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다.
2025년 을사년이 시작됨을 한번 더 확인해 주는 날이다.
아침에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소담스럽게 내린다.
2020년에 형님께서 별세하신 이래로 설명절이 더욱 낯설다.
형님 별세후로는 청주사는 아우는 아우대로, 조카 네는 또한
조카들 나름대로 명절을 보내기로 하고 나니, 더더욱 명절이
실감나지 않는다.
외부에서 찾아 올 이도 없고, 딱히 찾아갈 곳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니까 마냥 늑장을 부리고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점심 식사 후에는 동네 주변을 산책하려고 집을 나섰다.
안에서 볼 때는 햇살이 따사로워 보이는데, 막상 밖에 나오니
바람이 차다. 집을 나선 김에 동네 주변을 한바퀴 돌고 걸음을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표지판에 오늘 현재 온도가 영하 2.7도
라고 나타나는데,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체감 온도는 꽤나 춥게
느껴진다. 공원을 두바퀴 쯤 돌고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아내와 오후에 영화나 한편 볼까 했는데, 아내가 처형댁에 가야
한다고 해서 설날 하루가 싱겁게 지나간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책상 앞에 앉아 성경을 읽는다. 오늘 민수기를 다 읽어보고 싶긴
한데 잘 될지 모르겠다. 몇 장을 읽고 나니 눈의 피로감을 느낀다.
성경을 덮고서 컴퓨터를 열고 내가 운영하는 카페에 글을 올린다.
한시도 한편 정리해서 올리고, 회원 경조사 소식도 챙겨서 정리
해 올려 놓는다. 내가 인터넷 카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지난
2001년 2월 초이니, 어느덧 25년이나 되었다. 짧지 않은 세월이
그렇게 지나갔다. 글쓰는 일이 이제는 내게 하나의 습관이 되어
내 생활의 분신처럼 되었다. 이런 저런 자료들을 정리해 두고서,
그간에 내가 써왔던 글들을 내용별로 정리해 놓고 수시로 찾아서
읽고 있다.
매일 조금씩 하다 싶이 했는데, 이제는 제법 자료들이 쌓여서 내
스스로도 대견함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내 삶의 편린(片鱗)들이
이 글들 속에 드러난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노고와
정성이 묻어나는 것들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해외에 있는 아들과 손주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비로소 가족들과 명절 인사를 나눈다. 손주들의 인사를 받으며 나
또한 손주들에게 축복의 인사를 건넨다.
소도시에서 살다가 대도시로 이사한 지 한달이 안되었기 때문에
어린 손주들에게는 이사한 곳이 낯선 풍경으로 남아 있음을 확인
하게 된다. 서로서로 내게 인사하는 손주들이 귀엽고도 사랑스럽다.
모쪼록 손주들이 잘 자라 성숙한 신앙인이자 사회인으로 굳건하게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점점 밤이 깊어간다.
아직은 그래도 민족의 큰 명절로써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설날이
이렇게 내곁을 지나가고 있다. 이제 곧 입춘이 오고, 새 봄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