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가라사대, ‘배우고 그것을 익히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 하셨다.
정양늪에 관해 관심을 갖고 보니, 뭍의 생물이든 수생생물이든 알아간다는 것은 기쁨 그 자체다.
매번 정양늪 탐방은 가슴 떨린다.
오늘 논에 사는 생물에 대해 알아봤다.
어릴적 큰물 나면 팔뚝만한 물고기가 논바닥에서 팔딱거리곤 했던 곳이다.
다음 주면 강의가 종료되다 보니 학구열이 하늘을 찌른다.
아무리 바빠도 왔다가 가고, 또 바쁜 일이 있을 때는 늦게라도 참여한다.
공연 때문에 무척 바쁘신 분도 참여했다.
강의 후 ‘물자라 목걸이’ 만들기였는데,
바쁜 나머지 목걸이 매듭을 후딱 배우고 일어났다.
한참 후 선생님의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학습 과정을 찍곤 했는데 불러도 묵묵부답이다.
동분서주한 가운데 손목시계 불루투스에서 폰이 사라졌음을 알린다.
순간 무언가 뇌리를 스친다.
그러면 그분이 급한 마음에 탁자 위에 놓인 폰을 가져가신 것 아닌가?
황급히 전화하니 이미 지릿재 넘어 쌍림을 달리고 있다.
순발력 있는 슈퍼맨이 날렵하게 달려가신다.
수서생물 탐방 나서려고 잠시 늪 입구에서 기다리는데, 언어 순화에 탁월하신 분이 한 말씀 하신다.
“폰을 가지고 갔다”라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은 곧 의도 있는 뜻이라, 도둑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폰을 자기도 모르게 넣었다”라고 해야 한다.
마침 오늘 집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토를 달았다. 아내에게 꾸중을 들었지만, 더 심한 채찍이 필요했다.
여느 날 같이 가을(개)이 데리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
그런데 집 앞 쓰레기 모으는 곳에 누군가 소파와 김치냉장고를 버리고 간 것이다.
도로 옆이다 보니 얌체족이 많다.
차를 타고 가다가 던진 봉지에서부터,
후다닥 차 세우고 버리고 간 가전제품들.
즐거운 산책이 망가지면서 화가 치밀었다.
집에 돌아와 옆집 차량의 블랙박스라도 볼 겸 전화했다.
겨우 두 집이 사는 곳이라 옆집이 그러했을 거라고는 눈꼽 만큼도 생각지 못했다.
그래도 조심해야 했는데.
“반갑습니다. **씨 어떤 놈이 소파와 김치냉장고를 버리고 갔는데”라고 하자,
“그것 우리가 버렸습니다.
일요일이라 아직 딱지 못 부쳤어요”라고 한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 예~”라며 말꼬리를 내렸다.
사과할 경향도 없었다. 참으로 난감하다.
어떤 분이 위로의 말을 전한다.
교장샘이니까 그렇지 안 그러면 “어떤 *새끼가~”라고 했을 것이란다.
화가 치밀어도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그 지당하신 말씀에 모두 공감한다.
폰도 없어졌다가 살아서 오고, 집 나간 가위도 걸어서 왔는데 ‘어떤 놈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옆집과 마주치면 무어라고 해야 하나?
정양늪은 언제나 살아 있음을 느낄 정도로 혈기 왕성하다.
펄떡거리는 잉어, 흙탕 물잽이 가물치,
쌩쌩 노니는 흰빰검둥오리 등등.
겨울이 되면 얼마나 많은 철새가 올지 기대된다.
다만 오늘은 물이 깨끗하다.
머드팩한 잉어는 한가롭고, 가물치는 가을 나들이 갔나 보다.
덕분에 물수세미가 잘 보일 정도로 맑다.
“금개구리는 물이 맑을 때만 일광욕을 즐긴다”는 가설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세 마리의 금개구리가 멋진 포즈로 우릴 기다린다.
한 마리는 턱 고이고 상념에 빠져있고,
큰 놈은 뒤태가 아름답다며 엉덩이 드러내고,
팔등신 암컷은 수초 위로 들어낸 발가락이 네일아트 안 해도 우아하고 예쁘다.
정양늪 황태자는 누가 뭐래도 금개구리다.
아침햇살 받은 금개구리는 황금빛으로 빛난다.
센티멘탈해진 마음, 자리를 떠나지 못하겠다.
오늘도 정양늪의 다양한 생물들을 찾았다.
총무님의 뜰채에 새로운 생물이 등장한다.
가물치를 잡았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누군가 자세히 보더니 “가물치가 아니고, 동사리 같은데요”.
선생님과 한곳에 모여 앉아 채집한 생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왕잠자리 유충의 입술이 특이하게 생겼다.
마치 두꺼비 혓바닥 같다.
소금쟁이 이름의 유래 또한 재미있다.
첫째 입으로 쏜다고 쏨쟁이,
둘째 소금 장수의 힘쓰는 다리 모양,
셋째 물 위에서 톡톡 튀는 작은 새를 닮아서란다.
물벌레, 꼬마물벌레, 줄새우, 새뱅이, 빨간색의 깔따구 애벌레가 귀엽다.
깔따구는 입이 퇴화되어 물지 못한다고 한다.
보약 같은 산골조개가 늪에서 발견됐다.
가물치로 오해했던 동사리와 밀어는 처음이라 오래도록 설명과 질문이 오고 간다.
동사리 이빨이 상당히 날카롭다.
소금쟁이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징검다리에 왕우렁이가 징그러울 정도로 시커멓게 붙어있다.
그 외 왼돌이 물달팽이, 쇠달팽이도 보인다.
달팽이와 우렁이의 차이점을 보면,
달팽이는 뚜껑이 없으며 뭍에서 혼자 산다.
암수 구별이 없어 짝짓기 후 모두 알을 낳는다.
우렁이는 물에 모여서 산다.
자연을 사랑하고 동식물에 애착하려면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
사랑은 그저 생기는 것도, 아무나 갖는 것도 아니다.
학이시습(學而時習)해야 한다.
인간성 즉 본바탕이 깨끗하고 어질고 지혜로워야,
자연을 사랑하고 아낄 자격이 있다고 본다.
말하나 행동 하나에 조심하면서 정양늪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