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행랑길 기행, 보령 62코스 <충청수영성 - 천북굴단지> 걷기
보령 충청수영성(忠淸水營城)을 찾았다. 조선 때 충청도 수군절도사영(水軍節度使營)의 성이다. 이곳은 충무의 경상수영
과 여수 전라수영과 더불어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3대 수영(水營) 중의 한 곳이었다. 조선 초기인 1510년(중종 5 년)에 쌓
은 이 성은 380여 년 동안 서해를 지키다 1896년(고종 33년)에 폐영되었지만 당시 이곳은 140여 척의 군선(軍船)과 6,000
여 명의 수군이 주둔했던 곳이라 전한다. 폐영(敗營) 후 120여 년, 성 안에 수 많던 집들은 이제는 단 세 곳만 남아 있지만
서문 쪽 석성은 아직도 오천항 구릉에 온전히 보전되고 있었다. 서문을 통해 성곽을 따라 영보정(永保亭)에 올랐다. 조선
때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찾아 시문을 남겼을 만큼 천하 절숭인 곳, 천상누대 화중강산(天上樓臺 畵中江山)이란 현판
을 단 누정은 범부가 봐도 그야말로 천상의 누대요 사위의 강산은 폭폭 이 그림이었다. 발치엔 오천항이 맑고 푸른 하늘
담아 더 푸르고, 풍색(楓色) 짙어가는 주위의 산과 실루엣으로 둘러친 먼 산들은 모두가 색색이 어우러져 하나 된 만추
(晩秋)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번 서해랑길 62코스는 보령(保寧)을 지나는 다섯 코스 중 그 마지막 구간이다. 오천면 충청수영성을 시작으로 보령 방
조제를 건너고, 천북 해안을 따라 천북굴단지까지 걷는 코스다. 성곽을 따라 충청수영성 동문터를 둘러보고, 보령방조제
를 건너 천북면을 찾았다. 보령시 서북쪽에 위치한 천북면은 삼면이 바다와 호수로 둘러 쌓인 곳이다. 천수만에 연한 서
쪽 해안은 안면도와 마주하며 곧고, 남쪽은 오천 바다와 보령호가, 북쪽은 내륙으로 파고드는 홍성호가 둘러싸 마치 반도
같은 지형을 이룬 곳이다. 보령갑문과 이어지는 40번 도로를 따라 하만 3리 삼거리로, 서쪽으로 돌아 나가 사호리 해변을
찾았다.
천수만(淺水灣)을 따라 장은리로 이어지는 사호리 연안에는 서해랑길과 겹치는 또 다른 길이 있었다. 천북면 장은리와 남
쪽 학성리로 이어지는 천북 굴따라길이다. 천북굴로 유명한 굴 산지 다운 이름이었다. 다만 해변을 따라 놓인 구간이라서
만조 때는 우회 산길로 돌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간조 때는 걷기에 편했다.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한 서해랑길에는 곳곳에 풍경이 뛰어난 곳도 많지만 밋밋해 별스럽지 못
한 구간도 많다. 그러나 이 길을 따라 종주하는 이들은 굳이 호오미추(好惡美醜)를 따지지 않는다. 곳곳마다 그곳 나름의
특성을 살린 풍경들이 늘 새롭고 생경하기 때문이다. 사호리 굴따라길이 그랬다. 간조 때를 맞은 바다가 물러나 바닥을
드러낸 해변은 흔한 백사장 한 곳 없지만, 돌과 자갈밭이 경지정리가 잘 된 농경지처럼 반듯하게 다듬어져 끝없이 이어지
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모두가 굴 밭이었다. 지역 사람들이 일부러 돌과 자갈을 넣어 굴 생산을 하기 때문이
었다.
해변 굴밭을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렇다 할 갯바위 하나 없지만 바닷물에 깊게 침식당한 암벽과 산기슭 오솔길을 조금
씩 오르내리며 천수만과 안면도를 벗하며 낭만을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장은리포구를 찾았다. 보령 서쪽 최북단 모퉁이
에 있는 작은 포구지만 유명한 천북굴단지가 있는 곳이다. 굴단지는 생각보다 그 규모가 크고, 유명세만큼이나 성시(成
市)를 이루고 있었다. 선창에 줄지어 늘어선 가게 이름들은 하나 같이 '굴' 자로 시작해 '굴' 자로 끝났다. 무수한 가게들은
저마다 그물망 가득 껍질채의 굴을 담아놓고 찾는 이의 눈길을 끌어가고 있었다.
촬영, 2024, 11, 09.
▼천상누대(충청수영성 영보정)에서 본 그림 속 풍경(화중강산) / 오천항과 보령 갑문
▼서해랑길 62코스 개념도
▼충청수영성 - 1
▼ 충청수영성 - 2
▼충청수영성 서문
▼충청수영성에서 본 오천항
▼충청수영성 영보정 - 1
▼ 영보정 - 2
▼ 영보정 - 3 / 천상누대 화중강산
▼오천항과 보령방조제
▼오천현 관아터
▼충청수영성 장교청
▼장교청(좌)과 영보정
▼충청수영성 동문터 - 1
▼ 충청수영성 동문터 - 2
▼오천면 소성 2리, 소성삼거리
▼보령장조제
▼보령방조제에서 본 오천항과 충청수영성
▼ 보령호 갑문
▼보령교에서 본 보령호
▼보령호 표석
▼보령 천북면 하만리
▼하만 3리 회관
▼하만 3리 삼거리
▼하만 4리 버스정류장
▼억새
▼사호리 회전교차로
▼사호리, 사기점 마을 동구 정류장
▼사호리 짓개 마을 - 1
▼ 사호리 짓개 마을 - 2
▼사호리 해변 '천북굴따라길'
▼보령 9 경과 천북 굴따라길 안내
▼사호 3리, 열호동 물양장
▼서해랑길 62코스, 만조위험구간 안내도
▼사호 3리 해변 - 1
▼ 사호 3리 해변 - 2
▼ 사호 2리 해변길의 필자 - 1
▼사호 2리 - 2
▼사호 2리 전망 데크 - 1
▼ 사호 2리 전망 데크 - 2
▼ 사호 2리 전망 데크 - 3 / 필자
▼ 사호 2리 해안 - 1
▼ 사호 2리 해안 - 2
▼ 사호 2리 해안 - 3 / 칠면초
▼사호리 출렁다리 - 1
▼ 사호리 출렁다리 - 2
▼사호리 호텔뷰 해변 - 1
▼ 사호리 호텔뷰 해변 - 2
▼천북면 장은리 해변 서해랑길 62코스 인증 존
▼장은리, 천북 굴단지 - 1
▼ 장은리, 천북 굴단지 - 2
▼ 장은리, 천북 굴단지 - 3
▼ 장은리, 천북 굴단지 - 4
▼ 장은리, 천북 굴단지 - 5
▼ 장은리, 천북 굴단지 - 6 / 천북면 관광안내판
▼ 장은리, 천북 굴단지 - 7
첫댓글 이번 코스는 당초 예상과 다르게
지루하지 않아 발걸음이 가벼웠던 코스였습니다.
당일 몽중루님이 공룡발자국 말씀을 하기에
사전 정보가 없었던 탓에 시큰둥 하였으나
귀가해 검색을 해보니 맨삽지섬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섬에
공룡발자국이 있다는군요.
그런데 섬이지만 썰물 때에는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음을 알고는
이를 빠뜨린게 아쉬웠으나 서해랑코스에서 비켜나 있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만 사진으로 본 공룡조형물이 자꾸만 아련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