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砲聲)! 할성(喝聲)!
대포소리! 할 소리!
심월대흥(心越大興) 선사(禪師)는 명말(明末) 대선지식(大善知識)이다. 선사의 소문을 듣고 명조정(明朝庭)의 병사(兵事)를 총괄(總括)하는 김명호(金明胡)라는 병조판서(兵曹判書)가 선사를 초청(招請)하여 법문(法門)을 듣고 참선(參禪) 지도(指導)도 받으려고 했다. 김명호 병조판서는 무예(武藝)가 출중(出衆)하고 학문(學文)에도 탁월한 재질이 있어서 출장입상(出將入相) 나라의 동량(棟樑)으로 명장명신(名將名臣)이었다. 선조(先祖) 때부터 불심(佛心)이 돈독(敦篤)해서 매일 새벽마다 집에서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예불독경(禮佛讀經)을 하는 불심(佛心)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선사를 초빙하여 법석(法席)을 열었다. 심오(深奧)한 법문을 듣고 난 후에 차(茶)를 대접(待接)했다. 시봉(侍奉) 하는 사람이 차를 선사께 공손히 올렸다. 선사가 찻잔을 들고 막 마시려고 하는데, 갑자기 꽝! 꽝! 하고 대포(大砲) 소리가 터졌다. 대포소리에 문짝이 날아가고 방안의 군졸들도 기절초풍(氣絶招風) 혼비백산(魂飛魄散) 야단법석(野壇法席)이었다. 그런데 오직 심월대흥(心越大興) 선사(禪師)는 태연자약(泰然自若) 눈썹 하나 흔들림 없이 단엄(端嚴)한 자세로 흔들림이 없었다. 차(茶)를 다 마시고 난 선사께서 김병조판서(金兵曹判書)에게 물었다. 대장(大將) 대포(大砲) 소리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요? 아! 실례(失禮)했습니다. 포성(砲聲)은 무문(武門)에 상습(常習)이라서요. 놀래셨다면 정말 송구합니다.
김대장(金大將)은 이렇게 어물어물 답(答)을 했다. 그는 선사(禪師)를 한번 시험(試驗) 해보려고 일부러 대포를 쏘았던것이다. 그런데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고 눈썹 하나 흔들리지도 태연자약(泰然自若) 준엄(俊嚴)까지 하니, 반대로 초대한 장군이 당황(唐惶)까지 했으니 말이 아니다. 잠시 좌중(座中)이 정돈(整頓)되자 법담(法談)은 무르익어갔다. 그때 시봉하는 사람이 김병조판서(金兵曹判書)에게 차를 올렸다. 그가 찻잔을 막 들고 마시려는 순간 악! 하고 선사의 할(喝)! 소리가 천지가 무너질 듯이 울렸다. 김병조판서 깜짝 놀라 찻잔도 놓치고 벌렁 들러 누었다. 방안에 모여있던 사람들도 모두 다 놀라서 우왕좌왕이다. 선사(禪師)님! 이 무슨 짓입니까? 하고 불쾌한 어조로 따졌다. 선사가 껄껄 웃으면서 말씀하시기를 아! 포성(砲聲)은 무문(武門)의 상습(常習)이요. 할(喝)은 선문(禪門)의 상습(常習)이거늘 어찌 그리 놀래시오? 하고 껄껄 웃었다. 가는 몽둥이에 오는 홍두깨다. 애시 당초에 선사를 시험하려 했던 것이 잘못 판단이다. 도를 깨달은 선지식은 생사(生死)를 초탈(超脫) 하였는데, 그까짓 대포 포성에 놀랬다면 아직 생사일여(生死一如)의 경지(境地) 미달(未達)이다. 심월선사를 담력을 시험하려고 중생심이 발동한 것은 평소 선사께서 과묵침의(寡默沈毅)한 것을 보고 계획적으로 포성을 울려서 시험코자 했으나 도리어 반대로 자기 자신이 선사의 할 소리에 경망추태(輕妄醜態) 꼴이 되었다는 선화(禪話)다. 고승을 시험하려는 마음이 어리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