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 달라
- 이동순 시인의 「홍범도 장군의 절규」* 화답시
김영욱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꿈에도 그리던 조국강토가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살고 싶었던 조국 땅이라
이곳 대전광역시 유성구 현충원로 251에 문패를 달고
편히 쉬고 싶었나 했더니
날마다 나를 대 놓고 비웃고 욕되게 하는 이 나라
이곳은 내가 더 이상 머물을 조국강토가 아니었네
왜 일본놈의 앞잡이 친일매국노 밑에 묻어
내 무덤 위에서 언제나 막무가내로 나를 욕하고
비웃으며 손가락질도 모자라
따따따
입총질을 해대는데
그런 놈들과 함께 할 수 없네
아, 그래도 그냥 꾹 참고 속 편히 그놈과 잘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무슨 청청 하늘 날벼락인가
내 동상을 옮긴다고 저토록 목청 돋구는데
야 이놈들아 그런 유치한 싸움판 거두어라
내가 언제 너그들에게 내 무덤을 여기에 만들어 달라고 했었나
나는 당장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아무 미련 없이 돌아같테다
나, 어서 서들러 원래 묻혔던 곳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되돌아갈테다
그런 개수작 수모와 더러운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어쪄다 이토록 왜놈의 아싸리판이 되었나
어딜 가나 토착왜구土着倭寇들로 넘쳐 나는네
일본의 비위를 살살 잘도 맞추는 나라에서
내 동상을 감옥살이 같은 창고에 가두지 말고
다시 녹여 또 한일합방을 하고 처들어올지도 모르는
일본 황궁을 공격할 탄피나 만들어라
이놈들아 서둘러다오
나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 달라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에게 돌아가 그들과 함께 살려네
그곳은 연해주에 머물다가
강제이주 되어 끌려가던 남의 나라
뿌리 내리기 척박한 땅이었지만
고려인의 피가 흐르는 곳으로
제발 보내다오.
*이동순 시인 「홍범도 장군의 절규」
그토록 오매불망/나 돌아가리라 했건만/막상 와본 한국은/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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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1987년 《민중시》 등단. 시집 『거지여행』, 『술』, 『자라자지』, 『칼날 위에서 춤추는 대통령들』, 『부러진 것이 어디 꽃대뿐이랴』, 『김재규, 너마저 이 박정희 다까끼 마사오를 쏠 줄이야』, 『대죽리 모동헌』, 『다시 대죽리 모동헌에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