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한 기쁨이라고
전창수 지음
달걀에 스며들기
달걀의 외투는 필요에 따라
껍데기였다가 껍질이었다가 한다
철 없는 주인의 심보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봉투의 주인이었다가
생활폐기물용 쓰레기봉투의 주인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오신 그분 같은 달걀.
달걀은 언제든 나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겠다며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반겨주곤
철없는 주인의 변덕에도 꿋꿋하게
한결같은 따뜻함으로 그를 만지게 한다.
달걀에서 느끼는 그분의 마음.
허기진 배를 간신히 채우는 어느 흐린 날의 저녁.
‘너무’의 행방
너무는 부정적일 때만 쓰이다가
너무는 이제 긍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너무는 너무 좋기도 하고
너무는 너무 나쁘기도 하다
너무는 그냥 너무라서 나무가 된다.
하나님, 너무하지 않으세요
라는 기도에 나의 삶을 담으면서
하나님, 너무 시험에 들게만 하지 마세요!
라는 기도로 나의 부족한 삶을 채운다.
너무는
너무가 너무 넘쳐 나무로 자라
나의 삶이 은혜로 가득하는 너무의 순간,
너무는 비로소 하늘 향해 양팔 벌린 축복의 나무가 된다.
너무한 시련 아니에요?
너무한 만남 아니에요?
너무한 고난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한 신앙이어서 너무한 기쁨이라고
너무한 믿음이어서 너무한 축복이라고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해서.
나 무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되고
양팔 벌린 나무가 되어 그늘이 되어 주고
나무는 나무로서
나무가 아닌 나무가 된다
나무는 모두를 사랑한다
모두를 사랑하기에
나무에겐 그늘이 없다
그늘이 없으므로
나무는 나무로서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로서 나무가 아닌 나무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