일 맞지 못하다면 내가 공연히 산중에서 세월을 허송하고 사람에게 공경예배를 받았다 하리라.’
라고 하였다. 그 게송에 말하기를,
‘몸은 보리나무와 같고
마음은 명경대와 같도다.
때때로 부지런히 떨치고 닦아
티끌(塵埃)이 끼지 않게 할지어다.’
라고 하였다. 성사께서 신수의 행동을 모른 체하시고 노봉공盧奉供을 불러 『능가경』 변상도를 그려서 남쪽 회랑 벽에 붙이려고 하다가 문득 게송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변상도變相圖를 그려 붙일 것이 없다.”
라고 하시고 곧 도중을 불러 말씀하기를,
“이 게송을 지송하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니, 너희들은 다시 지송하라.”
라고 하셨다. 이날 밤 삼경에 신수를 불러 묻기를,
“이 게송을 네가 지은 것이 아닌가?”
신수가 여쭈기를,
“감히 제자가 지었사오나 망령되게 조사의 성위를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사가 말씀하시기를,
“네가 문밖에서 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격이니, 이 같은 소견으로 무상대도를 어찌 얻겠는가? 본심과 본성이 불생불멸不生不滅함을 깨달아 만법을 건립하되 염념念念히 걸림이 없어 하나가 참되면 일체가 다 참되어 모든 경계(萬境)가 여여如如할 것이다. 만일 이와 같으면 곧 각성을 본 것이다. 또다시 내가 이틀간의 말미를 주는(受由) 것이니 게송을 지어 오거라.”
신수가 심중이 황홀하여 다시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그때에 한 동자가 방앗간을 지나며 신수가 지은 게송을 외우니, 혜능이 이 게송을 듣고 마음으로 ‘이 게송은 도를 깨치지 못하였도다’ 하시고 동자에게 물어 말하기를,
“무슨 글귀를 외우는가?”
동자가 대답하기를,
“너 같은 오랑캐가 어찌 알 것인가? 성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나고 죽는 일이 크고(生死事大) 무상無常이 신속迅速하니 너희들은 다 게송을 지어 오라. 만일 깨친 자가 있으면, 의발을 전하여 6대 조사를 삼을 것이다’라고 하셨기 때문에 교수사께서 지으신 게송이다.”
라고 하였다. 혜능이 말하기를,
“나도 이 게송을 지송하여 인연을 맺고자 하오니, 바라건대 상인上人은 나를 인도하오.”
동자가 혜능을 인도하여 게송이 붙은 곳에 안내하였는데, 혜능이 말하기를,
“나는 글자를 알지 못하니, 상인은 나를 위하여 한번 읽어 주소서.”
그때에 별가別駕 벼슬하는 장일용張日用이라는 사람이 있다가, 높은 목소리로 게송을 외우자 혜능이 청파에 말하기를,
“나도 또한 게송을 지을 것이니, 상인은 써서 주기를 바랍니다.”
별가가 말하기를,
“만일 오랑캐가 게송을 지으면 참으로 희유한 일일 것이다.”
혜능이 말하기를,
“무상대도를 배우고자 한다면, 초학初學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하인下下人도 상상인上上人의 지혜가 있고, 상상인도 하하인만큼 지혜가 못한 자도 있으니, 만일 사람을 업신여기면 무량한 죄가 있으리라.”
별가가 말하기를,
“게송을 외우라. 내가 너를 위하여 써 줄 것이니, 만일 네가 법을 얻거든 나를 먼저 제도하여 주기를 바라노라.”
혜능이 게송을 설하여 말하기를,
“보리菩堤는 본래 나무가 아니요
맑은 거울(明鏡)도 또한 받침대가 아니로다
본래 한 물건이 없으니
어떤 곳에 티끌(塵埃)이 끼겠는가?”
라고 하였다. 이것을 본 도중徒衆들이 크게 놀라서 말하기를,
“가히 얼굴로써 사람을 취하지 못할 것이로다. 우리가 어찌 성인을 부리어 먹었는가?”
하였는데, 홍인 성사께서 악인에게 해를 입을까 두려워하여 짐짓 신짝으로 문질러 버리고 말씀하시기를,
“이 게송은 견성하지 못한 것이다.”
