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
金屋蕭條野草華
호화론 집 쓸쓸히 들풀 가득하니
行人指點夕陽斜
행인은 해 비낀 석양을 가리키네. 1)
南山倒壞伊藤寺
남산의 이등박문 사원 무너지고 2)
玉洞虛無完用家
옥동 이완용의 집도 허무하구나. 3)
慶苑堪憐貞節菊
경회루엔 국화만 정절 감당하고 4)
壽宮依舊木蓮花
덕수궁은 목련만 옛날과 같구나. 5)
保存古蹟時爲急
고적을 보존함이 시급한 일인데
肯付荒凉做亂麻
황량함이 삼과 같이 뒤헝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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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양사(夕陽斜): 비끼는 석양인데 인생도 저렇게 기운다는 은유이다.
2) 이등사(伊藤寺): 하얼빈역에서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총격에 죽은 이토오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를 기리기 위해 지금의 신라호텔 영빈관 자리에 지었던 절인데 본래는 보리사(菩提寺)이나 박문사(博文寺), 이등사(伊藤寺)로 불렀다.
3) 옥동(玉洞), 완용가(完用家): 옥동은 이완용의 집이 있던 곳인 듯하고, 완용가는 대한제국의 총리대신(總理大臣)이었고 매국노로 낙인찍힌 을사오적(乙巳五賊)의 하나인 이완용(李完用/ 1856-1926)의 집을 말한다.
4) 경원(慶苑): 경회루 동산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시인은 그와 비슷하게 경사스럽다는 말로 아름답게 세운 왕실의 동산을 생각하며 다 스러진 옛터를 슬퍼하는 것 같다.
5) 수궁(壽宮): 덕수궁일 수가 있지만 역시 오래오래 이어지라는 수궁이라도 연꽃만 옛날처럼 피었을 뿐이라는 한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