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구원의 문제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자살은 분명히 죄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자기의 생명을 스스로 끊었든, 아니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끊었든, 고귀한 생명을 파괴했다는 의미에서 큰 죄다. 이 파괴행위는 하나님의 주권을 무시한 처사요,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도전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살을 해서는 안 된다. 자살이 미화되어서도 안 된다.
둘째, 비록 자살과 같은 죄를 지었다고 해서 반드시 구원을 상실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미 얻은 구원은 하나님이 그것을 보증하시기 때문에 믿음을 버리지 않는 한 상실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시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구원은 우리의 행위로 인한 공로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는 주변에서 신앙생활을 잘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서, 혹은 너무 힘이 들어서 일시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한 채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을 볼 때, 애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자살했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그들을 비난하고 정죄하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 먼저 그들이 처한 환경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목회적 차원에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을 극단적인 상태로 몰고 간 요인들에 대한 반성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불행한 자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돌보고 연대하는 것이 교회와 성도들의 마땅한 사명이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4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