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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대국어 갑골문자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아비
동작방향(動作方向)과 절대방위(絶代方位)
동서남북(東西南北)과 전후좌우(前後左右)와 같은 방향의 개념은 세상 모든 언어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중 전후좌우와 같은 동작의 방향을 나타낼 때의 중심축은 분명 사람의 몸에 있는 것이며, 절대방위인 동서남북의 기준도 사람 몸을 기준으로, 북방계 민족이 공통으로 가지는 남면[南面 ; 방위의 기준을 잡을 때 남쪽을 면하여 서는 것]으로 삼고 있습니다.
갑골문 자형이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를 살펴보면 여기에서도 한자는 물론이고 갑골문자도 우리 민족 고유의 소릿값에 의하여 만들어 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작방향(動作方向)
- 前後左右(전후좌우)
左 왼 좌 右 오른 우
屮 · 又의 갑골문
屮 · 又의 금문
屮 · 又의 전문
左의 금문 左의 전문 右의 금문 右의 전문
左, 右의 갑골문, 금문, 전문 자형은 모두 왼손과 오른손의 모양을 본뜬 글자입니다. 손가락 부분이 3개로 보이는 것은 필기(筆記) 상의 편의를 위한 축약이며, 자신의 손을 바라본 시각에서 자형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左, 右가 가지고 있는 뜻은 ‘손가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왼쪽’과 ‘오른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手(손 수)의 금문과 전문에서는 다섯 개의 손가락이 모두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손이 가지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손’의 뜻을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手의 금문 手의 전문
左와 右의 금문과 전문 자형에서부터 각기 工(장인 공)과 口(입 구)자가 덧붙여지는데, 기존의 자원에서는 工을 도구를 나타낸다고 하기도 하며, 口는 ‘기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工은 ‘어긋나다[ex. 差(어긋날 차)]’의 뜻을 나타내며, 口는 ‘맞다[ex. 合(합할 합)]’의 뜻을 각기 나타내는데, 이는 왼 쪽을 ‘그른 족[어긋난 쪽]’, 오른 쪽을 ‘옳은/맞는 쪽’이란 배달말 고유의 관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左와 右의 자형에서 알 수 있듯이 좌측과 우측이라는 방향은 각기 위치에 있는 손, 즉 사람 몸에 기준을 두고 표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왼 손을 그려놓고 ‘왼 쪽’을 나타내고, 오른 손을 그려 놓고 ‘오른 쪽’의 뜻을 나타내는 것은 언어를 초월한 일반적인 방향의 개념인 것입니다. 좌측과 우측을 뜻하는 글자를 사람 몸에 중점을 두고 표기 했다면, 앞쪽과 뒤쪽을 뜻하는 글자 역시 사람 몸을 기준으로 나타내려 했을 것입니다.
前(앞 전)자와 後(뒤 후)자에서 똑바로 서 있는 사람[/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문자를 만들었다는 것이 순우리말, 배달말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前 앞 전
다닐 때 배가 향하는 쪽
前의 갑골문
前의 금문 前의 전문
前자의 기존 자원(字源)은 前의 금문 자형이 舟(배 주)와 止(그칠지)의 합자인 것과 전문에 刂(칼 도)가 더해져 있는 것에서, ‘수로를 배가 가는 모양, 돛을 칼로 자르는 모양, 배에서 제일 먼저 발을 내딛는 모양’ 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이라는 방향의 관념에 ‘선박’이나 ‘칼’이 문자에 등장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사람의 음성언어를 부호(符號)로 환원하여 나타내는 한글이나 영어의 사회적 약속의 부호 방식이 아니라 갑골문자처럼 상형(象形)에 기본을 두었을 때, 문자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개연성(蓋然性)’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즉 ‘누구나 그럴 것이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는 문자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개연성은 일반성(一般性), 즉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쓰일만한 내용을 전제로 하게 됩니다.
