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3. 21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니다." 2021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4주째에 접어 들었지만 대학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올해에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북적거리던 대학상권이 무너지고 하숙집들은 저마다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학지원자 감소로 지역대학에서는 대규모 정원미달사태가 벌어졌다는 것. 대학지원자 감소는 적어도 향후 20년간 지속될 예정이어서 대학들의 생존을 위한 고민도 깊어지는 실정이다.
저출산현상의 장기화로 대학 공동체의 붕괴는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교육부는 2015년부터 대학역량진단평가를 통해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지정하면서 입학정원축소를 유도해왔다. 2018년 2주기 평가에 이어 올 5월에는 3주기 평가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쟁력 없는 대학의 입학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공멸로 가는 시간을 잠시 늦출 뿐이다. 이제라도 대학간 통·폐합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국·공립대학의 통합뿐만 아니라 사립대학들의 통·폐합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합 및 폐쇄되는 사립대학의 부지와 건물 중 일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도록 사립대학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많은 대학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이유로 정규직 교수채용을 꺼리거나 유예하고 있다. 대신 비정년 계약직의 채용을 늘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규직 교원 1인이 담당하는 학생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학령인구 감소를 교원 1인당 학생 비율을 줄여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미 포브스(Forbes)지가 미 대학 랭킹 1위로 꼽은 프린스턴대학교의 교원 1인당 학생수는 5명에 불과하다. 미국 100위 대학은 교원1인당 가르치는 평균 학생수는 10명, 미 대학 전체평균은 15명이다. 반면 2020년 국내 일반대학의 교원 1인당 학생수는 22.1명, 전문대학은 35.7명이다. 중학교 11.8명, 고등학교 10.1명에 비해서도 2~3배나 많다. 교원 1인당 가르치는 학생 수가 적을수록 양질의 교육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통·폐합되는 대학의 교원을 흡수, 대학의 교원 1인당 학생수를 낮출 수 있도록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또 국내 대학원 활성화를 위해서 교원 채용시에 국내 대학 박사학위자들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사립대학의 시립, 도립 대학화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미국과 영국 등의 경우 사립대학 비중은 10% 정도인데 비해, 국내 사립대학의 비중은 80%로 지나치게 높다. 사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대신에 사학재단이 고등교육을 담당해온 것 자체가 기형적이다. 미국의 경우 초기 엘리트 교육은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등 동부의 사립대학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후 조지아대(1785년), 노스캐롤라이나대(1789년), 미시간대(1817년), 인디애나대(1820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1868년) 등 주립대학이 설립돼 지역인재를 키워왔다. 우리도 국립대학과는 별도로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시·도립대학을 육성하고 이들 대학을 지역거점 싱크 탱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각 시·도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해당 시·도 지역 출신학생들과 타 지역 학생들간의 수업료 차등화 조치 등도 고려할 만한다.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출산장려대책이 시급하다. 현재의 초저출산 경향을 극복하지 못하면 대학 지원자수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저출산을 막기 위해 225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출산율은 더욱 악화되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의 평균인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 2019년 0.92, 2020년 0.84로 계속 악화됐다. 남녀 혼인 건수도 지난해 21만 4000건으로 2019년에 비해 10.7%포인트 감소했다. 혼인비율 감소 및 저출산문제는 주택문제, 청년일자리문제, 여성복지, 지역균형발전 등이 함께 엉킨 복잡한 실타래이다. 마찬가지로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대학의 붕괴 역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 나아가 국가 전체의 시급한 이슈로 접근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여야 정치권에서는 초저출산문제나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대학 공동체 붕괴 논의는 전혀 없고 LH사태를 둘러싼 부동산 공방만을 하고 있다.
홍성철 /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