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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게 요즘의 우리 일상이다. 스마트폰은 점점 똑똑해진다. 예전같으면 여러 기기로 하던 일들이 스마트폰 안에서 모두 해결된다. MP3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PMP, 전자사전 등이 스마트폰의 주된 희생양이다. 스마트폰의 다음 고지는 자동차다. 차 안에서 우리는 은근히 많은 전자장비를 쓴다. 차에 타자마자 라디오를 켜고, 길 안내를 위해 내비게이션 도움을 받는다. 핸즈프리를 귀에 꽂아 전화 통화를 할 준비를 하고 주행을 시작한다. 이것들을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요즘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숙제다. 기존 TV에 스마트폰 화면을 띄우는 것처럼 하면 되지 않겠나 싶겠지만, TV와 자동차에 스마트폰을 붙이는 것은 근본부터 다르다. 안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스마트폰 화면을 띄우려는 시도를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시도한 건 노키아다. 노키아는 이를 독자적인 기술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CCC(Car Connectivity Consortium)라는 컨소시엄을 세우고 자동차 업계와 전자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다. CCC는 노키아가 만들긴 했지만 주도권의 상당 부분은 자동차 회사들이 쥐고 있다. 핵심 기술은 ‘미러링크’다.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하는 기술이다. 연결 방식은 유선이다. 안정성과 속도를 높이고 전력을 원활히 공급하려면 유선으로 하는 편이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CCC는 차량에서 써야 하는 스마트폰 기능이 뭔지 정하고 그에 필요한 기술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당겨오는 것 뿐 아니라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역으로 스마트폰에 명령을 내리는 제어 기능도 필요했다. 차량 종류와 운영체제, 칩셋 등 하드웨어의 특성을 타지 않고 미러링크 기술을 적용한 기기들끼리는 접속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기술 표준을 만드는 것이 CCC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진적 속도는 느리다. 차량 안에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자동차 업계와 기술을 빨리 넣고 싶어하는 전자 업계의 눈치 싸움 탓이다. 하지만 합의 자체가 이뤄지면 빠르게 표준화가 될 수 있다. 이 미러링크만큼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 많이 담긴 기술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 움직임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우선적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MS는 개발자 회의 ‘빌드 2014’에서 차량용 윈도우를 발표했다. 이 시스템이 미러링크를 이용한다. ‘윈도우8’과 ‘윈도우폰’에서 보던 타일 모양 UI를 쓰고 MS의 음성 비서인 코타나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차량용 윈도우는 아직 구체적인 기능이나 출시 일정, 파트너 완성차 업체는 공개되진 않았지만 기존 미러링크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그대로 붙일 수 있다. 이게 미러링크 표준화의 강점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이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쓰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미러링크가 윈도우폰만 쓸 수 있는 전용 포맷은 아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윈도우를 쓰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연결하거나, 반대의 경우에도 접속된다. 하지만 미러링크는 다소 진행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일부 차량과 스마트폰에 도입되고 있긴 하지만, 미러링크 때문에 차량을 선택하고 스마트폰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이는 플랫폼 서비스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애플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의 다음 시장이 TV와 자동차로 꼽히고 그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이폰의 인기가 좋을 때 이 시장에 자리를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지배력을 차량에 접목한다는 의도로 보면 된다. 애플은 지난 2013년 6월 ‘세계 개발자회의’(WWDC)에서 ‘iOS인더카’(iOS in the car)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름 그대로 iOS를 차량 안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2014년 애플은 제네바 모터쇼에 참여했다. 지난해 발표했던 iOS인더카를 고도화해서 차량에 넣고 ‘카플레이’라고 이름붙였다. 완성차 업체가 카플레이를 직접 넣기도 했지만 서드파티 업체가 만드는 카플레이 모니터도 판매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아이폰 화면을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보내주는 미러링이다. 이 역시 USB를 통해 차량과 아이폰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차량에 달린 디스플레이는 모니터 역할만 하고 실제적인 앱 구동과 데이터 처리, 통신은 아이폰이 모두 맡는다. 하지만 아이폰 화면 그대로를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에서 쓸만한 기능만 차량용 화면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상당 부분은 아직도 윈도우가 차지하고 있다. 