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베껴쓰기_63] 기부의 進化 / 박학용 논설위원 / 문화일보 / 2014.12.26
#.KB국민은행이 기부·봉사 활동을 하는 고객에게 우대 이율을 얹어 주고, 상품 가입자 수만큼 은행도 매칭 기부를 하는 '나눔 적금'을 선보였다. 고객이 계약 기간에 기부를 하면 최대 1%포인트의 금리를 더 주고, 은행도 우대 이율 등록 건당 500원을 기부금으로 출연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직원들이 3개월간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 회사가 감량 체중의 2배에 달하는 쌀을 그 직원 이름으로 기부하는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직원들에게 저지방·저염 식단과 함께 '무선 줄넘기' 등도 제공해 자발적 참여을 북돋운다.
돈이나 물건만을 내놓았던 단순 기부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착한 경제활동 동기를 부여하면서 기업도 매출 일부를 공익을 위해 쓰는 '코즈(Cause·대의명분) 마케팅' 기부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건강을 챙기면서 소외 계층도 돕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 나눔도 등장하고 있다. '프로 보노'로 불리는 재능 기부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로 보노는 라팅어 프로 보노 퍼블리고 (Pro Bono Publico·공익을 위하여)의 약어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무료로 나누는 봉사활동을 말한다. 삼성 법률봉사단의 학교폭력 예방 교육과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재단 소속 대학생들의 농어촌 교육 등이 그 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쉽고 재밌게 기부할 수 있는 '퍼네이션'(Fun+Donation 합성)도 유행이다. 기부를 거추장스럽고 딱딱하게 여기는 젊은 층이 단골 이용자다. 전세계적인 방향을 일으켰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도 이중 하나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다는 취지의 이 캠페인은 동영상을 통해 지목된 사람들이 25기간 내 얼음물을 뒤집어쓰든지, 아니면 기부를 해야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기부 황제' 빌 게이츠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여했다. 우리나라도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동참했다. 그러나 개인적 노력이나 부담은 들이지 않은 채 기부를 너무 호들갑 떨며 한다는 비판 속에 '슬랙티비즘'(게으른 행동주의) 논란을 낳기도 했다.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 여파로 서울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 탑' 수은주가 더디게 올라가고 있다고 걱정들을 한다. 그래도 기부의 질(質)은 날로 진일보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