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을 만들기 위해 은을 여호와께 거룩히 드린다는 미가 어머니의 말은 무슨 뜻인가?
미가가 은 천백을 그의 어머니에게 도로 주매 그의 어머니가 이르되 내가 내 아들을 위하여 한 신상을 새기며 한 신상을 부어 만들기 위해 내손에서 이 은을 여호와께 거룩히 드리노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이 은을네게 도로 주리라(삿 17:3)
사사기 시대는 종교와 도덕의 황폐기였다. 그 시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 "사람들이 각각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는 사사기의 마지막 구절이다. 바로 그 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이야기는"에브라임 산지에 미가라 이름하는 사람"(삿 17:1)이 있었다는 것으로시작한다. 당시의 에브라임 산지는 팔레스타인 중부의 구릉지대로 이스라엘 신앙 공동체에서 의미심장한 곳이었다. 먼저 그곳에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인 실로와 벧엘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호수아의 기업인 '딤낫세라'(수 19:50)와 그의 무덤이 있었다(수 24:30).
그런데 이 기사는 바로 그런 곳에서 있었던 미가의 우상 숭배 사연을 소개한다. 이야기는 미가가 자기 어머니의 은 일천일백을 훔친 후 어머니의 저주를 듣고 자백하면서 시작된다. 우선 이 '은 일천일백'이란 금액은 삼손을 유혹하는 대가로 들릴라가 블레셋 방백들에게서 받기로 약속한 것과 동일한 액수이다(삿 16:5). 이것은 이후 미가가 레위인 청년에게 "해마다 은 열을 주겠다고 약조한 것(10절)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액수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여하튼 범인이 아들임을 안 어미는 "내 아들이 여호와께 복 받기를 원하노라"(2절)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결코 여호와 신앙을 고백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저주에 상응하는 축복의 말을 하면 그 저주의 덫에서 풀려난다고 믿었던 고대의 주술적 미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관심이 오로지 복 받는 데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한마디로 구복 신앙이다.
미가의 어머니가 여호와 신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가 은 이백으로 신상을 만드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은을 되찾은 그녀는 “내가 내 아들을 위하여 한 신상을 새기며 한 신상을 부어 만들 차로 내 손에서 이 은을 여호와께 거룩히 드리노라"(3절)고 한다. 이 여인이 만든 우상이 '부어서 새긴 한 신상인지 아니면 '새긴 신상'과 '부은 신상'으로 두 신상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새긴 신상'은 돌이나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며(신 7:25), 부은 신상'은 주조하여 만든 것이다. 이것을 각각 다른 두 신상으로 보는 것은 18장 17절과 18절에서 "새긴 신상과 에봇과 드라빔과 부어 만든 신상"이라고 구분하여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신상이 둘이었다고 확정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17장 4절은 “한 신상을 새기고 한 신상을 부어 만들었더니 그 신상이 미가의 집에 있더라"고 하여 '새긴 신상'과 '부은 신상'을 복수가 아니라 단수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8장 20절과 30절에서도 결국은 '새긴 우상' 하나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신상을 만드는 미가의 어머니 말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녀는 “내 아들을 위하여 한 신상을 새기며 한 신상을 부어 만들기 위해 내 손에서 이 은을 여호와께 거룩히 드리노라"고 말한다. 그녀는 '아들을 위해' 신상을 만들고, 신상을 만들기 위해 은을 여호와께 드린다.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인가? 그녀에게 있어 아들, 신상, 여호와 중에서 가치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가? 그녀의 최후 목적은 아들이복 받는 것이다. 신상과 여호와는 모두 복 받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 중에서도 여호와는 최하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진정한 우상은 아들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신상을 만들기 위해 현물을 여호와께 드린다'는 말은 아들의 복을 위해 경배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 고대관 혼합종교의 전형을 보여 준다.
5절에서 이야기는 미가의 어머니에게서 미가로 옮겨진다. 이 구절은 "이 사람 미가에게 신당이 있으므로”(5절)로 시작한다. 이 구절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우선 미가의 신당이 있는 에브라임 산지는 하나님의 법궤가 안치되어 있는 실로(수 18:1)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당시 실로가 영적인 중심이 되지 못하고 이스라엘이 종교적으로 매우 문란하였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실로와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미가가 자기의 신당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미가의 종교적 상태가 어떠하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후 미가의 신상은단 지파에게로 옮겨진다. 그리고 이 기사의 결론은 "하나님의 집이 실로에 있을 동안에 미가가 만든바 새긴 신상이 단 자손에게 있었더라"(삿 18:31)고 전한다. 실로 성소 시대의 문란한 종교 질서를 확인해 주는 것이다.
자기 신당을 가지고 있던 미가는 "에봇과 드라빔을 만들"(5절)었다. 이 구절은 미가의 종교가 구복 신앙에 근거한 일종의 혼합 종교임을 다시 확인해 준다. 에봇은 대제사장의 의복에서 가장 거룩한 것이었다(출 28:6~8). 그런데 기드온 때에 그가 미디안 사람을 물리친 기념으로 만든 에봇을 이스라엘 백성은 구복을 목적으로 음란히 섬겼다(삿 8:27). 미가의 에봇 제작과 기드온의 에봇 사건은 선후관계가 무엇이든 여하튼 서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드라빔'은 고대 근동 지방의 각 가정에서 섬기던 우상이었다(창 31:19: 삼상 19:13, 16; 왕하 23:24; 호 3:4~5). 바벨론 왕이 점을 칠 때 사용했지만(겔 21:21), 스가랴는 거기에서 거짓 예언이 나온다고 했다(슥 10:2).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아들들 중에서 "한 아들을 세워 제사장을 삼았"다. 제사장 제도는 하나님께서 친히 세우신 것으로 레위 지파 아론의 자손들이 세습토록 되어 있었다(출 28:1). 그런데 미가는 '자기 아들'로제사장을 삼았다. 그가 왜 그렇게 하였을까? 이유는 단 하나이다. 개인신당에 와서 일할 레위인 제사장은 없는데 그는 신당을 가지고 있고 제사장을 두고 그로 자신을 위해 복을 빌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복을 받고 싶어 하였는지는 그가 나중에 레위 소년 제사장으로 삼고 "레위인이 내 제사장이 되었으니 이제 여호와께서 내게 복 주실 줄을 아노라"(17:13)고 한 것으로도 확인된다. 미가의 어머니와 미가는 종교적 원칙은 아무런 관심이 없고 혼합 종교를 통해서라도 오로지복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구복 신앙인들의 전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