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증: 522. 교회신문 > 제 11호 아니, 물이 왜 이래!
날은 더 없이 맑았다. 태양을 머금은 대지는 어느 샌가 녹음을 짙게 드리우고 있었고 나는 그 싱그러움을 원 없이 만끽하고 서 있었다. 바로 1991년 7월 17일의 일이다. 이날은 침례식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인천 교회에서 간간이 침례를 행하곤 했었지만, 서울의 경우엔 교회가 없다보니 장소가 여의치 않아 여태껏 미뤄오다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거행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당시 행정 전도사에게 지시하여 저들을 한꺼번에 수용하여 침례식을 거행할 장소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결정된 곳이 바로 미사리에 있는 올림픽 조정 경기장.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려는데 저으기 마음 한편이 찜찜하다. 연신 도리질을 해보지만 자꾸만 걸리는 게 무언가 있다. 꿈에서 행정 전도사가 무슨 일인지 내 눈치를 살피며 자꾸 피하려고만 한다. 무슨 연유인가 하고 물어볼래도 도체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음에야. 그러나 꿈으로 인해 불편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차가 이제 마악 조정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장엔 시간이 조금 일렀음에도 성도들은 참 많이들 모여와 있었다. 환한 미소로 나를 맞는 저들의 미소를 대하려니 찜찜했던 기분은 금새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그 미소들을 뒤로하고 눈을 들어 침례식을 치를 조정 경기장을 바라보는데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경기장 사정이 말이 아니다. 뿌옅게 퍼진 녹조로 인해 물은 이미 그 빛을 잃은 지 오래고, 심한 악취는 연신 코를 찔러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고여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치른다며 가두어 둔 물을 단 한 번 갈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해둔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 몸을 담고, 또 어떻게 의식을 거행할 수 있겠나! 도저히 침례식을 치를 만한 형편이 되지 못하였다. '아하, 그렇구나. 행정 전도사가 나를 피해 다닌 게 바로 이 때문이로구나!' 그제야 나는 내내 마음을 쓰이게 했던 이유가 무엇인 줄 알게 되었다. 그는 분명 직접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그런 그에 대고 '그래도 잘 알아보고 결정하라'고 그렇게나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그러나 어쩌랴. 후회해봐야 이젠 아무 소용없다. 벌써부터 성도들은 구름 떼처럼 모여들고 있었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죄의 허물을 벗고 새 피조물로 거듭남을 선포하는 의식을 이런 열악한 곳에서 할 수는 없다. 깨끗한 물을 찾아야 했다. 흐르는 물이라면 깨끗하리라. 그래 급히 근처 강가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도 마뜩찮기는 마찬가지다. 수 천명을 수용할 만한 장소도 장소려니와 곳곳에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어 안전사고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터벅터벅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순간, 한 말씀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 옛날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는 물에 소금을 뿌림으로 물을 고쳤다지 않았던가(왕하 2:19-22)! '그렇지, 그렇게 하면 되지!' 깨달음에 '탁'하고 무릎을 쳤다. 나도 믿고 구하면 된다. 그러면 물이 변해 포도주가 되는 역사가 나를 통해서도 능히 나타나리라(요 2:1-11). 모여든 성도들은 이미 수천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들을 향해 나는 나아갔다. 그리고 생수 한 바가지를 퍼들고 기도했다. "살아계신 하나님, 오늘도 종의 말과 기도를 들으시는 줄을 압니다. 이제 내가 예수 이름으로 명할 때 이 썩은 물이 변하여 생수와 같이 되게 하소서. 그래서 하나님이 살아계시다고 하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믿고 깨달아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게 하소서.
내가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 썩은 물은 변하여 생수가 될지어다. 냄새는 사라질찌어다." 그리고 나서 나는 바가지에 담긴 생수를 힘차게 흩뿌렸다. 그때다.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때까지 양미간을 찌푸리게 하던 그 심한 악취가 어느 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이 어찜인가! 그렇다. 그 썩은 물이 변한 것이다. 하나님이 나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다. 어떤 성도는 "아까는 분명 냄새가 났었는데"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물에 들어갔다 나온 성도들도 저마다 신기하다며 한마디씩들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하나님의 역사를 보고 소리를 높여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세례식을 치렀었다.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신다. 단지 우리가 그 사랑을 측량할 수 없을 뿐이지 우릴 위해 예비하신 것은 너무도 크고 놀라운 것들 뿐이다. 그분은 우릴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으시다. 우리가 구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구치 아니한 것이라도 능히 채워주실 분이시다.(엡 3:20)
'내가 얼마나 값비싼 존재인지를 알려면 십자가를 바라보라'고 M.루터는 말했다. 그렇다. 자기 아들까지 내어주신 이가 그 무언들 아낄까(롬 8:32)! 우리가 받지 못함은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하자. 사모하자. 우리 삶 속에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게 하자. 그래 하나님으로 진정 우리의 하나님되시게 하자.
- 이초석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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