‘앞’을 뜻하는 문자에 왜 ‘배(선박)’가 등장하는 것인지? 은나라는 해상(海上) 국가가 아니며, 오히려 내륙 깊숙한 곳에 수도(首都)가 있었던 고대국가입니다. 그런 국가의 ‘앞’을 뜻하는 문자에 배가 등장할 리는 없는 것입니다. 이는 한자(漢字)의 출발점이 배달말에서의 표음(表音)에 있는 것을 한족(漢族)이 상형(象形)으로 풀이한 오류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舟는 ‘선박’의 모양을 본뜬 것이 아니라, 완성된 옷감을 일정한 단위로 틀에 감아놓은 모양으로 ‘베/배’의 소릿값을 나타내는 것이며, 여기에서는 사람 몸의 ‘배’를 지시하고 있습니다. [舟편 참조]
行의 갑골문
前의 갑골문에 보이는 ① 부분은 止(그칠지)이며 ‘발’의 모양입니다. 자형(字形)의 요소로 사용되어 ‘질겅질겅, 걷다’ 등의 동작상태의 뜻을 나타냅니다. ② 부분은 行(다닐 행) 자입니다. ③ 부분은 舟의 갑골문 자형입니다.
즉 ‘다닐 때 배[/사람의 몸]가 향하는 쪽’에서 ‘앞’의 뜻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後 뒤 후
배를 틀 때 손이 향하는 쪽
後의 갑골문 後의 금문 後의 전문
後 자에 대한 기존의 자원 설명
1. 길을 갈 때 실이 발에 걸리어 걸음이 더뎌지는 것에서 ‘뒤’의 뜻을 나타냄.
2. 어린 사람이 좀 떨어져서 걷는 것에서 ‘뒤’의 뜻을 나타냄.
상기(上記) 1은 後를 行과 糸와 夊(천천히걸을 쇠)의 합자로 본 풀이입니다. 이 풀이의 문제점은 ‘걸을 때 실이 발에 감기는 일’입니다. 이렇게 일상적이지도 아무런 개연성(蓋然性)도 없는 작위적(作爲的)인 상황으로 문자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2는 行과 幺(작을 요)와 夂(뒤져올 치)의 합자로 본 것으로, 幺를 幼(어릴 유)의 축약으로 본 것입니다. ‘어린이의 걸음이 느리다’가 ‘뒤쳐지다, 늦다’의 개념은 성립될 수 있어도 ‘방향성(方向性)’을 나타낸다는 것은 공감(共感)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幺의 갑골문
玆의 갑골문
糸의 갑골문
‘앞과 뒤’라는 방향을 나타내는 말을 문자로 만들 때, 구 개념을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시각화 시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화자(話者)의 몸을 중심으로 ‘왼 손’과 ‘오른 손’으로 표기했듯이, 前 자도 화자의 몸이 움직일 때를 기준으로 ‘배[/사람 몸]의 앞 쪽을 향하는 발’로 나타내었습니다. 그렇다면 ‘뒤’의 개념의 기준도 그에 맞게 화자의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前과 後의 갑골문 자형을 비교하면 行은 공동 부분이며, 前의 舟[사람 몸의 배] 부분이 後에서는 糸로 변경 되었으며, 前에서 방향을 지시하며 글자의 상부에 위치하고 있던 止가 後에서는 손의 모양인 又로 바뀌면서 글자의 하단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糸의 갑골문 자형은 감아놓은 실로 실타래의 모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糸의 (1) 자형은 幺와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두 글자가 나타내는 것은 ‘감다’의 배달말 소릿값입니다.[ex. 玄(검을 현)은 ‘감다’의 한 파생] 幺는 흐릿하고 희미한 것에서 ‘가물가물’의 뜻이며, 糸는 실이 헝클어지지 않게 잘 감아서 타래지은 모양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後에 사용된 幺는 前의 舟를 ‘감다’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렇게 배를 감았을 때 손이 향하는 곳에서 ‘뒤’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後의 갑골문 자형의 ① 부분은 糸의 아래쪽이 양 갈래지고, 又와 맞닿고 있는데, 바로 ‘감다, 꼬다’의 뜻을 나타낸 것입니다. 금문 자형은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舛의 전문
後의 전문 자형에 보이는 夊[② 부분]는 舛(어그러질 천)의 축약으로, ‘비틀다, 감다’의 뜻을 나타내어, 윗부분 幺가 ‘감다’의 소릿값을 나타내고 있음을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左(왼 좌), 右(오른 우)의 자형과 前(앞 전), 後(뒤 후)의 갑골문 자형을 비교해 보았을 때, 비록 상형문자(象形文字)로 비롯되기는 했지만, 글자를 이루고 있는 구성 부분의 뜻의 조합은 배달말을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확인되었으며, 뿐만 아니라 갑골문자는 처음부터 다수의 지역에서 다수의 사람들에 의하여 나름으로 발생한 뒤 차차 통일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특정한 사람들에 의하여 고안되고 배포된 문자임도 이 글자들의 비교를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고조선(古朝鮮)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재까지 홍익인간은 건국이념일 뿐, 그에 따르는 실행 내용이 무엇 이었다고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민족과 어족을 초월한 의사소통은 이른 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다’의 실행 내용일 것입니다.
