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설거사 팔죽시
(浮雪居士 八竹詩)
此竹彼竹化去竹
차죽피죽화거죽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가는대로
風打之竹浪打竹
풍타지죽랑타죽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粥粥飯飯生此竹
죽죽반반생차죽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대로 살고
是是非非看彼竹
시시비비간피죽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른대로 보고
賓客接待家勢竹
빈객접대가세죽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市井賣買歲月竹
시정매매세월죽
시정 물건 사고 파는 것은 세월대로
萬事不如吾心竹
만사불여오심죽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然然然世過然竹
연연연세과연죽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보낸다
부설거사(浮雪居士)
신라 선덕여왕 (28대) 시절의 고승.
본명 : 진광세 (陳光世)
법명 : 부설 (浮雪)
출생지 :신라(新羅) 수도(首都)
경주 성내(慶州 鐵內)
이 부설거사의 팔죽시를 넉 자로 줄이면
허허실실(虛虛實實) 입니다.
여기서 '죽'(竹)자는 '~하는 대로'
라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식으로 산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허망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세상을 아무렇게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내키는 대로 포기하고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억지로 세상을 살려고 하지 말고
진리와 순리에 맞추어 살라는 뜻입니다.
눈보라가 몰아친다고 걱정한들 눈보라가
그치지는 않습니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순응하고 살라는 것입니다.
허영과 욕망에 들떠서 오기
부리고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요즘 처지를 비관해 소중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사람 한 평생은 짧다면
짧지만 그 안에도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곡절이 없는 인생사는 없습니다.
그 때마다 분수에 맞게
순리대로 살라는 것입니다.
젊어서 돈 많이 벌고, 떵떵거리며 살다가
퇴직해 수입이 없으면 없는 대로 검소하게
살면 됩니다.
서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평상심을 잃지 말고, 분수대로 살면 꽃 피고
새가 우는 시절이 옵니다.
인생은 허허실실(虛虛實實) 입니다.
우주 삼라만상의 주인은 바로 '나'다는 생각으로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