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바로, 제일기획 김홍탁 마스터이다.
긴 머리와 동그란 안경을 쓴 그에게서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까만 티셔츠와 면바지 차림의 그를 만나고 난 후,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졌다.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그.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며 인정받고 있는 그도 분명 지금의 우리와 같은 대학시절을 지내왔을 것이다. 대학생으로서, 광고인으로서, 심사위원으로서…. 김홍탁 마스터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학생 김홍탁]
그의 대학 시절은 두 단어로 압축된다. 책과 여행. 고등학생 시절부터 문예반을 한 그는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저는 대학시절 시인이 되고 싶었고, 대학 연합으로 독회 모임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종로, 교보 서적을 가서 하나씩 구입하던 책들이 이제는 약 3000권 이상 모였더군요. 책을 읽느라 올빼미 생활을 하기 일쑤였지요. 제겐 밤 12시부터 새벽 3~4시까지의 시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문학과 인문학에 관련된 책, 특히 고전을 많이 읽었다고 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이 자기 계발서에 빠져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는 여행을 가능하면 혼자 다닌다. 혼자 다녀야 생각을 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의 창의력은 남과 다른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남과 같은 경험으로 창의적일 수는 없지 않은가.
“20대 때 아쉬웠던 부분은 여행 자유화가 금지되어 해외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지금은 자유롭게 갈 수 있지만, 같은 장소에 갔다 치더라도 20대에 받는 자극과 40대의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아쉬움이 큽니다.
수많은 여행을 했지만, 호기심으로 떠난 여행은 모두 잊을 수 없어요. 본인이 원해서 간 여행이라면, 하다못해 뒷산마저도 기억에 남기 때문이죠. 가장 오르기 힘든 산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라 내 마음이 가장 힘들 때 오른 뒷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여행은 어릴 때 살던 동네. 홍익대 근처였습니다. 옛 거리를 거닐며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 본 것도 제겐 여행입니다.”
책과 여행을 즐긴 그는 20대 때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형성했다.
그의 가치관은 자존을 지키는 것. 자존이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다른 생명체에 대한 사랑과 애정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길섶의 핀 야생화 하나도 사랑하지 못하는 데, 어떻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느냐며 되묻는 김홍탁 마스터.
“대학생 시절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 시절에 정한 기준이 나중에 40, 50살이 돼서도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20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광고인 김홍탁]
20년이 넘는 광고 경력.
1999년 세계적인 광고제 뉴욕페스티벌에서 금상, 은상, 파이널리스트의 3개 상을 동시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로도 대한민국 광고대상 등의 국내 광고제는 물론, 칸, One Show, 런던 광고제, Adfest, Spikes Asia, 그리고 IBA 광고제 등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그런 그가 현재 제일기획에서 맡은 일은 국내 글로벌 온오프 통합 캠페인이다.
“글로벌 분야의 일을 많이 수행했고, 국제광고제 심사위원도 경험하며 통찰력을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기획이라는 좋은 작업 환경,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은 개인적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했고요.
제가 맡은 프로젝트 중 근래에 애정이 가는 것은 삼성 NX100 카메라입니다. NX100 프로젝트는 ‘OK GO’라는 밴드의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이루어졌어요. 초당 15장, 총 5천 여장의 식빵에 레이저로 그림을 그려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뮤직비디오 마지막에는 삼성 NX100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자막이 떠요. OK GO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작년에 해외에서 6개, 국내에서 2개. 총 8개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최근 제작한 CJ의 미네 워터에 대한 애정도 깊다.
미네 워터 프로젝트는 물방울로 형상화된 바코드를 한번 더 찍으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 미네 워터(CJ), 판매처에서 각 100원씩 기부가 되는 방식이다.
“공유할 만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NX100 프로젝트에서는 사람들이 새로운 뮤직비디오의 영상을 즐김과 동시에 페이스북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식빵에 인쇄할 수 있어요. 미네 워터는 나를 위한 생수를 구입하면서 동시에 손쉽게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도 좋은 물을 마시게 해줄 수 있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든 것이죠.
