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30-2 (2013. 02. 02) 전남 고흥군. 보성군
18.9km (서해안 : 845.6km, 남해안 : 204.4km, 합계 : 1,050.0km)
(고흥군 남양면 대곡리 남양 중학교 - 신흥리 - 월정리 - 동강면 죽암리 - 보성군 벌교읍 대포리 - 영등리 - 장좌리 - 벌교대교)
아침 일찍 여관을 나와 근처 국밥집에서 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간단한 국밥에도 반찬이 가득 나와 이것저것 남도의 짠맛을 느껴본다.
방학을 한 남양 중학교는 교문 바로 옆집의 바둑이가 선도부장이다.
“너희들 복장이 왜 그래? 왜 같이 몰려다녀?” 하며 짖어 된다.
어제는 한걸음도 걷지 못했기에 오늘이 2013년 장정의 첫 날이다.
시작을 기념하는 인증 샷을 찍으니 라오스로 간 지회장과 부회장의 부재가 더 표시가 난다.
그래도 장정은 계속 된다. 신흥리를 지나 망주리에서 바닷가로 나갈 길을 찾아본다.
어제 내린 비로 길은 모두 진흙탕으로 바뀌었고 논둑 밭둑도 발이 쑥쑥 들어가 앞장을 서던 회장님은
벌써 몇 번을 빠져 신발이 온통 진흙투성이다. 할 수 없이 찻길을 따라 망주리로 들어서고 바닷가 월정리는
포기를 하고 지나간다. 보건소도 있고 농협도 있는 것이 망주리는 꽤나 큰 마을이다.
그리고 뭔가 기품이 있어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5년 아직도 상석도 마련하지 못한 이유인지 길을 걷다 잘 꾸며 놓은 산소를 보면
눈길이 오래 머문다. 이곳 남도에서 느끼는 거지만 조상을 모시는 정성이 남다르다.
다른 지방보다 훨씬 잘 꾸미고 때도 풍성하다.
산이 많은 내 고향에는 산소를 산에다 모시는데 들이 많은 이곳은 들에다 모시는 것 같다.
그래서 논일하다가 잠깐 와서 뵙고 밭일하다가 잠깐 들려 다듬는지 모두가 잘 마련되어 있다.
특히 고흥이 제일 대단한 것 같다. 효자가 나오는 마을에서 더 많은 효자가 나온다.
풍수지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고 앞집 삼돌이가 조상을 잘 모시니 옆집 갑식이도 산소에 자주갈 수밖에 없고
뒷집 돌쇠는 따라 배워서 상석도 놓고 묘택 주변에 나무도 심는 것이다.
조직의 좋은 분위기는 더 좋은 결과를 계속 생산하게 되고
나쁜 분위기는 더 나쁜 결과를 계속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마을의 분위기를 잘 잡아 주신 고흥의 어르신들께 감사를 드린다.
또 그것을 유지하고 이어가는 젊은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고흥의 뜻은 “높은데(하늘에)계신 조상님들이 흥이 난다”가 맞는 것 같다.
앞으로 장정은 초심으로 돌아가 너무 질러가지 말자는 의지로 될 수 있으면 바닷가를 따라가려고 한다.
그래서 망주리를 지나 다시 질러가니 드디어 바닷가가 나온다.
작은 수문이 나오고 방파제를 건너가니 동강면 죽암리가 나온다.
이 바다가 고흥군 보성군 순천시 여수시로 둘러싸여 있는 그 유명한 여자만(汝自灣)이다.
장정은 한동안 여자만 바닷길을 따라 걷게 될 것이다.
죽암리를 지나니 3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은 대포리, 왼쪽은 벌교라는 이정표를 보고 바다 쪽 대포리로 방향을 잡는다.
여기서부터 고흥은 끝이 나고 다시 보성군이다. 지금까지의 장정 중 처음 있는 일이 일어났다.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한번 지나간 군이나 시를 다시 만나지는 못했는데 처음으로 보성군을 지나
고흥군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보성군으로 들어 왔다.
고흥 반도가 모두 보성군에 경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 나간다면 모를까 고흥 사는 어느 누구도
보성을 지나지 않고는 어디도 갈 수가 없다. 특히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벌교를 지나가야 한다.
공부를 꽤 했거나 일찍 집안 살림 돕겠다고 대처로 나가던 고흥의 젊은이들과 어제 삼겹살집 아저씨가
벌교역에서 만나는 장면이 영화처럼 떠올라 혼자 웃어본다.
대포리 바닷가로 장정은 계속되고 내가 지원조로 앞길을 연다. 차를 타고 장암리 바닷가를 둘러보니 길이 없다.
일행에게 급히 연락을 하여 북쪽 영등리 방향으로 고쳐 잡는다.
목포 광양 고속도로 밑으로 벌교천을 만나고 세차디 세찬 바람을 맞으며 벌교천 갈대밭을 따라 올라간다.
벌교읍을 바로 앞에 두고 벌교대교를 회장님만 혼자 건너서 오늘의 바람찬 장정을 마감한다.
첫댓글 폭설덕에 후기를 일찍 마무리 하셨군요.
고생들 했어요
입춘대설 ㅎㅎ
ㅋㅋ 이번장정 후기에서는 학실히 초상권 보호를,,,,ㅎㅎ
초상권은 보호는 뭘.................
뒷모습만 봐도 딱 알겠고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