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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명
측백나무과 |
Platycladus orientalis |
측백나무는 중국 서부의 위그로 자치구와 칭하이성 및 남부지역을 제외한 중국 전역에 걸쳐 자라는 늘푸른 바늘잎나무다. 소나무처럼 바늘모양의 잎은 아니고 비늘로 덮인 형태이며, 예부터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나무다. 중국 사람들은 바늘잎을 가진 종류는 ‘송(松)’으로 표기하고, 비늘잎을 가진 종류는 거의 ‘백(栢)’을 붙였다. 측백(側栢)을 비롯하여 Cupressus속의 나무는 백목(栢木), Sabina속은 분백(粉栢), 혹은 향백(香栢), Juniperus속은 자백(刺栢), 혹은 원백(圓栢)이라 했다. 측백은 백류(栢類)의 대표로서 중국의 시가에 단골로 등장한다.
백은 우리나라에 건너와 측백나무와 잣나무를 같이 나타내는 글자로 쓰이면서 혼란이 생겼다. 대체로 고려 이전의 문헌에 나오는 백은 잣나무를 뜻하는 경우가 많고, 조선왕조 시대의 문헌에서는 측백나무를 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훈몽자회》, 《동의보감》, 《방언유석》 등에는 측백나무, 《왜어유해(倭語類解)》1) 에서만 잣나무라 했다.
우리가 잘 아는 《논어》의 〈자한〉 편에는 “추운 겨울(歲寒)이 되어야 송백(松栢)의 굳은 절개를 알 수 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때의 송백은 소나무와 측백나무, 혹은 겨울에 잎이 지지 않는 늘푸른나무 전체를 가리킨다. 또 《시경》의 〈용풍〉에서 노래한 백주(栢舟)도 잣나무 배가 아니라 측백나무 배로 번역해야 올바르다. 잣나무는 공자의 활동무대가 된 쓰촨성은 물론 중국 문화의 발상지인 황하나 양쯔강 유역 등 중국 본토에서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공자는 평생 잣나무를 본 적이 없었다. 측백나무는 중국의 사원이나 귀족의 묘지에는 반드시 심는 나무였다. 관청은 백부(栢府)라 하여 권위의 상징으로 측백나무를 심었으며, 산둥성 곡부(曲阜)에 있는 공자 묘소에는 향나무와 함께 측백나무를 나란히 심었다. 중국의 지방에 따라서는 정월 초하룻날 측백나무 가지를 꺾어 집 안 장식을 하고 가족의 장수와 행복, 번영을 빌기도 한다.
측백(側栢)이란 잎이 납작하고 옆으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본초강목》에서 밝히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늘잎이 여러 겹으로 포개지면서 전체적으로 납작하다. 꼭 옆으로 자란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눌려 있는 것 같으니 측백이란 이름은 나무의 잎 모양과 관련지을 만하다. 모든 나무들이 햇빛이 드는 동쪽을 향하는데, 유독 측백나무만이 서쪽을 향하는 나무라는 뜻에서 서쪽을 나타내는 백(白) 자에 목(木) 자를 붙여 백(栢), 측백(側栢)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로 측백나무가 서쪽을 향해 자라는 것은 아니다.
측백나무는 우리나라에도 자생지가 있다. 충북 단양, 경북 안동과 영양 및 대구의 자생지는 대부분 절벽이며, 천연기념물 숲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크게 자라면 키 20미터, 줄기둘레가 한두 아름에 이르며, 줄기는 곧게 뻗고 가지도 대체로 예각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나무의 모습은 빗자루 형에 가깝다. 겨울에도 푸름을 느낄 수 있고 가지 뻗음이 치밀하여 바람을 막거나 소리를 차단할 수 있으며, 병충해에도 강하므로 주로 산울타리로 흔히 심는다. 우리나라 측백나무는 자람이 늦고 나이테 너비가 비교적 촘촘하지만 비중이 낮아 힘 받는 곳에는 쓸 수 없으며, 큰 나무를 만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배를 만들고 관재로 이용하는 등 쓰임이 넓은 중요한 나무다.
도깨비뿔 모양으로 생긴 열매와 잎은 약으로 쓴다. 《동의보감》에 열매는 “잘 놀라는 증세를 낫게 하며,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기운을 돕는다. 풍증을 낫게 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음경을 일어서게 하며 오래 살게 한다”라고 했다. 잎은 “피를 토하는 것과 코피와 혈변을 낫게 하며, 음(陰)을 보하는 중요한 약”이라는 것이다. 형제나무로는 고산지대의 산꼭대기에서 자라는 눈측백(찝방나무)과 미국에서 수입하여 정원수로 심고 있는 서양측백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