라고 하시니, 도중들이 모두 의심을 놓아 버렸다. 성사께서 아무도 모르게 방앗간에 가서 혜능을 보시니, 혜능이 돌을 지고 쌀을 찧고(舂精) 있었다. 성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도를 구하는 사람은 법을 위하여 몸을 돌보지 아니하는 것이다.”
라고 하시고, 또 물으시기를,
“쌀이 다 익었느냐?”
혜능이 여쭙기를,
“쌀은 익은 지 오래되었지만, 택미擇米를 아직 못하였습니다.”
성사께서 주장자로 방아머리를 세 번 치고 주장자를 등 뒤에 메시고 가셨는데, 혜능이 그 뜻을 알고 이날 밤 삼경三更에 뒤 창문을 열고 방장方丈으로 들어가니 성사께서 법의法衣로 창문을 가리시고 『금강경』을 설하셨는데, ‘마땅히 머무는 것 없이 그 마음을 내라’고 하는 곳에 이르러 확철히 크게 깨닫고 여쭙기를,
“어찌 자성이 본래 청정하고 본래 생멸이 없으며, 본래 구족하고 본래 요동擾動함이 없으며, 만법을 생生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알았습니까?”
성사께서 혜능이 본성을 깨달은 것을 아시고 곧 삼경에 법을 전하시니 한 사람도 아는 자가 없었다.
성사께서 의발을 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제 네가 6대 조사가 되었으니 천하에 덕을 널리 베풀고(布德天下) 세상의 모든 사람을 널리 제도하여(廣渡蒼生) 끊어짐이 없게 하라.”
라고 하시고, 곧 게송을 주어 말씀하시기를,
“유정有情이 와서 종자種子를 심으면
인지因地에서 과果가 다시 나는도다.
무정無情은 이미 종자가 없는 것이니
성품도 없고 또한 생生할 것도 없도다.”
라고 하셨다. 〔이것은 현상(事)의 측면에서 분석한 것이다.〕 또
“정情도 없고 종자도 없으니 성품도 아니고, 또한 나는 것도 없도다.” 〔이것은 이치(理)의 측면에서 분석한 것이다.〕
성사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달마께서 처음으로 중국으로 오셨을 때 믿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법의法衣를 전하여 신信을 삼았지만, 다만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한 것이니, 법의法衣와 법기法器는 너에게만 전한 것이다. 이 뒤로는 다시 전하지 말라.
도가 법의와 법기에 있는 것이 아니지만, 만일 이 뒤로 의발을 전하다가는 투쟁이 일어나 많은 사람을 죽이는 폐단(殺戮之弊)이 생겨날 것이다. 네가 빨리 이곳을 떠나가야 할 것이다. 악인이 반드시 너를 해할 것이다.”
혜능이 말하기를,
“어디로 가야 하겠습니까?”
성사가 말씀하시기를,
“회懷 땅을 만나거든 곧 멈추고, 회會 땅을 만나거든 은신하라.”
라고 하셨다. 성사께서 친히 혜능을 데리고 구강역九江驛에 도착하시니, 마침 한 척의 목선이 있었다. 성사가 친히 노를 저으려 하신지라 혜능이 말하기를,
“미혹할 때에는 성사께서 제자를 건네주셨겠지만, 제자가 깨친 뒤에는 스스로 건너갈 것입니다. 건너는 이름은 하나이지만, 쓰는 곳은 다릅니다.”
성사가 말씀하시기를,
“나의 도가 너를 말미암아 크게 행할 것이다. 네가 떠난 지 3년이 되면 내가 이 세상을 하직할 것이니, 네가 남방으로 가되 도를 속히 전하지 말라. 시절인연이 오면 꽃 피고 잎 피듯 자연히 도가 천하에 퍼질 것이리라.”
사제 사이에 서로 작별하고 성사께서 돌아와 수일 동안 당堂에 오르지 아니하시니 문도들이 의심이 생겨서 일제히 나아가서 여쭈었다.
“무슨 병환이 나셨습니까?”
성사가 대답하기를,
“내가 의법을 전하여 남방으로 보냈노라.”
“어떤 사람에게 전수하셨습니까?”
성사가 말씀하시기를,
“혜능에게 전하였노라.”
