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장의 전생 이야기>
마음을 아는 현자
김기리
옛날 옛적 갓 날 갓 적 산골 어느 작은 나라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다.
아득한 옛날 어느 작은 나라에서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는 왕이 있었다. 이 왕이 다스리고 있던 나라는 풍광이 아름답고 낮은 산이병풍처럼 둘러쳐있고, 땅이 기름지고 비옥한 조그마하고 아름다운 나라였다.
임금님은 그 나라 서울에 있는 아담한 궁전에서 살았다. 날마다 나라사람들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였다. 세상 사람들의 스승님이신 부처님의 가르침도 받아가며 당당하고 즐겁게 백성과 나라를 위하여 정성을 다 하였다.
그러므로 이 작은 나라는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였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며 자기 고장을 자랑하며 왕을 받들고 이웃과 화목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형제자매지간에도 우애하고 돕고 의지하며 서로 믿으면서 즐겁게 살고 있었다. 또한 왕을 도와 나라를 다스리는 나라대표들도 모두 정직하며 착실하며 깨끗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많은 대표들 중에서도 모든 일을 가장 잘 처리하며 관리하는 특별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현명하였다. 그 현명한 대표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성심을 다하여 임금님을 지지하였다.
따라서 그 나라는 태평하고 꽃들과 나무들까지도 예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 나라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희망찬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그런 살기 좋은 희망찬 나라가 되어갔다.
이토록 온 나라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가득 차 있을 때ㅡ
바로 그때 사람들이 왕이 타고 다니는 보마가 주로 목욕하는 목욕장에서 다른 둔한 늙은 말들을 목욕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뒤로 왕의 말은 그 목욕장을 꺼리어 거기 들어가려고도 하지 않았고 목욕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마부는 걱정이 되어 하는 수없이 임금님에게 가서 그 사실을 아뢰었다. 마부의 보고를 받은 임금님은 곧 바로 그 현명하고 부지런하고 일 잘 하는 현자를 불러서 의논을 하였다.
ㅡ 우리의 현자여! 무엇 때문에 나의 보마가 항상 목욕하던 욕장을 꺼려하며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지, 그 까닭을 세세하게 조사하여 나에게 보고하도록 하라.
현자인 그 대표를 그 마부에게로 안내하도록 하였다.
안내를 받은 그 현명한 대표는 목욕장이 있는 강가로 가서 왕이 타고 다니는 그 보마를 세밀하게 살펴보고, 검사도 해보니, 어느 부위에도 병은 없었다. 걱정했던 보마의 건강이 아주 좋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그리고는 무엇 때문에 목욕장에 내려가려 하지도 않고 따라서 목욕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지 목욕장 곳곳을 살펴보았다. 살펴보고 또 살펴보아도 특별한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현자는 곰곰이 깊이깊이 생각하여 보았다.
생각하여보니ㅡ 아마도 더러운 다른 늙은 말이 들어가 목욕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꺼려 이 목욕장에 들어가지 않으려 하였고 목욕도 하지 않으려 하였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책임감 강한 현자는 보마의 속마음을 환히 알아채고는 곧 바로 그 마부에게 물어 보았다.
ㅡ누가 이 목욕장에 내려가서 먼저 목욕을 하였는가?
ㅡ둔하고 비천한 늙은 말이 먼저 목욕을 하였습니다.
라고 마부는 공손하게 말을 하였다.
그러자 현자는 이 말을 듣고 조용히 생각 하여 보았다.
이것은 아마도 틀림없이 보마의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목욕장이 싫증도 났을 것이다. 그러므로 왕의 말을 다른 목욕장에서 목욕시키는 것이 좋으리라.
현자는 그 보마의 마음속을 살펴 훤히 알고 마부에게 말 하였다.
ㅡ 말을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은 다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람처럼 말을 하면서 표현을 못 할뿐, 느낌이 있고 속마음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ㅡ 잣, 호도, 꿀, 사탕을 섞어 만든 맛있고 부드러운 죽일지라도 자주 먹으면 누구나 물리는 법이다. 이 보마도 이 목욕장 한 곳에서만 목욕하였기 때문에 이 목욕장에 싫증이 났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여기 저기 다른 목욕장에서 목욕시키고 또 그 물을 먹게 하라.
그리고는 조용히 시를 읊었다.
* 여기저기에 있는 좋은 목욕장에서 목욕시키고
* 또 그 물을 먹게 하여라.
* 마부여 아무리 맛있는 고급스런 죽도 배가 부르면
* 그 사람은 먹으려 하지 않고 괴로워할 것이니라.
마부는 현자의 시를 듣고는 그 보마를 다른 목욕장으로 데리고 가서 목욕시키고 또 그 물을 먹게도 하였다. 왕이 사용하던 말은 다른 목욕장에 가서는 목욕도 하고 물도 맛있게 먹으며 편안해하고 즐거워하였다. 보마의 이러한 모습을 바라본 마부는 현자인 나라대표에게 보고 하였다. 현자는 마부의 보고를 받은 즉시 왕에게로 달려가서 공손하게 인사하고 보마의 일을 말씀드리려하자, 왕은 궁금해 하고 있던 터라 다급하게 물었다.
