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28일차] 부처님 입멸 슬퍼하듯 마른하늘에서 비가 내리다
순례단 마음 아는 듯 마지막으로 목욕한 카쿠타강 도착하자 빗방울
법체 다비한 람바르스투파 참배…석가모니불 정근 속 28일차 회향
묵언 덕조 스님 합장한 손 좀처럼 내리지 못하고 미소로 마음 전달
원해 스님 “부처님 길서 흘린 눈물·경험 결코 흘려버리지 않을 것”
선광 스님 “쉼 없이 걸어 기력 소진됐지만 매순간 가슴 벅찬 감동”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3월8일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성지 쿠시나가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마침내,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쿠시나가르에 도착했다. 길은 도로와 좁은 흙길이었다. 부처님께서 열반을 예고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갔던 길이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슬픈 마음으로 부처님 뒤를 따르던 제자들의 마음과 순례단의 마음이 다르지는 않을 듯싶다. 부처님 당시 뒤를 따르던 제자들이 부처님의 입멸을 슬퍼했다면, 지금 순례단은 부처님을 직접 뵙지 못함을 슬퍼했다.
순례단의 이런 마음이 닿았을까? 이날은 처음으로 비가 대지를 적셨다. 건기인 인도에서는 드문 현상이다. 감로의 비는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몸을 씻은 카쿠타강에서부터 내렸다. 비는 마치 눈물처럼 내렸다. 짧고 굵었다. 그래서 마음은 더욱 숙연해졌다. 회향지인 부처님을 다비한 람바르스투파까지 가는 동안 해 또한 전혀 들지 않았다. 구름에 가려 빛을 잃었다. 밝은 광명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비췄던 부처님께서 열반에 든 슬픔을 마치 하늘과 땅이 증명하는 것 같았다.
부처님께서 열반을 예고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갔던 길이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부처님 당시 뒤를 따르던 제자들이 부처님의 입멸을 슬퍼했다면, 지금 순례단은 부처님을 직접 뵙지 못함을 슬퍼했다.
공양 장소에 도착한 순례단은 지원단이 준비한 천막 위에서 따뜻한 떡국으로 지친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채 몇 숟갈 뜨기도 전, 둥근 달을 삼켜버린 먹구름이 굵은 물방울을 뚝뚝 떨구어내기 시작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3월8일 순례 28일 만에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성지 쿠시나가르에 도착했다. 새벽 3시 삐빠라까낙을 출발한 순례단은 두 차례 휴식을 취한 후 아침 공양을 위해 카쿠타강가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가는 내내 쿠시나가르의 한국절 대성사 스님들의 환영을 받았다. 공양 장소에 도착한 순례단은 지원단이 준비한 천막 위에서 따뜻한 떡국으로 지친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채 몇 숟갈 뜨기도 전, 둥근 달을 삼켜버린 먹구름이 굵은 빗방울을 뚝뚝 떨구어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세찬 비바람이 불어닥칠 것 같아 긴장했지만, 비는 더 내리지 않았다. 절제된 슬픔을 표현하듯 비는 그렇게 내렸다. 건기철에 생각지도 못한 비가 내리자, 대중들은 순간 당황했다. 어쩌면 부처님의 열반을 슬퍼하는 순례단의 아련한 슬픔을, 눈물을 하늘이 대신 흘린 것이리라.
아침은 서서히 밝아왔다. 사물의 형태가 조금씩 또렷해지면서 아침 공양을 한 장소 아래 흐르고 있는 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처님께서 적멸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목욕을 한 바로 카쿠타강이었다. 순례단은 너나 할 것 없이 가파른 계단 아래 카쿠타강으로 내려갔다.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고, 얼굴을 씻고, 심지어 맛을 보기도 했다.
“물이 생각보다 따뜻합니다. 마치 부처님 온기가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강물에 손을 담근 회주 자승 스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아마도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목욕하셨던 그 물도 지금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으리라.
카쿠타강에 손을 담근 회주 자승 스님이 “물이 생각보다 따뜻하다. 마치 부처님 온기가 전달되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
순례단의 도착에 앞서 거리를 청소하는 주민들.
