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아 글쎄, 신랑 회사로 전화했더니 2개월 전에 퇴사했다지 뭐예요? 이런 기가 막힌 일이 다 있네요.” 그날 퇴근한 남편 붙잡고 캐물었더니 회사가 어려워 구조조정이 되었단다. 남편은 아내가 걱정할까봐 혼자 속앓이 하다가 평소 출근하는 것처럼 연출했던 모양이다.
요즘 불황한파로 길거리에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어깨 축 처진 남성들이 많다. 시대의 아픔이 어찌 그들 뿐이랴? 생활고에 시달려 어린 자녀와 함께 저 세상으로 떠나는 현실 도피족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지 않은가?
“허드렛일도 좋으니 목구멍에 풀칠 할 만한 곳 좀 소개해 주시게나.” 대학 다니는 두 자녀를 둔 친구가 마시지도 못하는 막걸리 힘을 빌려 일자리 구해 달라며 구원요청을 한다. “월급은 상관 없으니 취업 좀 시켜주세요. 집에서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서요.” 군대 마치고도 변변한 직장 잡지 못한 대학교 제자도 염치불구하고 술 힘 빌려 취업을 부탁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못 막는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은 청년층은 물론이고 중장년층, 노년층까지 일자리 찾기에 혈안이다. 취업한 직장인들도 언제 구조조정 될지 몰라 좌불안석이다. 참으로 어수선한 세상이다.
남편 일로 상심한 낭독봉사자에게 격려와 충고의 말을 해주었다. “속상해 하지만 마시고 남몰래 속앓이 많이 하신 남편에게 따뜻한 격려와 용기의 말을 해주세요.”
그러나 그녀는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2개월 동안 감쪽같이 속인 배신감에 화만 나는 데요.” 철없는 여인. 하지만 나는 안다. 희망의 작은 불씨만 있다면 그것으로 미래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을.
“2개월 동안 출근 연출한 남편의 고통을 생각해 보셨나요?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주세요. 반드시 재기하실 것입니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 여인. 오늘따라 빗소리가 유난히 가슴을 적셔 온다. 내일은 해가 뜨리라. 쨍쨍 해가 뜨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