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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주거공동체를 꿈꾼다 - 친환경 사회주택 짓는 '녹색친구들'
세모편지 이웃추가
‘녹색’의 주거공동체를 꿈꾼다
친환경 사회주택 짓는 사회적기업 ‘녹색친구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 그 마을 안에 살던 소년은 자연을 스승삼아 살았단다. 그 무엇보다도 겸손하고, 의연한 존재. 그것이 바로 산이라고 여겼다.
“자연처럼 큰 스승이 없다고 생각해요.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닮고자 늘 노력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녹색’의 가치도 자연을 당연시하지 않고, 이를테면 우리가 더불어 사는 ‘방죽’의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삶”이라고 ‘녹색친구들’ 김종식 대표는 말한다.
한국의 베드제드(BedZED) 만들기

어릴적에 살았던 지리산 작은 마을에서의 경험이 가장 큰 공부라고 말하는 녹색친구들 김종식 대표
녹색친구들은 친환경 사회주택을 건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회사이름에서부터 김 대표의 ‘녹색의 삶’이 묻어난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에서 열성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든 산악회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서울시가 사회주택을 시세 80%, 연 인상률 5% 이하의 장기임대 가능한 주택으로 개념정의하고 있지만 녹색친구들이 이 개념정의만으로는 한정되지 않는 이유이다.
김종식 대표가 친환경 사회주택을 꿈꾸게 된 계기는 영국 베드제드(BedZED)와 독일 보방마을에 다녀온 경험이 가장 컸다. 베드제드는 영국 서튼 지역에 위치한 친환경 주거단지로 녹색도시의 성공모델로 손꼽히는 곳이다. 오수처리시설을 주거단지로 탈바꿈 시켰다. 첨단 단열공법을 사용해 주거단지 전체가 ‘탄소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위치한 보방마을 역시 생태마을로 유명하다.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가 핵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면서 녹색마을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정말 부러웠습니다. 한국에는 왜 저런 마을들이 없을까? 하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꿈꿔왔던 친환경 에너지와 생태적 삶을 ‘집’을 통해 풀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시작은 좋았다. 그의 도전은 2012년 서울시 성북구에서 성공하나 싶었다. 지금은 ‘토지임대부 주택’이라는 정식 사업이 된 민간건설 임대공공주택의 아이디어를 내놓아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공공에서 국공유지를 장기임대해주면 민간건설업체가 사회주택을 짓고, 완성된 주택을 지역에 기부채납한 후 임대료를 받아 건축비를 갚아나가는 방식을 생각해냈다. 임대주택은 공공주택공사만 한다는 상식을 깼다.
후한 평가도 많이 받았다. 공공주택공사의 만성적 적자, 그로인한 주춤한 임대주택 건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을 일등공신이라는 따뜻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대우증권 Jump-Up 콘테스트 본상, 현대차 정몽구 재단 H-온드림 오디션 대상 수상 등 많은 이들이 녹색친구들의 혁신성에 박수를 보내줬다. 서울시 성북구도 적극적이었다.
사회주택이 필요해
480평이 되는 국공유지를 녹색친구들에게 선정해줬고, 법적 타당성 조사까지 순조롭게 끝마쳤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주민들에게서 나왔다. 임대주택이 들어설 땅은 재개발이 된지 5년도 안 된, 소위 ‘중산층 지역’이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임대주택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편견들을 토대로 2천 세대가 연대서명을 해가면서까지 녹색친구들의 1호 사회주택 사업을 막았다. 2년여의 공을 들인 첫 도전이 실패로 돌아가 버린 순간이었다. 2014년의 일이었다.
“안타까웠죠. 하지만 사회주택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는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생각으로 꿋꿋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혼자 사는 청년들과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그런 그들이 대부분 주거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사회주택의 존재는 더욱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2015년 6월 사회주택협회가 출범했다.
2015년은 땅을 튼튼히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6월 사회주택협회도 출범했다. 김종식 대표는 이사장으로 참여하며, 온·오프라인에서 사회주택의 활성화를 위한 방법들을 고민 중에 있다고 한다. 올해 3월 개소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와 협업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곧 이뤄질 거라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사회주택 인증제도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주택 건설과정에서 불량재료를 사용하진 않는지, 공동체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는지를 확인하는 제도를 꼼꼼히 할 예정이라는 설명이었다.
본격적인 주택사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시 성동구가 왕십리도선동에 위치한 주택을 리모델링해줄 수 있는지 물어온 것이다. 녹색친구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사회주택협회 회원사로 참여중인 사회적기업 선랩과 리모델링 작업의 방향성을 검토하고 있다. 작은 사업이지만 ‘주거난민’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
함께 사는 ‘더불어 숲’
녹색친구들이 꿈꿔온 친환경 사회주택도 그 모습을 드러낼 준비에 한창이다. 서울시에서 녹색친구들을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시범사업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1, 2호 사회주택을 4월에 착공해 8월 중 완공할 예정에 있다. 녹색친구들 표 친환경 사회주택의 이미지를 그려줄 브랜드 이름도 정했다. ‘더불어 숲’,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공간에 부여한 이름이다. 마포구 성산동과 서대문구 창천동에 입지할 1, 2호에는 각각의 특성도 있었다.
1호 주택은 친환경성에 중점을 두고, 2호 주택에는 사회초년생들과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가 살만한 주거형태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공통점도 있다. 둘 모두 전세난을 겪는 서민들을 위해 지불 가능한, 합리적인 전세 가격으로 내놓을 예정이라는 점이다. 원하면 10년까지 입주가 가능하고, 시세의 80% 이하로 저렴하게 입주하도록 맞춰놓았다.