세종대왕(世宗大王)의 훈민정음(訓民正音)의 ‘나랏말씀이 중국에 달라…’는 배달인의 말을 기호화한 것이며, 배달인에게만 베풀 수 있었던 홍익인간인 반면, 갑골문자, 혹은 그 이전의 북방어는 배달말을 기초로 만든 ‘뜻글자’로 여러 민족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문자입니다. 고조선의 홍익인간은 ‘배달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수 백 종의 각기 다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언어를 하나의 문자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단일민족’의 국가 개념은 훨씬 후대에 발생한 것이며, ‘제국(帝國)’의 개념에서 ‘국가(國家)’에 일관성을 체계를 갖추는 ‘소통(疏通)’이 바로 이 문자에 있었던 것입니다.
절대방위(絶代方位)
- 동서남북(東西南北)
東동녘 동
동트다, 동이다
東의 갑골문 자형들
東 자에 대한 기존의 자원 설명
1. 자루의 양끝을 동여맨 모양에서 무거운 자루를 움직임을 나타내며, 만물을 잠에서 흔들어 깨우는 태양이 솟아오르는 쪽, ‘동쪽’의 뜻을 나타냄.
2. ‘木+日’의 합으로 보아, 해가 나무의 중간에까지 솟아오름을 나타내서 ‘일출하는 동쪽’을 의미함.
1의 경우에는 重(무거울 중)과 動(움직일 동)자에 대한 설명이긴 하지만, ‘무거운 것을 움직이는 것’과 만물(萬物)을 잠에서 깨우는 것과 동쪽의 뜻을 서로 연결시키기에는 개연성(蓋然性)은 없습니다. 사람의 말이 글자로 표기되기 위해서는 그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일반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고가 이 갑골문자를 처음 만든 사람들의 정서에 공통으로 자리 잡혀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작위적인 관조(觀照)에 지나지 않습니다.
2의 경우에는 현재의 해서(楷書) 자형(字形)에 근거한 풀이이며, 갑골문 자형은 木과 日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뿐만 아니라 해가 나무에 걸리는 것, 즉 낮게 드리워진 상태는 해 뜨는 동쪽일 뿐만 아니라, 해지는 서쪽에도 해당됩니다.
木의 갑골문 日의 갑골문
束의 갑골문
갑골문 자형의 東은 束(묶을 속)과 견주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束의 갑골문 자형 (1)과 (2)는 나뭇가지 따위를 묶고 있는 모양이며, (3)과 (4)는 자루를 묶어 놓고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4)의 경우에는 東의 갑골문 자형에서 가운데를 한 번 더 묶어 놓은 끈이 없는 상태와 동일한 모양입니다.
束이 일반적인 ‘묶다’나 ‘결속하다’의 의미인 반면 東은 보다 강하게 묶는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런 행위를 순우리말에서 ‘동이다, 동여매다’ 정도로 표현합니다.
東의 갑골문 자형이 보자기 따위를 강하게 동여맨 상형인 것은 순우리말의 소릿값이 ‘동여매다’와 ‘동트다[/아침이 밝아오다]’가 유사한 것에서 음(音)의 가차(假借)로 사용된 상형성(象形性)의 표음자(表音字)인 것입니다.