라고 하셨다. 혜능이 성사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시고(拜別), 두 달 만에 대유령大庾嶺에 당도하시니, 5조 성사의 문도들이 분을 이기지 못하여 장정 수백 명이 혜능의 뒤를 급히 쫓아 법의와 법기를 강탈코자 하였다. 그 가운데도 진혜명陳惠明이라는 사람이 성질이 추악하고 기력이 절등하고 용맹이 남들보다 뛰어났으므로 쫓기를 급하게 하였다. 혜능 성사께서 법의와 법기를 크고 큰 반석 위에 던지며 말씀하시기를,
“이 의발은 신信을 표한 것이다. 가히 힘으로 다투겠는가? 그대는 마음대로 가져가라.”
라고 하시고, 수풀 속에 숨어 있었는데, 혜명이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므로 환희한 마음으로 급히 의발을 거두려고 하였다. 그런데 태산 같은 바위가 움죽우죽하고 의발은 조금도 요동치 아니하였다. 그러자 혜명이 크게 놀라서 엉겁결에 나오는 말이,
“제자는 법을 위하여 왔사옵고 의발을 위하여 온 것이 아니오니, 바라건대 이와 같은 인생을 제도하여 주소서.”
혜능 성사께서 반석 위에 좌정하시니, 혜명이 엎드려 절하고 말하기를,
“행자께서는 제자를 위하여 법을 설하소서.”
성사가 말씀하시기를,
“법을 위하여 왔다면, 모든 인연을 쉬어 한 생각도 짓지 말라. 내가 너를 위하여 법을 설할 것이다.”
얼마동안 한참 있다가 혜명에게 일러 말씀하시기를,
“선善도 생각지 말고 악惡도 생각지 말라. 바로 이때를 당하여 어떤 것이 혜명 상좌(明上座)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인고?”
라고 하시자, 혜명이 언하言下에 크게 깨닫고 다시 여쭈기를,
“위에서 말씀하신 은밀한 말씀과 은밀한 뜻 밖에 다시 은밀한 뜻이 있습니까?”
성사가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에게 설하여 준 것은 곧 은밀한 것이 아니라, 네가 반조返照하면 은밀한 것이 네게 있는 것이다.”
혜명이 또 여쭈기를,
“제가 오랫동안 황매현 동산법회에 있었으나 저의 본래면목을 깨치지 못하였는데, 이제 가르침에 힘입어 본연각성本然覺性을 깨달았습니다. 물 마시는 사람이 차고 더운 것을 자기가 아는 것과 같이 모두 그러하므로 행자는 곧 저의 스승이십니다.”
성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너와 나는 한갓 홍인 성사를 사부로 섬기었으니 달리 말을 하지 말라.”
라고 하셨다. 또 묻기를,
“혜명이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성사가 대답하기를,
“원袁 땅54)을 만나거든 그치고 몽蒙 땅을 만나거든 거주하라.”
라고 하셨다. 혜명이 다시 오던 길로 돌아가다가 뒤에 쫓아오는 무리를 보고 손을 저으며 말하기를,
“이 산이 높고 깊숙하고도 그윽하여(深邃) 종적이 묘연하니 다른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옳다.”
라고 하니, 쫓는 무리들이 다 그렇게 여기고 다른 곳으로 찾아가 버렸다. 성사께서 점차로 나아가서 조계曹溪에 도착하시니, 또 악한 무리가 뒤를 이어 따라왔다. 성사께서 드디어 사회현四會縣으로 가서 사냥하는 사람의 무리 중에 섞이어 피난하였다. 세월이 강물과 같이 흘러서(如流) 어언간 15년을 지냈다.
항상 사냥꾼과 더불어 법을 설하시니 엽사들이 다른 사무를 맡기지 아니하고, 항상 그물이나 지키라고 하였다. 매양 살아 있는 짐승을 보시면 다 놓아 버리시며, 밥을 먹을 때에는 고기 지지는 가마에 나물을 익혀 드시니 혹 사람들이 힐난하여 말하기를,
“고기 먹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 있겠는가?”
하였는데, 성사께서 웃으며 말씀하시기를,
“나는 고기 가에서 익은 나물만 먹을 따름이다.”
라고 하시었다. 하루는 악운이 다하고 설법을 하여 중생을 제도할 시대(說法度生時代)가 옴을 생각하시고 드디어 광주군廣州郡 법성사法性寺로 가셨다. 이곳에서는 인종印宗 법사가 문도 1천여 인을 거느리고 『열반경』을 강론하고 있었다.
