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 글로리＞ 현실판

[윤순경]

2023. 2. 26.

학교측에서도 전혀 반성의 기미가 안 보인다고 했던 학교 폭력 가해자가 서울대를 진학한 우리 현실이 놀랍다. 우리나라 대입 선발 제도가 학생들의 점수와 스펙 쌓기에만 매몰되어 누군가에게 가혹한 신체적 혹은 언어적 폭력을 휘두른 점은 외면한 것이다.

피해자가 정상적인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정도의 학교 폭력은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 없다. 가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의 부모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했어도 용서 받기 힘든 잘못이다. 그런데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서울대 진학이 가능했다는 점이 당혹스럽다. 가해자의 부모가 자식의 잘못을 축소시키고자 고군분투했다는 기사를 보니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학교 폭력을 포함한 사회 각종 폭력은 언제나 힘의 불평등에서 비롯된다. 물리적 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힘도 이에 포함된다. 과거에는 아이들 간에 키가 크거나 덩치가 큰 아이들이 왜소한 아이들을 괴롭혔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으니 힘이 약한 아이는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이런 일이 학교 폭력 중 일부 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학교 폭력은 부모의 부와 권력을 등에 업은 학생들이 힘 자랑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 되었다. 이들은 어떤 학생을 괴롭혀도 되는지 귀신같이 알아내고 실제로 행동에 돌입하게 된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학교 폭력에는 사람들이 공분하지만 막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에는 무관심하거나 외면하는 일이 많다. 힘을 가진 가해자의 부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마하려 들고 학교 폭력 문제를 수습하는 학교는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고 한다. 애초에 힘이 없어서 피해를 당했던 피해자와 부모는 그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이다.

국수본부장이 오늘 갑자기 사퇴한 이유가 무엇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결코 사퇴하지 않을 것처럼 당당하던데 하루 사이에 없던 양심이 생긴 것일까?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비롯해 가해자의 반성 없는 행태와 그것을 방조한 부모에 대해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과연 사퇴했을까?

사회 어느 영역이든 힘을 갖지 못한 사람과 집단에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누구든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면 또다른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제도와 노력을 비웃듯 여전히 학교 폭력이 많고 그 정도가 상당히 심한 경우가 있음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과거 학교 폭력으로 인해 성인의 삶이 망가지는 징벌은 학교 폭력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첵은 될 수 없다. 졸업 후 2년 동안 학교 폭력 기록을 남기는 것도 2년만 지나면 기록이 사라질텐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정에서부터, 초종등학교에서부터 힘 없는 친구를 사소하게나마 약올리고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어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어른들이 보여주는 세상대로 아이들이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속담에만 머물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