동쪽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태양이 솟아나는 곳’이란 관념을 잡아서 상형성의 문자로 표기한다면 이는 세계 어느 인류를 막론하고 공통의 관념과 부합될 것입니다. 하지만 동쪽의 개념을 ‘동이다/동여매다’로 표시한 것은 오직 순우리말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한국어 ‘동트다’에서 ‘동’이란 음(音)은 東(동녘 동)의 한자음(漢字音)을 받아들인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낱낱의 음이 모두 그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인류가 오랜 언어생활을 해 오면서 동일 언어권에서 공동으로 생겨난 어감(語感)에 비롯된 것입니다. 영어에서 ‘this’가 ‘that’보다 가까운 것을 의미하는지, 한국어에서 ‘이’가 ‘저’보다 가까운 곳을 의미하는지 그 근원은 설명할 수 없는 것들과 마찬가지입니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이라는 모든 음이 다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특히나 ‘북(北)’이란 음은 중국어 베이[běi ; 北(북녘 북)의 중국식 발음]를 한국식으로 바꿔 읽는 것이 아니며 北(북녘 북)의 고대(古代) 원음(原音)은 바로 한국어 [북]입니다. (ex. 중국어의 발음에서 포합된 방식의 종성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북’의 중국어 음이 [북]에서 [běi]로 변화된 것은 시대에 따른 음운현상이 아닙니다. 원나라 이전의 한문 문장을 읽을 때에만 지금의 한국어와 같이 [북]으로 읽었으며, 생활에서는 [běi]로 읽었으며, 원(元)나라 이후에는 아예 원음(原音)을 버리고 자기들 입말에 보다 가까이 읽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의 한자의 원음이란, 고대중국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배달말을 기준으로 하여 만들어진 문자의 소릿값을 한족(漢族)이 사용하면서 변화되거나, 아니면 아예 자기들 어감으로 바꾸어버리거나, 혹은 소릿값은 그대로이지만 의미에 변화를 가져오거나 하는 등의 아주 복잡 미묘한 상태입니다. 한자는 ‘원음’의 개념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분명한 것은 갑골문의 시대인 은나라에서도 이미 다수의 민족(/각기 다른 언어)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공통어(共通語)의 개념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발화되는 소릿값에 기준을 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전달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한 글자 한 글자가 가지는 의미는 오로지 배달말의 소릿값에 의해서만 도출이 가능합니다.
門의 갑골문
門(문 문)의 경우도 ‘문’이란 음(音)은 한자음(漢字音)를 받아들인 것이 아닙니다. 門(문 문)의 갑골문 자형을 살펴 볼 때 목조(木造)의 문 모양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 문의 개념은 아마도 인류가 혈거(穴居)의 상태를 벗어나 구조를 갖춘 집에서 거주하게 되면서부터 생겨난 개념일 것입니다. 순우리말에 보면 집의 구조물을 의미하는 고유어(固有語)들이 아주 많은데, 유독(惟獨) ‘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 없습니다. 이는 중국 한자어를 받아들이면서 본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문’의 소릿값을 버린 결과가 아니라, 門(문 문)을 뜻하는 본래 우리말이 ‘문’이었던 것입니다.
西 서녘 서
황혼이 깃드는 곳
西의 갑골문
西의 금문 西의 주문 西의 전문 西의 별체
西 자의 갑골문 자형 중 (1), (2), (3)번 자형은 새둥우리의 모양을 본뜬 형태이며, 나머지 자형은 ‘깃’을 본뜬 모양입니다.
순우리말에서 ‘깃’은 새의 날개나 깃털을 의미하며, 도한 보금자리, 소굴의 뜻도 있습니다. 지금은 둥지, 둥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고대에는 ‘깃’이 더욱 일반적인 말로 쓰였던 것입니다.
깃 (1) [같은 말] 깃털(조류의 몸 표면을 덮고 있는 털).
(2) 새의 날개.
(3) 화살에 세 갈래로 붙인 새 날개의 털.
깃 (1) 보금자리. 소굴.
(2) ‘포대기(어린아이의 작은 이불)’의 옛말.
즉, (1), (2), (3)번 자형은 보금자리나 소굴로서 ‘깃’의 소릿값을 나타내며, 나머지 자형은 새의 날개로서 ‘깃’의 소릿값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금문 자형은 보금자리나 소굴로서의 ‘깃’이며, 주문은 새의 날개를 표현하고 있으며, 전문 자형에 보이는 乙(새 을)[③]으로 ‘깃’의 소릿값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西의 별체(別體)는 棲(깃들일 서)자인데, 妻(아내 처)로 ‘보금자리’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깃’이 ‘서녘’의 뜻을 나타내게 된 것은 기존의 자원에서는 저녁이 되어 새가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에서 ‘해지는 서쪽’의 뜻을 나타낸다고도 하지만, 보금자리에 든다는 의미가 서쪽의 의미를 표방한다는 것은 개연성(蓋然性)이 부족합니다. 야행성인 새도 있는 것이며, 문자로 통용될만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우리말에서 ‘서녘’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관용적인 표현으로 ‘황혼이 깃드는 곳’이 있는데, ‘깃’에서 ‘깃들다’의 소릿값을 유추하고 있는 것입니다. 갑골문 자원에서 이러한 관용격식에 의한 의미의 표기는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예로 妻의 경우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올리고 있는 모양인데, 배달말에서의 ‘머리를 올리다’라는 관용표현에서 ‘결혼한 여자’의 의미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南北
남쪽과 북쪽의 기준은?