즉, 공유할 만한 가치는 NX100처럼 재미있거나, 미네 워터처럼 좋은 일이거나. 혹은 두 가지 모두를 지니고 있다면 제일 좋겠죠. 기존의 올드 미디어 TV 광고가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참여해야 메시지가 완성됩니다.”
김홍탁 마스터에게도 좌절의 기억이 있었는데, 바로 97년 칸 광고제 때이다. 그 당시 디젤 진, 기네스 맥주 광고를 보고 좌절감을 느꼈다는데, 그 이유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외국에서는 저런 광고를 만드는 구나.
다른 하나는 외국의 국민들은 저런 광고를 보는구나.
특히, 두 번째 이유에서 더 큰 좌절을 느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광고에 아이디어가 있어도, 인기 연예인이 나오면 모든 것이 묻혀버리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직업의 종사자에게 묻는 대표적인 질문이 있다.
당신의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창의적인 생각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그는 이렇게 답한다.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다니지만, 그 하나하나가 어떤 아이디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흐름을 읽고 넓은 의미의 통찰을 얻기 위함이지요. 아이디어를 낼 때가 오면 그 동안 축적된 것들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새로운 것을 뿜어냅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는 연륜이 있어야 더 잘 할 수 있어요. 즉, 아이디어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아웃풋은 인풋에 대비한다. 끄집어 낼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야근이 많고 빡빡한 업무 중에도, 시간이 나면 팀원들과 전시회, 맛집 등을 찾아 다니며 트렌드를 느끼고,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멘토 김홍탁]
김홍탁 마스터는 바쁜 와중에도 강연, 삼성 멘토링 등 대학생들과 많이 만나며 이야기를 나눈다. 마스터라는 높은 직책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외활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는 세상이 변해가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남들보다 항상 앞선 경험,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세상의 변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며 팁을 주고자 합니다.
일종의 재능나눔이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나눠 주자.”
한 때, 경기도 양주시에서 개최된 고등학교 광고 동아리의 캠프에 밤 9시에 강연을 하러 달려간 적도 있다고 한다. 오로지 고등학생들이 광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단 사실 자체가 기뻐고 기특해서.
그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다고 한다. 그들의 눈이 빛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열정이 있고, 도전 정신이 깃들어 있다. 자신이 대학 다닐 때는 생각도 못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는 것에 항상 놀란다고 한다.
그의 강연은 광고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그들에게 마스터가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는데,
“첫째, 광고는 너무 힘든 직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어떤 일을 하든지 좋아서 하는 것이 중요해요. 고된 일이라도 좋아서 해야 결과가 나오니까.
두 번째.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좋아서 하지만, 못 한다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보다 고민이 클 수도 있어요.
제일 좋은 것은 좋아하며, 잘 하는 것. 현실적으로 두 가지 모두가 어렵다면, 차선을 생각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다른 일을 찾거나, 잘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거나.”
[심사위원 김홍탁]
김홍탁 마스터는 세계 최고 광고제작자로 구성된 '칸 키메라'의 국내 유일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었다. 빌 게이츠 재단과 칸 키메라가 모집하는 아이디어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이디어’. 그에게 칸 키메라 심사위원이 된 소감을 물었다.
“제 자신에게도, 회사에도, 대한민국에도 좋은 기회예요. 제일기획도 알리고, 대한민국도 알리고.
저는 빌 게이츠 재단에서 사회 공헌이라는 단순한 취지가 아닌, 크리에이티브적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예전처럼 얼마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깐요.”
그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이디어’라는 주제와 연관된 일을 한 적도 있다. 삼성그룹에서 2년간 사회 공헌에 관한 업무를 진행했다. 그 이후 3년 동안 삼성의 사회 공헌 활동을 알리는 글로벌 캠페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 때, 활용된 미디어가 CNN, BBC라는 세계적인 매체였다.
“제 심사 기준은 새로움입니다. 이 작품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없는가. 특히, 올드 미디어가 아닌 디지털, 온라인 매체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나서 더욱 즐겁습니다.”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작품은 첫 인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통찰력 있는 사람들이기에 뛰어난 작품에는 모두 감탄의 눈길을 주게 마련이라고. 그래서 대상을 뽑을 때 거의 이견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