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참들과 나이 많은 상병들이 하나 둘 제대를 하여 내무반을 떠났다.
월님에서 온 병장들이 몇명 있었지만 그들은 제대 말년이라 내무반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보다 두 달 먼저 온 병장 몇이 내 윗 군번 들이였고, 그리고 몇명의 상병, 일등병과 이등병 몇이 전부였다.
새로 온 이등병.
그들은 심심한 고참들의 놀잇감이 되엇다.
"야! 너! 집이 어디고?"
"넷! 서울입니닷!"
"응? 서울이 다 니네 집이가?"
"아닙니다. 서울 xx구 xx동 몇번지입니다."
"너 진짜 서울에서 살았단 말이지?"
"넷!"
"야, 서울에는 차가 전깃줄에 매달려 다난다매?"
"?"
어리둥절하던 이등병은 마침내 생각을 해 낸다.
"아! 케이불카요. 남산에 있습니닷."
"정말 차가 줄에 매달려 다닌다고? 거짓말 하지마!"
억울한 이등병은 애를 먹으며 케이불카를 설명을 한다.
한 친구는 해남에서 왔단다.
"너는 뭐하다 군대 왔니?"
"예, 집에서 염전을 해서 거기서 일했습니다."
"염전? 염전이 뭐하는 곳인데?"
아직까지 염전을 모르는사람도 있나? 하는 표정으로,,,,,,조금 머뭇거린다.
"염전은 소금을 만드는곳입니다."
"소금"? 뭐로 소금을 만들어?"
"네,바닷물로 만듭니다."
"뭐 바닷물로 소금을 만든다고? 너 우리가 모른다고 거짓말 하는거지?"
"아닙니다. 진짜입니다.
한 친구가 소금 봉지를 가져온다.
거기에는 당시에 군대에 납품하는 소금으로 "한주 소금"이라고 씌어 있다.
"야! 임마, 소금을 바다에서 만들어? 그럼 이건 뭐야? 소금은 공장에서 만든다고 임마!"
",,,,,,"
나중에 장난임을 알게 된 신참들은 똑같이 새로 온 이등병에게 써 먹는다.
이렇게 해서 겨우 30여명의 내무반 사람들은 상하가 없이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늦가을이 되면 큰 행사가 있다.
싸리빗자루를 만드는 일이다.
지리를 잘 아는 중상사의 인도로 근처 산에가서 외줄기로 잘 자란 싸리대를 잘라온다.
다들 대검을 가지고 가고 나는 내 전정가위를 가져가 편하게 좋은 싸리가지를 잘라온다.
덕분에 빗자루 만드는 법도 배우게 된다.
이 빗자루는 보통 병영내 청소도 하지만 한겨울 눈이오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군대의 겨울은 총검술과 태권도, 그리고 구보외에는 별다른 훈련이 없다.
제일 심심하고 할일 없는 사람들은 중,상사들이다.
바둑과 장기, TV시청이 하루 일과다.
그래도 신기한 것이 도박은 절대 금지였기에 화투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