고대로부터 배달족을 비롯한 북방계열의 민족은 등을 북쪽으로 보고, 남쪽을 향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건물의 기본적인 구조는 물론이고, 조정에서 임금이 북쪽을 등을 지고 앉아 남면(南面)으로 신하들과 정사를 논의하도록 했습니다.
즉, 동서남북(東西南北)이라는 절대 방위의 기준을 문자로 표기할 때도 사람의 몸[/배]을 기준으로 글자를 만들었으며, 글자를 이루고 있는 구성 성분들은 배달말의 소릿값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天地之間 有四方, 前爲南 後爲北, 左爲東 右爲西. 『學語集』
천지지간에 네 곳의 방위가 있으니, 앞이 남쪽이 되고, 뒤가 북쪽이요, 좌측이 동쪽이 되고, 우측이 서쪽이 된다.
예로부터 우리는 ‘남향’을 중요시 해 왔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에도 출입구나 창문을 남쪽을 향하게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제사나 지낼 때에도 신위(神位)를 북쪽에 두어 남쪽을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남면(南面)이란 숙어는 임금이 조회를 받을 때 제일 북쪽에 앉아서 남쪽에 있는 신하를 바라보던 것에서 군주가 되거나 최고의 지위에 오름을 의미합니다. 이 ‘남향지향(南向指向)’의 기원은 아마도 문자(文字)의 역사보다 오래될 것입니다.
지금도 집을 고를 때 ‘남향’인지를 먼저 따지며, 같은 아파트라도 남향인 경우에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지기도 합니다. 이 남향의 개념은 인간 사고에 의한 관념적인 개념이 아니라 생태적인, 혹은 생리적인 조건입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중국 대륙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체가 북반구(北半球)에 위치한 관계로 태양이 더 오래 비추는 쪽이 남쪽이기 때문입니다. 남향을 해야 집안 내부도 훤하고 통풍도 잘되어 냉난방비가 절약되며, 또한 건강에도 더 이롭기 때문입니다. 그 북반구 중에서도 중국 및 태국 베트남 등은 보다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우리나라와 몽고 등과 같은 북방계의 나라에서 이 남향지향의 훨씬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서 있을 때 기본적인 위치는 등을 북쪽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방향에서 ‘남쪽’과 ‘북쪽’에 해당하는 문자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사람 몸의 ‘앞쪽’과 ‘뒤쪽’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南 남녘 남
배 쪽
南의 갑골문
南의 금문 南의 전문
南의 갑골문 자형은 舟[①]의 윗부분에 무언가 표시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南(남녘 남)의 기존 자원(字源)
울타리를 치고 많은 양을 기르는 곳이 남쪽 지방이었기 때문에 '남쪽'을 나타냄.
屮과 入과 凡의 합자. 봄이 되어 살그머니 스며들어 초목이 싹트도록 촉구하는 남풍의 뜻에서, ‘남풍’의 뜻을 나타냄.
南의 윗부분은 鼓의 장식 부분과 비슷한 데가 있어, 남방에서 쓰였던 악기로부터 ‘남쪽’의 뜻을 나타냄.
상기(上記) 1의 경우는 양은 방목(放牧)으로 키우는 가축이지 상고대에부터 울타리를 치고 키웠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南의 전문 자형의 ⓐ 부분이 羊 자와 비슷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긴 하지만, 실제 羊의 갑골문, 금문, 전문의 자형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완연 다른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羊의 갑골문 羊의 금문 羊의 전문
2의 경우는 屮(풀 철) 및 入(들 입)의 현재 자형은 물론이고 갑골문 자형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형태상으로도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따뜻한 남풍에 의해서 싹이 트다’라는 주관적인 관조(觀照)가 문자로 나타날 수는 없습니다. 문자 조형의 가장 기본은 ‘낱말의 소릿값의 형상화’에 있으며, 그래야만 일반성(一般性)과 개연성(蓋然性)이 발생하여 의사소통을 위한 문자로서 통용이 가능합니다.
