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님은 일터에서 헛된 힘에 쫄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던 경험들을 말해주셨는데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됐다. 승진과 인정보다 점심 도시락 잘 싸다니는 회사 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은혜님은 내 필요와 만족을 넘어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살림살이의 경제, 서로 소외시키는 노동이 아니라 모두를 살리는 새로운 노동을 경험하고 계셨다.
상민님은 일과 나를 동일시하던 때를 지나, 일에 쏟는 에너지만큼 지내는 관계와 일상에도 애쓰는 이야기 들려주셨다. 특히 아이들에게 일에 파묻히지 않아도 잘 산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어릴 때 표정 없는 어른들을 볼 때면 저런 직장인은 절대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내가 그런 모습으로 지냈던 건 아닌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 분의 이야기를 꿰어보면, 하는 일이 달라지기보다 일상 배치가 달라지니 일을 대하는 태도까지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 같다. 그게 나와 주변 존재들을 더불어 살리는 삶임을 배운다.
좋은 대학만 가면 끝이라고, 취업만 성공하면 앞날이 창창할 거라고 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할지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삶을 살아야 나와 주변을 살릴 수 있을지, 누구와 함께 지내야 하는지를 먼저 떠올려야겠다.
일하는 분야를 갑자기 바꾸긴 어렵겠지만 일에 얼만큼의 가치를 부여할지, 일에만 매몰되지 않을 배치를 어떻게 만들지는 당장 내게 달렸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2년째 회사 다니면서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이 특강은 마치 날 위해 준비된 자리 같았다. 머리로는 다 아는 것들을 실제로 살아내시는 모습들 자체가 힘이 됐다.
세 분 모두 일상을 함께하는 선배, 동지, 벗들을 보며 새롭게 전환할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은 이분들이 내 선배이셨다 🤭 고맙습니다 선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