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연재에 몰두 하다 보니, 그만 깜빡했습니다.
오늘 이후 착실하게 올려드리겠습니다.
즐감하시길요!
제2화. 귀신을 보는 아이
- 신성한 매실 758(필명)
최림은 말을 해놓고선 괜한 소리를 했나 싶었다.
“뭐가? 내 눈엔 귀엽기만 한데.”
수애는 생글거리며 최림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 수애의 눈빛에 최림의 얼굴은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최림은 솔직히 학교 수업이 재미가 없었다.
짝꿍이던 수애가 관심을 보여도 모르는 척했다.
최림의 관심은 오로지 아빠, 엄마를 죽인 놈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서 조종하던 그 무엇뿐이었다.
한 가지 더 있었다.
그때 홀연히 나타나 최림을 구해주었던 초로의 남자였다.
‘보통 실력이 아니었어. 제발 한 번만 더 만날 수 있다면.’
최림은 악령을 잊지 않으려 공책에 몇 번이나 그림을 그렸다.
그리곤 다 그린 그림을 커터칼로 찢어버리곤 또 그렸다.
그러던 어느 하루였다.
쉬는 시간이었다.
수애의 뒤에 앉아 있던 경수가 유달리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방앗간 집 딸! 지주의 딸! 너는 우리 아빠 같은 사람들의 적이야.”
그런데도 최림은 묵묵히 공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너 같은 건 죽어야 해!”
그러자 수애가 울기 시작했다.
최림이 들어도 그건 어린아이가 할 말이 아니었다.
최림이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경수 뒤에 그때 엄마, 아빠 살해 현장에서 보았던 시커먼 물체들이 보였다.
「그래, 잘하고 있어. 저년에게 더 심한 욕을 해.」
「네가 저 애를 죽여. 안 그러면 네가 죽는단 말이야.」
그것들은 자꾸 경수를 꼬드기고 있었다.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이 돌아갔다.
쓱.
최림은 조용히 커터칼을 오른손에 쥐었다.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시커먼 물체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것들이 칼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까악! 이게 뭐야?」
「아니, 우리를 보는 놈이 있단 말이야?」
그것들은 갑작스러운 최림의 반격에 우왕좌왕했다.
이 틈을 타서 최림은 책상을 밟고 놈들을 향해 튀어 올랐다.
그리곤 닥치는 대로 놈들을 향해 커터칼을 휘둘렀다.
퍽! 퍽! 퍽!
「악!」
그중 몇 놈이 최림에게 당하자, 한 놈이 소리쳤다.
「오늘은 이만 가자. 웬 놈이 방해하네.」
그러면서 그들 중 한 놈이 경수를 발로 차버렸다.
그런 경수를 최림이 얼른 품 안으로 안았다.
그때 한 놈이 최림을 향해 경고했다.
「도대체 네놈이 누군진 잘 모르지만, 아무리 네 놈이 말려도 저, 경수 놈은 잠시 후 죽어.」
“이유가 뭐야!”
최림이 경수를 안은 채로 고함을 질렀다.
놈들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제야 아이들이 최림 주위로 모여들었다.
“야! 최림! 무슨 일인데 너 혼자 허공을 대고 칼부림이냐?”
“경수를 왜 넘어뜨렸는데?”
이때 경수의 지나친 장난으로 울고 있던 수애도 최림을 바라보았다.
최림은 이 상황을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 그게 말이야. ….”
그중 학급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아이가 최림의 멱살을 잡았다.
“너! 귀신 본 거냐? 맞아? 이거 소문이 사실이네.”
최림은 잘 되었다 싶어 솔직히 말했다.
“그래, 경수를 조종하는 놈들을 보았어. 놈들이 경수를 죽이려 했고 잠시 뒤에, 경수가 실제로 죽어.”
최림의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그래? 그럼, 경수가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건 나도 모르겠어. 그분을 불러야 하지만, … 어디에 계시는지 ….”
헐 ~ .
“와하하하 ~ .”
그러자 멱살 잡은 아이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개 중에는 최림의 말에 내기를 제안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최림은 답답하기만 했다.
“경수야! 하하. 최림이가 그러는데 네가 조금 있으면 죽는데. 이를 어째?”
경수가 정신이 드는지 부스스한 얼굴로 최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순간, 최림은 경수의 얼굴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다.
아까 놈이 경수를 찰 때 복부 급소를 찬 것 같았다.
“농담이 아니야! 빨리 양호실에 데려가야 해.”
“와하하하 ~ .”
최림의 다급한 말에도 아이들은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그 순간, 경수의 안색이 급격하게 변해갔다.
콸콸콸.