屮의 갑골문 入의 갑골문
鼓의 갑골문 鼓의 금문 鼓의 전문
3의 경우는 鼓(북 고)의 갑골문 자형과 비교해 보면 전혀 근거에 닿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鼓의 갑골문, 금문, 전문 자형에 공동으로 보이는 屮자 모양[ⓑ]을 기존의 자원에서는 ‘북의 장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磬(경쇠 경)의 갑골문과 聲(소리 성)의 갑골문에도 이와 동일한 자형 요소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장식이 아니라 ‘소리의 진동’을 표시한 것입니다. 갑골문의 시대에도 소리는 파동(波動)에 의하여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입니다.
학교 교과에서 흔히 과학 실험 도구로 쓰이는 ‘소리굽쇠’는 1700년대 초반에 영국의 트럼펫 연주가 ‘존 쇼어’가 악기를 조율할 때 기준음(基準音)을 내는 도구로 개발한 것입니다. 아직까지 은(殷)나라나 그 이전 시기의 유물로 이 소리굽쇠가 발굴된 것은 아니지만, 鼓, 磬, 聲의 갑골문 자형에 보이는 屮 형태는 분명 음파(音波)가 가장 잘 울리는 모양의 도구인 ‘소리굽쇠’임은 분명합니다.
※ ⓒ 부분은 악기 채를 들고 있는 손 모양이며, ⓓ 부분은 耳(귀 이)자입니다.
前의 고문
南의 갑골문 자형은 前의 갑골문 자형과 유사한 구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前은 舟와 사람 발의 형상으로 ‘동작 상태’를 나타내는 止의 합자이며, 보조요소로 行[다닐 행 ; 행진을 의미]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前의 고문(古文) 자형은 舟의 윗부분에 止가 놓여 있습니다. 止는 ‘걸어가다’나 ‘발’의 의미이며, 舟가 선박이 아닌 사람 몸의 ‘배’를 나타내어, 걸어갈 때 배가 향하는 쪽에서 ‘앞’의 뜻을 나타내듯이, 南은 절대방위(絶對方位)의 개념으로 ‘동작 상태’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止를 전혀 별개의 모양인 ②, ③, ④로 바꾼 것이며, ⑤ 부분은 보조적인 요소로 ‘배 쪽’의 뜻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湳의 전문
南 자가 사용된 전문 자형은 湳(물이름 남)자가 유일한데, 옛 황하(黃河)의 지류인 지명으로 사용됩니다. 南에는 ‘임금’의 뜻이 있는데, 이는 임금의 자리가 항상 북쪽을 등지고 앉아서 남쪽을 향하는 것에서 사용된 비유적인 의미이며, 마찬가지로 湳(물이름 남) 자에도 ‘추장(酋長)’의 뜻이 있습니다.
北 북녘 북
등지다, 등 쪽
北의 갑골문
北의 금문 北의 전문
北의 갑골문 자형은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모양이며, 자형상(字形上) ‘등을 돌리다, 등지다’, 즉 배반(背反)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이며, 가차하여 ‘북녘’의 뜻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南의 갑골문이 ‘남쪽’의 뜻을 나타내는 방법이 ‘사람 몸’, 즉 배[舟]에 있다는 것이 논증되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준이 되는 사람의 ‘배 쪽’의 반대 방향으로 ‘등 쪽’으로 ‘북녘’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從·比/縱의 갑골문
從(따를 종) 및 比(나란할 비)의 갑골문은 두 사람이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여 서 있는 모양이며, 縱(세로 종)은 세 사람이 같은 방향을 향하여 서 있는 모양입니다. 본래는 같은 방향의 두 사람으로 縱의 의미를 나타내다가 ‘나란하다’의 개념과 분화를 위하여 한 사람을 덧붙인 것입니다.
北이 두 사람이 등을 지고 있는 것에서 ‘북녘’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는 곧 南의 갑골문 자형에 보이는 舟가 실제로 나타내는 바는 사람 몸의 ‘배’임을 한 번 더 논증해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背의 전문
背(등 배)의 전문 자형은 北의 아래에 肉자가 놓여 있는 모양입니다. 肉은 신체기관의 뜻을 나타냅니다. 두 사람이 등진 모양에서 신체기관의 肉과 더하여 ‘등’, 아울러 ‘등지다, 배반하다’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