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탐라문화제 제주어말하기대회
중등부 최우수상
순천이의 ᄀᆞᆸ닥헌 절개
서귀포여자중학교 김민지 정희수 이혜리 임지호 (지도교사 김혜진)

영순 어멍 : (무대에 등장하며) 아이고 날도 더움도. 팔월 맹질 지난디 ᄒᆞᆫ참인디 언제민 산도록ᄒᆞ여질 거니.
벳도 과랑과랑허고 ᄇᆞ름이나 간드랑ᄒᆞ게 불엇이민 조키어. 겐디 영순인 어떵 허난 ᄀᆞ자 안 왐신고?
영순 : (뛰어 들어온다) 어머니~ 어머니~ ᄒᆞᆨ교 갓당 왓수다.
어머니 날도 싹싹 더운디 우리 개역에 얼음 동동 띄왕 드르싸불게마씸. 더웡 죽어지쿠다.
영순 어멍 : 아이고, 이 ᄄᆞᆷ 보라게. 또 ᄃᆞᆯ으멍ᄃᆞᆯ으멍 오랏구나이. ᄄᆞᆷ ᄎᆞᆯᄎᆞᆯ 흘리멍.
영순아 뎅기멍 푸더지지 말고이 ᄎᆞᆫᄎᆞᆫ이 뎅기라이.
고만서보라. 어치냑 우미 썰엉 먹단거 냉장고에 ᄒᆞ썰 남앗인디
영순이 숙제 햄시민 개역에 새우리영 뀃ᄀᆞ루영 뿌령 행오키어.
영순 : 우리 어머니가 췌고우다. 어머니 나 숙제햄시크메 얼음 띄웡 씨원허게 맹글아줘양.
(영순 어멍 나간다. 영순, 책가방에서 숙제할 것을 꺼내 엎드려서 숙제를 한다. 잠시 후, 신혼 부부 등장)
신혼 부부(남) : 얘! (영순이 숙제를 하며 못 듣는다. 좀 더 큰 소리로) 얘! 말 좀 묻자.
영순 : (고개를 들고 일어나 앉으며) 무사마씸. 귀청 털어지쿠다. ᄒᆞ끔 ᄉᆞᆯᄉᆞᆯ ᄀᆞᆯ읍서.
신혼 부부(남) : (못 알아듣겠다는 듯이 여자 쪽을 본다)
신혼 부부(여) : (영순이 눈높이로 다리를 오므려 앉으며) 얘, 우리가 서울서 와서 지리를 잘 몰라 그러는데,
천지연 폭포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면 되니?
영순 : (반가운 얼굴로) 천지연 폭포 마씸. 이디서 ᄒᆞᄊᆞᆯ 먼디양. 택시탕 갑서.
그디양 요자기 새연교 생경양 사ᄅᆞᆷ들 하영 가마씸.
(그때 영순 어멍 들어온다)
영순 어멍 : (차판을 들고 들어온다) 영순아, 무싱거니?
영순 : 어머니, 이 사ᄅᆞᆷ들 천지연 폭포 ᄎᆞᆽ암신디양. 걸엉 가잰 허민 머난 택시탕 가랜 ᄀᆞᆯ암수다.
영순 어멍 : (차판을 내려 놓고 영순이 어깨를 손으로 치며) 야인 무신. 그디가 머가 멀댄 택시탕 갈말이니.
바당도 ᄉᆞᆯ피곡 사ᄅᆞᆷ 구경도 허멍 ᄉᆞᆯᄉᆞᆯ 걸엄시민 폭포 조ᄁᆞ디 갈거 아니냐게.
신혼 부부(남) : 아주머니 죄송하지만 날씨가 더워서 그러는데 시원한 물 한잔 주시겠습니까?
영순 어멍 : (그릇을 남자에게 건네며) 이거 씨원허게 들이씁서. 보리 게역에 우미 채 썰어놩 얼음 띄운 거우다.
마, 영순이도 들이싸불라. (영순이에게도 건낸다. 영순 맛있게 먹는다)
신혼 부부(남) : 어, 시원하다. 맛도 구수하고. 더위가 싹 가시네요. 자기야 한 모금 마셔봐.
신혼 부부(여) : (받아마시고 그릇을 영순 어멍에게 건네며) 정말 맛있네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 저희들 천지연 폭포 가는데요. 제주도에 재미있는 이야기 많잖아요?
혹시, 천지연에도 그런 이야기 있나요?
신혼 부부(남) : 맞아. 제주는 신의 섬이라고 재미있는 신화나 설화가 많다고 들었는데.