덕조 스님은 인도순례 입재식과 함께 묵언패를 목에 걸었다. 이후 순례 동안 묵묵히 행선에 매진하며 좀처럼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스님이 오늘은 흐르는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합장한 손을 좀처럼 내리지 못했다. 그 마음이 궁금해 필답을 요청했지만, 스님은 그저 합장한 손 그대로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그 미소가 스님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원해 스님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렀다. “흐린 하늘과 내리는 비를 보니 쿠시나가르로 향하는 부처님 마음이 꼭 이러했을 것 같다. 마지막 목욕을 하시고 이 길을 걸었을 부처님을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흐른다”며 “지금 정진하는 이 마음 그대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붓다의 길에서 보낸 시간과 경험들을 결코 흘려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순례단은 고팔가르를 거쳐 28일차 회향지인 쿠시나가르 다비장에 도착했다. ‘람바르스투파’로 불리는 이곳은 부처님의 법체가 다비된 곳이다. 법체를 화장하기 위해 쌓아 올렸던 장작더미처럼 흙벽돌로 쌓아 올린 커다랗고 둥근 스투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스투파의 기단이며,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은 금빛으로 반짝인다. 부처님의 열반을 슬퍼하며 공양한 금박들이다.
쿠시나가르를 향해 행선 중인 순례단.
행선 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순례단을 위해 주민들이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도로표지판에 쿠시나가라가 5km 앞에 있음을 볼 수 있다.
경전에는 두 그루 사라나무 아래에서 열반에 드신 부처님의 법체를 이곳으로 이운해 오는 동안 쿠시나가르 사람들은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슬픈 음악을 연주했다고 한다. 거리는 깨끗이 청소되었고 백성들은 꽃을 뿌리고 향을 피우며 부처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무릎까지 쌓이는 꽃잎을 헤치며’ 거리를 지나온 법체는 이곳에서 마지막 불길 속에 사라져갔다. 물론 이적도 있었다. 마하가섭이 도착할 때까지 장작더미에는 불이 붙지 않았고 그가 도착한 후에는 법체를 모신 철곽이 열리더니 부처님께서 두 발을 내밀어 마하가섭의 마지막 예배를 받으셨다.
그리고 장작더미에는 저절로 불이 붙어 하늘을 삼킬 듯 치솟아 올랐다. 법체를 모신 철곽과 황금마저 남김없이 녹아 사라질 만큼 거세던 불길이 사라진 자리, 불길에도 타지 않은 영롱한 사리가 남았다. 사람들은 다비를 수습해 공회당에 모시고 7일 동안 공양을 올렸다. 모든 것이 엄숙하고 법답게 진행됐다.
부처님의 열반은 중생들에게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무엇이 급해 이리 빨리 멸도에 드시는가’라며 탄식도 하고, ‘세상의 눈이 너무 빨리 닫힌다’며 통곡도 했다. 부처님의 열반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깨달음을 이루신 후 부처님께서는 줄곧 말씀하셨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렇게 진리의 법칙에 예외란 없다. 부처님의 육신이라도 영원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욕심일 것이다.
3월8일은 인도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홀리'다. 휴일을 맞아 평소보다 많은 주민들이 순례단을 맞이했다.
순례단은 람바르스투파를 돌며 “석가모니불” 정근을 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부르는 엄숙하고 장엄한 염불 소리가 람바르스투파를 휘감았다. 위대한 스승, 그분의 마지막 가르침이 서려 있는 그곳에 순례단은 꽃을 올렸다. 고개 들어 탑을 우러르는 순간 눈가가 조금씩 젖어갔다.
선광 스님은 두 손 모아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한 달여 쉼 없이 걸어 기력은 소진됐지만, 오늘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다비장을 참배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소회를 밝힌 스님은 “한편으로 고통에 아파하는 중생을 남겨두고 열반에 들어야 하는 부처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온다”며 “하지만 부처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기에 이곳 다비장에서 다시 한 번 현현하심을 생각하며 열심히 수행하고 정진할 것을 다짐해본다”고 말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쿠시나가르에서 하루 더 머물면서 순례 29일차인 3월9일 오전 8시 부처님께서 입멸한 열반당 앞마당에서 ‘부처님 열반지 기도법회’를 봉행한다. 열반에 드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대신해 열반당에 모셔진 부처님께서 우리를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리라.
28일차 회향지인 쿠시나가르 다비장으로 향하는 순례단.
‘람바르스투파’로 불리는 이곳은 부처님의 법체가 다비된 곳이다. 법체를 화장하기 위해 쌓아 올렸던 장작더미처럼 흙벽돌로 쌓아 올린 커다랗고 둥근 스투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순례단은 이날 람바르스투파에서 회향식을 가졌다.
쿠시나가르=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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