'더불어숲' 1, 2호의 도면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김종식 대표
또한 우리가 흔히 사회주택이라고 하면 셰어하우스를 떠올리겠지만, '더불어 숲'은 아파트라고 보면 쉽다. 각각의 가구가 사생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삭막한 아파트와는 또 다르다. 지하를 동네영화관으로 만들어 주민거점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옥상텃밭을 함께 가꾸고, 공동체성을 가꿀 활동들을 준비 중에 있다. 예비입주자 아카데미를 통해 자체규약을 같이 만들면서 자발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이다. 처음 시작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인 만큼 임대주택이 가진 편견을 깨는 일도 중요한 목표라고 한다.
“다리를 짓는 사람은 다리에 물이 묻을 수밖에 없듯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녹색친구들이 만들 사회주택이 ‘모델하우스’의 역할이 되는 만큼 튼튼하고, 예쁜 그래서 살고 싶은 집을 만들”거라며 김종식 대표는 빙그레 웃어보였다. 2018년까지 12호의 사회주택을, 300호의 가구가 살 수 있도록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영리추구 기업들보다 앞서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에도 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친환경 주거공간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노하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사회주택을 만들겠다
 
사회주택협회 해외연수단이 2015년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사회주택
소규모의 노후된 주택과 주거환경을 정비하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에도 의욕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년까지 1차적 꿈은 시행부터 관리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건설업체 되는 것이다. 친환경 사회주택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종식 대표는 사회주택협회 회원사들과 2015년에 다녀온 네덜란드 연수의 소회로 말을 마쳤다.
“네덜란드는 사회주택이 100년 이상 된 나라예요. 주택 중 33%가 사회주택입니다. 사회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8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없고, 난민과 노숙자를 위한 사회주택도 활성화되어 있죠. 녹색친구들은 한국에서도 그런 사회모습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집은 '부동산'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취급을 받는 지금. 집의 본래 기능을 되찾기 위한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이제 시작이다.
녹색친구들 홈페이지 : http://greenfriends.co.kr/
글. 조득신(벼리커뮤니케이션 소셜리포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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