영순 : 어머니, 난 웨돌개 할망 바위 이왁 아는디. 천지연 폭포에도 이왁이 신가양? 난 못 들어봣인디양.
영순 어멍 : 천지연 이왁말이냐. 이왁 듣고정 허우꽈? 허거들랑 이래왕 앚앙 들읍서.
이왁 들엉 가민 ᄆᆞ음이 ᄒᆞᄊᆞᆯ ᄂᆞᆷ덜광 달르지 안허쿠광.
신혼 부부(여) : 자기야. 다리도 아프고 아직 시간도 많은데 잠시 쉬다갈까? 아주머니께 재밌는 이야기도 듣고.
신혼 부부(남) : (잠시 시계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좋아. 그러자.
아주머니께 시원한 것도 대접 받고 이야기도 들려주신다고 하니 정말 감사하네.
아주머니, 그럼 잠시 폐 좀 끼치겠습니다.
영순 : (숙제하던 책과 공책을 옆으로 치운다) 어머니, 숙제랑 ᄒᆞᄊᆞᆯ 잇당허크라. 이~~
(영순이 어멍에게 애교를 부린다)
영순 어멍 : 야인~. 공부말고 헐 거 이시민 영도 지꺼지카이. 우리 영순이 ᄉᆞ망일엇저.
(영순이와 신혼 부부 남, 여는 퇴장한다. 영순 어멍이 천지연 폭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순 어멍 : 혹시, 천지연에 무신 뜻이나 이신지 알암수꽈?
천지연은양 하늘과 땅이 만나는 연못이라는 뜻이우다. 폭포 지럭시가양 22m나 뒈는 게 ᄎᆞᆷ말로 볼만허우다. 이 천지연 폭포에는 순천이엔헌 비바리와 맹문이엔 헌 소나이에 대헌 이왁이 이서마씸.
그땐양 이 ᄉᆞ방이 서귀포렌 허질 아니ᄒᆞ고 서귀진이랜 햇수다.
이 서귀진에서 순천인 얼굴도 곱딱ᄒᆞ고 ᄆᆞ음도 착ᄒᆞ고 허는 일마다 ᄋᆢ망지난
동네 ᄉᆞ나이놈덜이 그저 순천이 눈에 들어보잰 허곡양 순천일 ᄆᆞ음에 둔 ᄉᆞ나이놈덜이 ᄀᆞ득햇수다.
그 중에 특히 맹문이가 유벨낫입주. 겐디양 경헌 ᄉᆞ나이놈덜의 ᄆᆞ음도 다 소용엇이게 뒈부럿수다.
순천이네 부모가양 순천일 법환리 강칩이 시집 보내기로 ᄒᆞ고
순천이도 그 집이 시집가는 걸 마다허지 안햇댄마씸.
(명문이와 수돌이 등장)
수돌 : (명문에게) 맹문아, 느 그 소문 들언댜? 순천이 법환리 강칩이 시집간댄 햄시네!
명문 : (수돌에게) 무시거? 그 무신 ᄂᆞᆯ베락 칠 말고? 순천이가 시집 간다고?
우리 동네도 아니고 법환리 소나이신디 말이냐? 안 뒐 말이어.
난 순천일 각시ᄀᆞ슴으로 생각헴신디. 절대 안 뒐 말이아.
수돌 : 야, 느만 그런 ᄆᆞᆷ이 시냐? 나도 순천이ᄀᆞ튼 새각시민 눈 감앙도 장개들키어.
명문 : 난 순천이 엇이민 죽은 목심이어. 나더래 죽으랜 말이냐?
(명문과 수돌이 퇴장하고 영순 어멍 말한다)
영순 어멍 : 경헌디양, 순천이신디 맹문이가 말 ᄀᆞᆯ을 사이도 엇이 오꼿 순천이가 법환리 강칩이 시집가불언마씸. 순천이 시집가부난 그 착실허던 맹문이가 사ᄅᅠᆷ이 벤험니께.
술에 노름질에 싸움질에 지네 부모신디도양 막 행패부련 마씸.
(명문이와 수돌이 어깨동무하고 등장. 명문이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다)
명문 : (술 취한 목소리로) 수돌아, 이런 놈의 시상. 살앙 뭐 헐 거니.
또꼬망 찢어지게 엇인 집이 태어난 게 줴여. 다 어멍 아방 탓이어.
어멍아방 잘 살앗이민 순천이 나 각시해도랜 해볼 거 아냐.
나 이제 사는 낙이 엇저. 이제 막 살아불키어.