리눅스나 안드로이드같은 무료 운영체제가 있지만 여전히 임베디드 윈도우의 경쟁력은 상당하다. 안드로이드를 쓰기 않는다기보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들던 기존 기업들이 그 동안 윈도우로 만들어 놓은 기본틀이 많이 있기 때문에 더 쉽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플랫폼을 안드로이드로 바꾸려는 시도가 꽤 이어지고 있다. 초기 구글은 이에 직접적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시장이 먼저 안드로이드를 활용할 방법들을 모색했다. 통신이 연결되기 때문에 원격으로 차량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보안 문제가 제기되면서 운영체제 가상화가 먼저 시도됐다. 이 방식은 ‘안드로이드SE’를 주로 이용했다. 그 위에서 CCC의 미러링크를 돌리거나 독자적인 방식으로 스마트폰과 연결을 시도했다. 지금도 안드로이드는 리눅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구글은 다른 한편으로 자동차에 꼭 맞는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운영체제로서의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자동차를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2014년 구글 개발자회의 ‘구글I/O’에서 등장한 ‘안드로이드오토’다. 안드로이드오토는 어느 날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구글은 리눅스 기반의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 가입해 리눅스 기술과 자동차 업체의 고민을 들어 왔다. 그 사이 아우디와 엔비디아를 통해 꾸준히 기술도 개발해 왔다. 그 결과가 안드로이드오토다. 이 역시 애플 카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자동차의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 스마트폰 기능을 담는 기술들을 내장했다. 역시 구글의 핵심은 구글지도에 기반한 지리 정보 서비스다. 구글나우를 이용한 음성 제어 서비스가 자동차에서 스마트폰을 다루는 열쇠가 된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목적은 역설적이지만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안 쓰기 위해서’다. 운전중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동이다. 하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 스마트폰을 무작정 차 안에서 못 쓰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를 안전하게 쓸 방법은 화면을 보지 않고서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고민하는 기능들에 음성제어가 들어가는 이유다. 화면 전송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몇 가지 기능에 한해서 이용을 제한하는 점은 모두가 같다. 화면을 보지 않고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시나리오는 어떤 게 있을까? 길안내, 음악, 라디오, 오디오북 정도가 당장 떠오른다. 음성으로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읽어주는 것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는 기존 라디오, CD플레이어, 내비게이션, 핸즈프리가 하던 일들이다. 차량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스마트폰의 기능을 활용하기 때문에 판박이처럼 모든 서비스에 쓰인다. 비디오, 게임 등은 철저하게 제한된다. 차량의 주행 정보나 상태 등 차량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꼽히는데 아직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이 남아 있다. 그래서 TV처럼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차량 화면에 보여주는 미러링 기술이 서드파티 업체를 통해서 제공되기도 한다. 자동차 업체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주행중 생기는 책임을 소비자가 직접 안고 쓰는 것이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원가 절감에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꽤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서비스다. 수많은 자동차들을 하나하나 유지보수하는 건 자동차 업체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자동차는 한번 사면 길게는 10년씩 탄다. 그 사이에 계속해서 내비게이션이나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건 쉽지 않다. 이를 업데이트가 빠른 스마트폰에 맡기면 완성차 업체도, 소비자도 업데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또한 차는 낡아도 스마트폰에 따라 최신 IT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모니터는 낡아도 컴퓨터를 바꾸면 최신 게임들을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안전에 대한 걱정은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자동차에 전자 장비가 늘어나면서 모든 차량은 언제든 뜻하지 않은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급발진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달리던 중에 시동이 꺼질 수도 있다. 완성차 업체로서는 이런 고장과 사고 하나하나가 책임으로 돌아온다. 이 때문에 최신 기술을 급진으로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각 기기를 구글이나 애플, MS가 직접 인증하는 식으로 책임을 분산하는 기술들이 상대적으로 차량에 빨리 도입되고 있다. 발행2014.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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