갑자기 입에서 검은 피가 샘물 터지듯 뿜어져 나왔다.
‘어억!’
최림의 말대로 경수는 그 자리에서 급사하고 말았다.
경수의 이마에도 숫자, ‘666’이 새겨져 있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경수의 사망원인이 일부 밝혀졌다.
부검 결과 경수는 급성 복막염이었다.
그런데 경수의 아버지는 이게 모두 수애 아버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수네는 수애 집의 논밭을 부쳐 먹고 살았다.
가을 수확 때 소출이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건 여름 장마가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수애의 아버지는 풍년 때와 마찬가지로 수확량의 50%를 떼어갔다.
그래서 작년 겨울 경수네는 무척 힘들었다.
경수 아버지는 경수가 잘 먹지 못해 이런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이 사건으로 수애는 낯을 들지 못할 정도로 생활했다.
최림 역시 친구들에게 그날 허공을 대고 칼을 휘둘렀다고 놀림을 받았다.
친구들은 최림과 수애를 싸잡아서 욕을 해대었다.
어느 날 방과 후에 최림은 수애를 뒤쫓아 갔다.
수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다.
마침 방앗간 골목에 들어선 수애에게 최림이 앞을 가로막았다.
“너 때문이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우리 아버지의 욕심이 과했어. 난 그분의 딸이니 나도 책임이 있어.”
최림은 사실대로 말할까 고민했다.
마침 골목길에 떡볶이집이 있었다.
“우리 떡볶이나 먹을까?”
수애는 평소 말이 없던 최림이 호의적으로 나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떡볶이를 시켜놓고 최림은 사실을 말하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옆 테이블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게도 여자의 눈빛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안 먹고 뭐 해?”
그새 수애가 마음이 풀어졌는지 최림에게 포크를 건넸다.
“잠시, 잠시만.”
최림의 눈에 여자 주위를 뭔가가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처음엔 시커먼 그림자였다가, 어느새 끈적끈적한 액체로 변하는 물질이었다.
‘뭐지?’
그때 그 여자가 최림과 수애에게 말을 걸었다.
“애들아, 떡볶이 먹으러 왔니?”
여자는 술에 취해 발음이 어눌했다.
“네.”
수애가 대답하곤 최림에게 귓속말했다.
“이상한 여자다. 그지?”
“나도 너희만 할 때가 있었지. 어릴 때 이 집에 친구들과 자주 왔거든. 그런데 이십 년 만에 돌아오니 지금은 아무도 없어. 끄억.”
「남의 돈 떼어먹고 도망쳐 오니 아무도 없지. 이년아. 너 같은 건 죽어야 해.」
역시 여자의 뒤엔 시커먼 물체가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때 경수에게 저주를 퍼붓던 그놈이었다.
최림은 얼른 수애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수애야. 경수를 죽인 건 너희 아버지가 아니야.”
“뭐? 그러면?”
“그날 경수 뒤에 뭔가가 있었어. 내가 똑똑히 봤어. 그러니 네가 가슴 아파야 할 건 없단 말이야.”
수애는 갑작스러운 최림의 말에 귀를 쫑긋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무언가라니.”
“글쎄, 그게 말론 설명할 순 없지만, 현재 놈이 여기에 있어.”
최림은 수애가 건네준 포크를 꽉 쥐었다.
최림은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멧돼지 사냥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아버지는 최림에게 그렇게 말했다.
‘절대 적을 두려워하면 안 돼. 그럼 백 프로 네가 지는 거야. 어떤 싸움이라도 선방을 먹여. 그리되면 반은 이기고 가는 거야.’
최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놈은 아직 최림의 존재를 눈치 못한 것처럼 보였다.
살금살금
최림이 포크를 오른손 아래쪽 쥐고 내려찍을 때였다.
휘리릭 ~ .
바깥에서 바람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날라왔다.
‘쿠당탕!’
여자와 놈이 동시에 바닥에 널브러졌다.
“여기에 더는 나타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놀랍게도 놈을 꾸짖는 자는 그때 그 초로의 남자였다.
최림은 포크를 쥔 채,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우릴 괴롭히는 거야! 한때 우린 한솥밥을 먹었잖아.」
“시끄러워. 이 여자는 어릴 때 이웃집에 살던 내 친구의 딸이야. 그러니 그만 괴롭히고 꺼져. 안 그러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초로의 남자는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 악령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어찌나 빠른지 손이 안 보일 정도였다.
퍽!
어이쿠!
악령은 벽에 부딪힌 후, 초로의 남자 가랑이 사이로 얼른 기어 나왔다.
식당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간 놈이 큰소리쳤다.
「두고 보자고! 이 배신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