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窓
어렸을 적 '너는 커서 뭐가 될거야' 하면 거의 대통령, 조금 자라면 장관 더 자라면 장군, 과학자, 박사 하면서 자라는데 사회에 나올때면 현실적으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의 창도 젊어서는 큰 창에서 나이 들수록 점점 작은 창으로 옮겨가는 데 지금에 이르니 아주 작은 쪽창만 남고 더욱 나이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내가 느낀 쪽창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 보렵니다.
젊은 시절엔 살면서 창이 작아질 때마다 나름 혼자 고민하고 슬퍼하고 울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창이 작아지는 걸 기꺼히 받아들이고 수용하면서 창이 작아 보이지 않는 부분은 관대하게 버리고 용서하고 배려하면서 어느 덧 칠십에 이르렀습니다.
작금에 이르러 이러한 쪽창으로 세상을 보면 내게 너무 이롭고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쪽창으로 보니 분별할 게 없어 좋고, 아름다운 풍경만 가려서 보니 좋고, 안 보이는 부분까지 보지 않으니 어지럽지 않아 좋고, 높은 산도 쉬이 오를 수 있으니 숨이 차지 않아 좋고, 보이지 않는 곳은 이미 버려서 배려할 부분이 많아지니 좋고, 창이 작아지니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아 좋습니다.
이렇듯 쪽창의 여러 좋은 점으로 앞으로 욕심을 더욱 버리고 창을 더욱 좁혀 더 작은 쪽창을 만들어 남은 세상을 살아보려고 다짐해 봅니다.
제가 더욱 쪽창을 좋아하게 된 연유는 지리산 남쪽 산청에 있는 정각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친한 지인과 그곳 조그만 절간방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자는데 방 쪽창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이 너무 좋아 그때부터 쪽창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고 서울에 올라온 뒤에도 우리집 옥탑방의 쪽창을 애지중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글씨도 글도 미력한 자신을 잘 알기에 친구들 채팅창에 눈팅만 했었는데 12월 원고 마감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마지막 숙제한다는 마음으로 그동안 살면서 느낀 경험들을 친구들 앞이니까 부끄럽지만 몇자 적었습니다.
2021년 1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