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변혈(便血)의 치(治)를 논(論)하다
변혈(便血)과 장벽(腸澼)은 본래 같은 종류(類)가 아니다.
변혈(便血)은 대변(大便)이 대부분 실(實)하면서 혈(血)이 저절로 하(下)하는 것이다.
장벽(腸澼)은 사리(瀉利)로 인하여 농혈(膿血)이 보이는 것이니, 곧 이질(痢疾)이다.
보건대, 내경([內經])에 이르기를 "식음(食飮)이 부절(不節)하고 기거(起居)가 불시(不時)하면 음(陰)이 받고, 음(陰)이 받으면 오장(五臟)에 들어가며 오장(五臟)에 들어가면 진만(䐜滿) 폐색(閉塞)하니, 아래로는 손설(飱泄)이 되고 오래되면 장벽(腸澼)이 된다." 하였다.
이로 장벽(腸澼)의 원인(因)은 손설(飱泄)임을 알 수 있으니, 변혈(便血)과는 부동(不同)하고, 그 치료(治) 또한 다르니라.
또 변혈(便血)에는 숙질(夙疾)이 있으나 장벽(腸澼)은 오직 신사(新邪)이니, 더욱 쉽게 변별(辨)할 수 있다.
요즘 여러 서(書)에는 이와 유사(:類)하게 말하기는 하지만, 모두 잘못된 것이다.
이에 변혈(便血)의 증치(證治)를 여기에 열거(列)하였고, 장벽(腸澼)의 정의(義)는 이질({痢疾})의 문(門)에 있다.
따라서 임증(臨證)하면 반드시 대변(大便)의 조설(燥泄)이 어떠한지를 상세히 살펴야 의사(疑似)하여 오인(誤認)하는 잘못에 이르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음주(酒)를 많이 하는 사람은 반드시 대부분 당설(溏泄)하고 또한 변혈(便血)도 많다. 이 또한 설(泄)로 인하여 장벽(腸澼)으로 보면 안 된다.
一. 대변(大便)의 하혈(下血)은 대부분 장위(腸胃)의 화(火)로 말미암느니라.
대장(大腸) 소장(小腸)은 모두 위(胃)에 속(屬)한다.
다만 혈(血)이 변(便)의 앞(:前)에 있으면 그 래(來)가 근(近)하고 근(近)하면 광장(廣腸)에 있거나 항문(肛門)에 있다. 혈(血)이 변(便)의 뒤(:後)에 있으면 그 래(來)가 원(遠)하니, 원(遠)하면 소장(小腸)에 있거나 위(胃)에 있다.
비록 혈(血)의 망행(妄行)은 화(火)로 말미암은 것이 많지만, 반드시 다 화(火)로 말미암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화증(火證)의 외(外)에 비위(脾胃)의 양허(陽虛)로 통혈(統血)하지 못하거나, 기함(氣陷)으로 혈(血)이 또한 함(陷)하거나, 병구(病久)로 활설(滑泄)하면서 혈(血)이 이로 인하여 동(動)하거나, 풍사(風邪)가 음분(陰分)에 결(結)하여 변혈(便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화(火)가 있으면 대부분 혈열(血熱)로 인하고, 화(火)가 없으면 대부분 허활(虛滑)로 인한다.
따라서 혈(血)을 치료(治)하려면 단지 허실(虛實)의 요점(要)을 알아야 한다.
一. 하혈(下血)이 화(火)로 인하면 마땅히 청열(淸熱)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오직 약영전(約營煎)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은 지유산(地楡散) 괴화산(塊花散) 황연환(黃連丸) 괴각환(槐角丸)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열(熱)이 비위(脾胃) 소장(小腸)의 사이에 있으면서 화(火)가 심(甚)하면 마땅히 추신음(抽薪飮) 황연해독탕(黃連解毒湯)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평소(:素)에 양장(陽臟)으로 오래 동안(:遠年) 화(火)가 많다가 근일(近日)에 장독(臟毒)으로 하혈(下血)하여 오래도록 낫지 않으면 마땅히 장연환(臟連丸) 저장환(猪臟丸)으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대장(大腸)의 풍열(風熱)로 혈(血)이 부지(不止)하면 마땅히 방풍황금환(防風黃芩丸)으로 주(主)하여야 한다.
一. 주독(酒毒)의 습열(濕熱)이 대장(大腸)에 결축(結畜)하여 하혈(下血)하면 마땅히 약영전(約營煎) 취금환(聚金丸)이나 괴각환(槐角丸)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단지 한습(寒濕)으로 화(火)가 없으면서 하혈(下血)하면 마땅히 이출전(二朮煎)이나 사군자탕(四君子湯)으로 주(主)하여야 한다. 혹 갈화해정탕(葛花解酲湯)도 좋으니라.
一. 비위(脾胃)의 기허(氣虛)로 대변(大便)으로 하혈(下血)하면 그 혈(血)은 심(甚)히 선홍(鮮紅)하지는 않고 자색(紫色)이거나 흑색(黑色)이니, 이는 양(陽)이 패(敗)하여 그러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열증(熱證)이 없으면서 오심(惡心) 구토(嘔吐)가 나타난다.
