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6) 세 개의 거울로 비춰보는 대한민국의 오늘
휴헌 간호윤 ・ 2024. 4. 1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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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6)
(6) 세 개의 거울로 비춰보는 대한민국의 오늘
거울·역사·인물
충신 위징(魏徵,580~643)이 죽었다. 당 태종(唐太宗)은 이렇게 탄식하였다. “구리로 거울을 삼으면 의관을 바르게 하고, 역사로 거울을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고, 현명한 사람으로 거울을 삼으면 득실을 분명히 판단한다. 짐이 일찍이 ‘삼감(三鑑, 세 개의 거울)’으로 자신을 비춰 보며 허물을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는데 이제 위징이 세상을 떠났으니 거울 하나를 잃었다.(以銅爲鑑 可正衣冠 以古爲鑑 可知興替 以人爲鑑 可明得失 朕嘗保此三鑑 內防己過 今魏徵逝 一鑑亡矣)” 『구당서』 권71, 「위징열전」에 보이는 말이다.
24대 총선이 끝났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야당의 압승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선거사상 유례가 없는 여당의 패배이다. ‘혁신하라! 개혁하라! 이대로는 안 된다!’ 정권을 위임해 준 국민들의 목소리다. 오로지 오만하고 무도한 정권에 대한 경종이었다. 한 나라의 정책도 비전도 없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민의(民意,국민들의 의사)는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부정한다는 뜻이다. 아니 정치철학 자체가 없는 것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도록 대통령의 총선 결과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발언이 없다. 겨우 나온 목소리라야 큰 국정은 문제없는데 자잘한 공무원들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거울을 보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 정권의 자화상이다. 총선 전만 해도 그나마 30% 언저리에 맴돌던 지지율이 오늘 “11% 급락한 23%, 취임 후 최저”라는 보도가 뜬다. 대통령 주변은 더욱 처참하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과 양평고속도로, 장모의 수감, 공흥지구 특혜 의혹인 처남, 여기에 대통령의 권력 비리 등 각종 혐의를 보라.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대통령의 가족치고는 그 거울이 온통 먹물로 휘감았다.
‘목불견첩(目不見睫)’이라 말이 있다. “눈동자는 자기 눈썹을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한비자』 「유로편」에 보인다. 초나라 장왕이 월나라를 정벌하려 하였다. 그러자 장자가 “왕께서 월나라를 정벌하려는 이유가 무엇 때문입니까?”하니 장왕이 “정치가 어지럽고 군사가 약해서이다”한다. 장자는 이렇게 깨우침을 준다. “신은 지혜가 눈동자와 같음을 두려워합니다(臣患智之如目也).” 그러고는 이렇게 뒷말을 잇는다. “능견백보지외(能見百步之外, 눈은 능히 백보 밖을 보지만) 이불능자견기첩(而不能自見其睫, 그러나 자신의 눈썹은 보지 못합니다.)” 뜻을 새기자면 월나라의 정치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지만, 초나라가 과연 승리할 만한 능력을 지녔는지는 못 본다는 말이다. 안다는 어려움은 남을 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보는 데 있다는 말이다. 남의 흉은 그렇게 잘 는데 왜 자기 주변은 못 보는가.
역사를 보라: 2024년 3월 7일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연례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를 179개 나라 가운데 47위로 평가했다. 한국은 2019년 18위, 2020~2021년 17위, 2022년 28위로 최상위권 국가였으나, 이 정권 들어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이 보고서는 한국을 ‘독재화’가 진행 중인 42개국 가운데 하나로 분류했다.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최상위 그룹(32개국)에 속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에 포함됐다.
2024년 4월 10일 프랑스 신문 <르몽드>는 4·10 총선 소식을 전하며 한국의 민주주의 기반이 약화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르몽드>는 ‘정권에 의해 법치주의가 위협받는 한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하명식 수사, 언론 장악 등 한국의 선거 운동이 극도의 긴장 속에 진행됐다. 이것은 포퓰리즘적, 더 나아가 독재적 성향의 정부에 의해 민주주의가 약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촛불혁명으로 세계적인 모범국가로 인정받던 대한민국의 현 역사이다.
현인을 보라: 내각 쇄신을 한단다. 한 마디로 어이없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혁신이니, 쇄신, 개혁이 아닌, 퇴보, 폐단, 수구의 상징적인 인물들이다. 장자는 “자신을 아는 것을 ‘명(明,밝음)’이라 한다(自知之謂明)”라 하였다. 고래로 명군(名君,뛰어난 임금)은 모두 명군(明君,밝은 임금)이었고, 이 명군(明君)이 양신(良臣,어질고 충성스런 신하)을 만나 서로 의기투합하여 태평성대를 이루는 정치를 한다. 이러할 때 『주역』 「건괘」 ‘문언’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좇는다”는 운종룡풍종호(雲從龍風從虎)”가 된다. 이 정권 하에서는 그야말로 돼지우리에 입춘격이다.
당태종은 위징이 죽고 2년 뒤,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그러나 안시성에서 양만춘(楊萬春) 장군에게 패하여 한 눈을 잃는다. 말년에는 전쟁 후유증으로 반란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한때 위징 등과 태평성대를 구가하여 역사상 ‘정관지치(貞觀之治)’로 일컬어지는 황제였던 당태종이었다. 그러나 현인 한 명이란 거울을 잃고 나라가 그렇게 기울어졌다. 하물며 거울 보려는 마음조차 없고 역사를 모르고 주위에 아첨꾼만 있다면 그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