수돌 : 맹문아. 순천인 이제 ᄂᆞᆷ이 각시 아니냐. 딴 새각시들도 하영 이시네.
서카름 맹자가 느 좋아헌댄 해라. 가이영 잘 해보라. 이제 순천일 ᄆᆞ음에 두지 말앙게.
명문 : 말다. 난 순천이 엇이민 못 살키어. 수돌아, 순천이 심어다 도라. 순천아~ 순천아~
(명문, 수돌이를 붙들고 울며 퇴장한다)
영순 어멍 : 근디양, 시집 간 순천이가 ᄒᆞ루는 친정엘 오게 뒌 거라마씸.
술이영 떡이영 바리바리 싸들렁으네 친정 어멍 아방 보잰 오랏수게.
놀당 보난 오꼿 날이 어둑어진 거라마씸.
순천이 ᄌᆞ들멍 법환리 집일 가는디양 사ᄅᆞᆷ들 엇인 웨진 디서 맹문이영 오꼿 마주친 거라마씸.
명문 : (순천이를 보고) 순천이 나 모르크라. 나 맹문이라. 이녁이영 ᄒᆞᆫ ᄆᆞ을 살던.
순천 : (깜짝 놀라며) 누게마씸? 잘 모르쿠다. 바쁘난양 이만 가사 뒈쿠다. 줴송허우다.
명문 : (순천이 손을 덥썩 잡으며) 순천이 날 모른다니 무신 말이라. 난 이녁 생각에 죽지 못행 살암신디.
순천이 나영 ᄒᆞᆫ디 살게. 나가 이녁 곤밥 먹으멍 살게 해주쿠라. 순천이.
순천 : (손을 빼며) 아이고, 그거 무신 말이우꽈. 난 이제 시집 강 살멍 놈이 각시뒌 사ᄅᆞᆷ이우다.
어떵 시집 간 사ᄅᆞᆷ신디 ᄒᆞᆫ디 살겐 햄수꽈. 말이나 뒈는 소리우꽈. 이 손 놉서. 누게 보카부댄 ᄌᆞ들아졈수다.
명문 : (순천이를 와락 껴안으며) 순천이 난 다시는 이녁을 놓아줄 수 엇잉게. 난 순천이 엇인 못 살아.
순천 : (거칠게 몸을 빼며) 무사 영 햄수꽈. 소리질르쿠다양. 동네 사ᄅᆞᆷ들 살려줍서. 살려줍서.
명문 : (순천이 양 팔을 붙들고 눈을 크게 뜨고 격한 목소리로) 나영 ᄀᆞ치 살기 실프민
이 폭포 아래로 ᄀᆞ치 떨어졍 죽어불게. 기당 죽은 밧갈쉐도 저승가곡 놀당 죽은 도새기도 저승간댄 해서.
난 이녁 엇이 사느니 ᄒᆞᆫ디 저승 가잰.
순천 : (잇는 힘을 다해) 동네 사ᄅᆞᆷ들 사ᄅᆞᆷ 살립서. 사ᄅᆞᆷ 살립서. 사ᄅᆞᆷ 살립서.
(명문이, 순천이 입을 양손으로 억세게 막으며 끌고 들어간다.)
영순 어멍 : 그때엿입주. 맹문이가 순천이신디 해꼬지ᄒᆞ젠 허는디,
'우르릉' 허멍 천지연 물에서 큰 용이 나왓수게.
경허영 맹문이를 저 하늘 우트래 나까챙 동동 올라가불언마씸.
더 놀랠 일은 양 순천이 발 아래 빈찍빈찍헌 구슬이 떨어졍 이섯댄마씸.
그게 용이 떨어뜨린 구슬이난 여의주 아니우꽈?
순천이는 그 여의주를 휏대 삼앙 집에 무ᄉᆞ이 돌아오곡
그 일이영 여의주에 대행 아무신디도 ᄀᆞᆮ지 안햇댄마씸.
그루후제 순천이네 집은양 법환리에서 알아주는 부재가 되고양 ᄌᆞ손들도 크게 뒈엇댄 햄수게.
순천이의 ᄆᆞ음을 하늘이 알안 순천이를 도와준 생이우다.
(다들 나온다)
순천 : 어떵 ᄌᆞ미지게 이왁 들엇수과? 순천이의 도도헌 절개가양 천지영 폭포 물이영 축읏이 닮아서마씸.
명문 : 천지연에 오거들랑 불쌍헌 맹문이 총각 생각도 해주곡양, 순천이 ᄀᆞᆸ딱헌 절개도 본받으게마씸.
다같이 : 이야기 잘 들어주언 속앗수다양. (인사하고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