비(脾)는 통혈(統血)하니, 비기(脾氣)가 허(虛)하면 수섭(收攝)하지 못한다. 비(脾)는 화혈(化血)하니, 비기(脾氣)가 허(虛)하면 운화(運化)하지 못한다. 이처럼 모두 혈(血)이 주(主)하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탈함(脫陷) 망행(妄行)하니, 속히 마땅히 비위(脾胃)를 온보(溫補)하여야 한다. 수비전(壽脾煎) 이중탕(理中湯) 양중전(養中煎) 귀비탕(歸脾湯)이나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一. 기함(氣陷)으로 불거(不擧)하여 혈(血)이 부지(不止)하면 마땅히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이나 수비전(壽脾煎) 귀비탕(歸脾湯)으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약간 함(陷)하고 화(火)를 겸하면 마땅히 동원가감사물탕([東垣]加減四物湯)으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기(氣)가 크게 허(虛)하여 대함(大陷)하면 마땅히 거원전(擧元煎)으로 주(主)하여야 한다.
一. 혈(血)이 활(滑)하여 부지(不止)하면 이는 병(病)이 오래되므로 인하여 활(滑)하거나 나이가 쇠(衰)하므로 인하여 활(滑)하거나 기허(氣虛)로 인하여 활(滑)하거나 공격(攻擊)을 오용(誤用)하므로 인하여 기함(氣陷)에 이르러 활(滑)한 것이다.
동혈(動血)의 초(初)에는 대부분 화(火)로 말미암지만, 화사(火邪)가 이미 쇠(衰)하여도 부지(不止)하면 허(虛)가 아니면 곧 활(滑)이다. 이러한 종류(類)는 모두 당연히 고삽(固澁)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마땅히 승금환(勝金丸) 향매환(香梅丸)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그런데 혈(血)이 활(滑)하여 부지(不止)하면 대부분 기허(氣虛)로 말미암으니, 마땅히 인삼탕(人蔘湯)으로 송하(送)하면 더 묘(妙)한다. 혹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귀비탕(歸脾湯) 거원전(擧元煎) 이중탕(理中湯)에 오매(烏梅) 문합(文蛤) 오미자(五味子)를 가한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활(滑)이 심(甚)하여 부지(不止)하면 오직 옥관환(玉關丸)이 가장 좋으니라.
一. 결음(結陰)의 변혈(便血)은 풍한(風寒)의 사기(邪)가 음분(陰分)에 결(結)하여 그러한 것이다. 이는 상한(傷寒)에 비(比)할 바가 아니니, 사기(邪)가 오장(五臟)에 있어서 유(留)하여 불거(不去)하면 이를 결음(結陰)이라 말한다. 사기(邪)가 내결(內結)하여 외(外)로 행(行)하지 못하면 병(病)이 혈분(血分)으로 귀(歸)하므로 변혈(便血)이 된다.
경(經)에 이르기를 "결음(結陰)은 변혈(便血) 1승(升)하고 다시 결(結)하면 2승(升)하며 3번 결(結)하면 3승(升)한다." 하였으니, 바로 이를 말한다.
이는 마땅히 외(外)로 중완(中脘) 기해(氣海) 삼리(三里)를 구(灸)하여 풍사(風邪)를 산(散)하고, 내(內)로 평위지유탕(平胃地楡湯)의 온산(溫散)하는 제(劑)로 주(主)하여야 한다.
一. 노기(怒氣)가 간(肝)을 상(傷)하므로 혈(血)이 이로 인하여 기역(氣逆)하면서 하(下)하면 마땅히 화간전(化肝煎) 지각탕(枳殼湯)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역기(逆氣)가 산(散)하면서 약간 화(火)가 있으면 마땅히 황금작약탕(黃芩芍藥湯)으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간사(肝邪)가 위(胃)를 승(乘)하여 비허(脾虛)의 실혈(失血)에 이르면 원래 번열(煩熱) 기역(氣逆) 등의 증(證)이 없으니, 마땅히 앞의 비위(脾胃)의 기허(氣虛)의 증치(證治)를 따라야 한다. 평간(平肝)하므로 다시 비기(脾氣)를 상(傷)하면 안 된다.
一. 노권(勞倦) 칠정(七情)으로 인한 내상(內傷)의 부족(不足)으로 대변(大便)이 동혈(動血)하면 심비(心脾)의 상(傷)이 아니면 곧 간신(肝腎)의 상(傷)이다.
이는 그 중기(中氣)가 상(傷)을 입었으므로 구오(嘔惡) 비만(痞滿)이 있거나, 동통(疼痛) 설사(泄瀉)가 있거나 한열왕래(寒熱往來) 음식부진(飮食不進)이 있다.
시의(時醫)가 그 근본(本)을 살필 수 없으면, 단지 이 증(證)만 보고 기체(氣滯)라고 말하지 않으면 곧 담화(痰火)라고 말한다. 이에 한량(寒凉)을 맘대로 쓰고 함부로 공격(攻擊)을 가하니, 상(傷)한데 또 상(傷)하므로, 반드시 연면(延綿)하고 날로 곤(困)하게 된다.
이미 심(甚)하여지면 대부분 대변(大便)으로 자흑(紫黑)한 패혈(敗血)을 하(下)하니, 이는 위기(胃氣)가 대손(大損)하고 비원(脾元)이 탈갈(脫竭)하여 혈(血)이 통(統)할 수 없으므로 주설(注泄)하여 하행(下行)하고 양(陽)이 음(陰)에 패(敗)하므로 색(色)이 회흑(灰黑)하게 된다. 이는 위극(危劇)한 증(證)이니, 속히 회양(回陽)하는 등의 방제(劑)를 써도 미치지 못할까 우려된다.
무리들이 이르기를 "이미 혈(血)이 있는데 어찌 다시 온약(溫藥)을 쓸 수 있는가? 반드시 폐(斃)하게 된다." 하였다.
아! 해(害)를 입은 자만 유독 불쌍(:憫)하고 사람을 해(害)하는 자들이 유독 원망(:恨)스럽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