ㅡ 그 일은 어찌되었는가?
ㅡ 내 보마에게 물도 먹게 하고 또 목욕도 시켜 주었는가?
ㅡ네 그렇게 하였습니다.
ㅡ왜 처음에는 목욕장에 들어가지 않으려 하고 물도 먹으려 하지 않았단 말이던가?
현명한 대표는 일체의 사정을 자세하게 이야기 하여 드렸다.
그러자 왕은 그런 짐승의 마음까지 안다는 것은 참으로 현자가 아니면 아니 되는 것이다. 라고 하시고는 현자를 크게 칭찬하였다. 이제 그 사건은 깨끗한 마무리로 아무 문제도 없이 잘 해결 되었다.
그리하여 나라는 다시 평온하고 희망에 찬 행복한 나라가 되었고 왕은 나라사람들의 마음속까지 보살피며 정성으로 나라를 다스리다가 때가 되어 목숨을 마치고 은혜로운 업을 따라 세상을 떠나갔다.
그리고 책임감 강하고 슬기로운 그 현자도 오래오래 일하며 살다가 그도 때가 되니 목숨을 마치고 업을 따라 세상을 떠나갔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전생과 금생을 연결하여 말씀하셨다.
그때의 그 보마와 마부는 저 비구였고 그 왕은 아난다였으며 그 현명한 나라대표는 바로 나였느니라.
비구들이여! 내가 남의 마음을 아는 것은 금생만이 아니요, 전생에서도 그러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또 다시 금생과 전생을 연결시키며 말씀 하셨다.
비구들이여! 전생에서의 삶의 모습은 금생의 삶의 모습에서 볼 수 있고 또한 금생은 내생과의 연결고리라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사람들은 업 속에서 살고 있느니라. 그러니 좋은 업을 짓고 좋은 업을 받으려면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좋은 생각과 자비스런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야 하느니라. 가장 큰 힘은 사랑이고 가장 큰 재앙은 미움 원망이며 가장 큰 축복은 자비심이니라.
모든 사람은 누구나자기의 업에 따라 목숨을 마치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이니라. 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 이야기는 2500년 전 아주 옛날, 부처님 시대의 일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다. 그 훌륭한 왕의 이름은 브라후마닷타라 하고 나라이름은 마가다왕국, 마가다왕국의 수도는 바라나시였다고 한다. 부처님이 생존하시던 시대의 이야기로 부처님만이 알 수 있는 모든 생명들의 속마음에 대한, 업과 전생 금생에 대한 가르침의 이야기다. 부처님께서는 한 번 더 금생과 전생을 연결시켜 말씀 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때의 그 보마와 마부는 저기 저 비구들이요, 그 왕은 아난다이며 그 현자는 바로 나, 부처였느니라.
끝
생각 키우기
목욕장의 전생이야기 25는 본생경 (팃타 자아타카)에 나오는 이야기로
이 전생이야기를 읽어 보면서 ‘아! 그래’ 하는 감탄이 몇 번이고 나왔다. 그렇지 ㅡ 마음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생김새도 없는 것이지ㅡ 순간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러한 생각이 마음을 챙겨본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귀하고 귀중한, 살아 움직이는, 숨을 쉬는, 존재로서 모두가 고귀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이라는 동물은 말을 할 수 있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져 있지만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은 마음은 있으나 말도표현도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는 모든 생명체들을 사랑하며 깊은 자비심으로 축복을 나누어야 한다. 가장 큰 재앙은 미움과 시기 질투심이며 가장 큰 힘은 사랑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러한 마음을 가슴에 품어 꽉 붙들어 놓고 깨끗하고 맑은, 바른 청정심을 잃지 말아야 하며 우리는 오늘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할 것이라는 마음을 챙겨 보았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ㅡ 모든 일은 마음먹는 대로 된다는 얘기도 생각났다.
모양도 형체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마음 ㅡ 크게 아름답고 진실하게 챙겨서 우리 모두가 행복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큰 스승님이신 부처님 가르침으로 목욕장의 전생이야기는 우리에게 마음가짐에 대한 커다란 깨우침을 주신 것이다.
김기리 (문학박사)
출생 : 1937년 전남구례군 광의면 대전리
주소 : 광주광역시 남구 노대동 남양 휴튼 105동 202호
eㅡmail : kkr6168@hanmail.net
등단 : 아동문예 동시. 불교문예 시. 당선
수상 : 제12회 광주전남 아동문학인상 수상
제34회 한국불교아동문학상 수상
저서 : 동시: *보름달 된 주머니
*웃음보 터진 구구단
시 : *오래된 우물
*내 안의 바람
*나무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