때에 마침 바람이 불어 깃대에 달린 깃발(幡)이 펄렁펄렁 움직이고 있었는데, 한 학인은 말하기를,
“바람이 움직인다(動).”
라고 하고 또 한 학인은 말하기를,
“깃발이 움직인다.”
라고 하여 서로 각기 의견을 국집하여 논의論義하기를 그치지 아니하였는데, 성사께서 나아가 말씀하시기를,
“바람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인 것도 아니다. 인자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
〔객이 묻기를,
“그 뜻이 매우 깊으니 어떻게 뜻을 깨우쳐 압니까(解得)?”
용성이 대답하기를,
“바람이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뜻은 ‘바람 성품은 법과 같이 움직이는(法如是動) 것이어서 깃발이 동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니, 이 사람은 성性에 집착된 것이다. 또 깃발이 움직인다는 것은 이 사람 뜻에는 ‘깃발이 없으면 움직이는 표시가 없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니, 이 사람은 깃발이라는 모습(幡相)에 집착된 것이다.
성사께서 ‘깃발과 바람이 움직인 것이 아니다’라고 하신 말씀은 바람과 깃발을 내놓고 따로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 곧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 곧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삼계전체三界全體가 유심대광명체唯心大光明體가 움직인 것이라 하는 말씀인 것이다.”〕
인종仁宗이 이것을 보고 즉시 성사를 맞아 상석으로 모시고 예배한 후에 모든 성전聖典에 있는 깊고 깊은 뜻을 힐난하여 물어보자마자 한 말씀도 문자文字에 상관된 말은 없지만, 말씀마다 간략하고 이치가 적당하여 물 샐 틈이 없었다.
인종이 다시 여쭙기를,
“행자行者는 보통 사람과 같은(如常) 사람이 아니라 진실로 성인일 것입니다. 황매산에서 홍인 성사에게 법을 받고 법의와 법기를 가지고 남쪽으로 오셨다고 하더니 필시 행자가 분명합니다.”
드디어 인종이 제자의 예를 행行하고,
“법의와 법기를 대중에 보이시어서 신信을 표하소서.”
라고 청하자 성사께서 곧 법의와 법기를 보이셨는데, 인종과 그 문도 1천여 인이 일제히 뛸 듯이 기뻐하여(踊躍歡喜) 다 같이 제자의 예를 행하였다. 인종이 여쭙기를,
“홍인 성사께서 부촉하신 말씀이 없었습니까?”
성사께서 대답하시기를,
“오직 견성見性만 의논하시고 선정禪定과 해탈解脫을 의논치 아니하셨다.”
라고 답하셨다. 인종이 말하기를,
“어찌 이 선정과 해탈을 의논치 아니하셨습니까?”
성사께서 대답하시기를,
“선정이니, 해탈이니 하는 것은 두 가지 법이 되는 것이다. 대각의 법이 아니니 대각의 법은 둘이 없는 것이다.”
라고 하셨다. 인종이 묻기를,
“둘 없는 법은 어떠한 것입니까?”
성사께서 대답하시기를,
“네가 『열반경』을 강론하니, 밝게 각성覺性을 보는 것이 둘 아닌 법인 것이다.”
인종이 묻기를,
“『열반경』에 말씀하시기를, 고귀덕왕보살高貴德王菩薩이 부처님께 ‘살생·투도·음행·망어(殺盜淫忘)를 범하고 오역죄를 지은 자와 깨달음의 성품 종자를 끊은(覺種性斷) 무성천제無性闡提들은 마땅히 선근각성善根覺性을 끊습니까? 끊지 아니합니까?’”
라고 여쭙자, 대답하시기를,
“대각께서 말씀하시기를, ‘선근이 둘이 있는데, 하나는 선善이고, 하나는 불선不善이니, 각성은 선과 불선이 아니기 때문에 끊는 것이 아닌 것이다. 오온五蘊과 십팔계十八界를 범부는 둘로 보거니와 지혜 있는 자는 그 성품이 둘이 아님을 요달하는데, 둘 없는 성품이 곧 각성인 것이다’라고 하셨다.”
인종이 듣고 크게 환희하여 여쭈기를,
“제자가 경을 강론한 것은 기왓장과 자갈돌 같고 성사께서 강론하시는 것은 진금眞金과 같은 것입니다.”
하며 찬탄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