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삶 사람 상담자 윤호균

[임미정]

태어난 날부터 속절없이 울어대기만하던 아이가 돐을 지내고 조금씩 말을 시작하면서 유난히 '무섭다'는 표현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세돐쯤 되어서야 아무래도 '평범한 정서'와는 다르다고 생각했고 감기 몸살이 들면 병원을 찾는 심정으로 아동 상담소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도움받은 점도있지만
그보다는
가끔은 전문가의 손길도 약이 되지만 아이와 늘상 함께사는 엄마의 몫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처럼 그러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도 많을뿐더러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온 인류의 숫자만큼이나 다른 <사람>을 어쩌면 기계처럼 <전문가의 상식>안에서만 다루려는 상담의 한계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저는 지금 상담 전문가가 아닙니다
아주 작은 생명이면서 또한 온세계의 중심이랄 수있는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히 바라볼 수있는 안목이 모자랍니다
그럴 수 있으려면 그 어떤 물체라도 온전히 비추어낼 수있는 면이 고른 맑은 거울이 되어야합니다
또한 그어떤 측면이라도 그림자를 드리우지않고 온전히 360도를 환하게 비출수있어야 상대에 대한 왜곡이 일어나지 않겠지요
그러려면 우선 나부터 얼룩없이 밝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않으려면 괜스리 짐이되는 무게가 없어야하겠지요
내가 남에게, 또는 상대가 나에게 짐으로 작용하지않으려면
나자신이 지난날의 아픔에 매이지않아 새털처럼 가벼워야할 것입니다
그리고도
많은 선배들의 경험과 사람살이에 대한 일반상식도 익혀야할 것이 많습니다

이러한 바램을 갖고 가는 길에 우리 연구소도 알았고
어제까지와 다른차원으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안목을 열어가고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는 인식이 저로서는 특별한 만남입니다
그동안 나 자신에게도 또 아이를 보고 돕는일에도 <마음>쪽으로 더 기울었습니다
양쪽의 균형을 찾는길을 소홀히 했습니다
요즈음은 이 <몸>의 소중함에 새로이 눈을 떠갑니다
우리아이도 많이많이 잘 자라서 예쁜 소년으로 크고 있습니다
앞으로 몸까지도 더욱더 살피고 돌보면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한 청년이 될 수 있겠지요

저는 그동안 상담에대한 여러사람의 생각을 들어왔습니다
크게는 상담에 호감을 갖고있거나 아니면 거부하는 두가지로 갈립니다
그런데 상담자가 되고 싶다거나 또는 상담을 받고싶은 분들조차 이일을 꽤나 서툴게 이해하고있는 것을 종종 봅니다
마침
상담을 간략하고 밀도있게 간추려놓은 글이 있기에 올려봅니다
상담은 세상살이와 동떨어져있는게 아니라는 게 제 마음이거든요

윤호균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삶을, 상담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삶-상담-상담자-내담자-나'로 연결지을 수 있는 물음은 상담이란 전문 분야의 시작과 더불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당면하며 필수적으로 물어져야 할 물음이다. 특히 삶에서 또는 상담에서 우리들 자신이 부적합성이나 불안을 느낄 때는 더욱 심각하게 우리들에게 제기되는 물음인 것이다. 더구나 요즈음처럼 성장보다는 방어가, 솔직함보다는 은폐가, 신뢰보다는 불신이, 지배적인 풍조를 이루고 있는 때엔, 자기 실현으로서의 삶보다도 자기 도피 또는 자기 파괴로서의 삶이 조장되므로 우리들의 삶, 상담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더욱 요청되는 것이다.
얼마전 나는 일방투시경(一方透視鏡 ; one way mirror)을 통하여 상담 장면을 관찰할 기회가 상담연수회에서 있었는데, 이 때 가끔 상담자와 내담자, 리더와 참가자들을 비교·의식하게 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담자나 참가자들이 상담자나 리더보다도 더욱 발랄하게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보다 예리하게 의식하며, 자기들의 내면적인 문제들에 보다 철저하게 대처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달리 말한다면 상담자나 리더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이지적이고 단조로우며, 자기 자신을 또는 사회의 문제들을 외면 내지 합리화시키고 있는 듯하였다.
카크훗프와 베렌슨(Carkhuff and Berenson, 1967)은 여러 상담자들의 상담 장면을 녹음하여 의사 소통의 수준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상담자들이 분석 척도상의 보통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면서 일상생활에서도 그와 같은 수준밖에 유지하지 못한다면 상담자 자신이 상담을 받아야 할 입장에 있다고 지적하였다.
사실 상담이나 치료의 핵심을 관계 혹은 치료적 조건(이동식, 1967 ; Patterson, 1959 ; Rogers, 1957, 1962) 등에 있다고 볼 때 상담에 종사하는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의 발랄함이나 상담에 있어서의 열의·체험적 이해·내담자에 대한 태도 등은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나는 이 글에서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우리 자신의 모습을 검토하기 위한 몇가지 측면들을 제시·논의하고자 한다. 여기서 일상생활과 상담이라는 두 영역을 분리하여 취급하는 이유는, 상담자인 우리에게 있어서 상담 외적인 일상생활의 면과 상담 자체의 면을 반드시 한 차원 위에 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이며, 또한 그렇다고 하여 이들을 완전히 서로 별개의 것으로 취급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상담이 한 전문 영역인 이상, 일상생활을 충만되게 살아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상담에서도 마찬가지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상담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적어도 비슷한 정도로 일상생활에서도 충만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의 우리 상담자들을 검토하는 측면은 바로 인간 일반으로서의 우리의 검토라 할 수 있겠고, 상담 장면에 있어서의 측면은 상담이라는 특수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우리 상담자 일반으로서의 검토라 할 수 있다.

1. 삶 일반에 있어서의 검토 측면들 - 대아실현을 중심으로 -

우리 사회 내지 동양 사회에서 이상적인 또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을 성인·군자·도사·도인·대인·선비 등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지향하는 바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쓰일 때는 그 강조하는 측면들이 각 단어들마다 다른 것같이 생각된다. 또한 이들 단어들은 어딘가 우리들과 무관한 듯이 느껴지기도 하고 소위 '현대' 속에 사는 우리에게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용어들이 뜻하는 바를 내포하면서도 우리에게 비교적 친근한 단어를 찾아낸다면 '대아(大我)'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대아를 우리의 성숙한 전인(全人)으로 간주할 때, 대아의 몇가지 특징들에 비추어 우리 자신을 검토해 봄으로써 내담자와 마주 대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의 인간적 성숙도를 살펴볼 수 있을 것같다. 따라서 나는 다음에 대아의 특징적인 측면들을 편의상 이해-온정, 자존-자유, 본질 지향적인 인생 목표 또는 인생관, 그리고 행동의 적절성 등 네 개의 차원으로 분리하여 다루고자 한다.

1) 이해 - 온정
우선 대아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을 대할 때 느끼는 제일 첫 인상은 그의 아량있는 이해심과 분별있는 정감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유교에서 인(仁)·의(義)·예(禮)·지(智) 등 사단(四端)이나, 충(忠)·서(恕)·자(慈)·효(孝)·덕(德) 등으로 표현되는 것이라든지 또는 불교에서 자비·지혜·사무량심(四無量心), 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할 때 지적 내지 암시되는 내용들은 다름 아닌 이 이해와 온정의 차원을 중심으로 하는 것같다. 또한 로저스(Rogers, 1957, 1962)의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 매스로우(Maslow, 1968)의 존재적 인지(B-Cognition)와 존재적 사랑(B-love) 역시 같은 내용을 지적하는 것 같다.
여기서 이해와 온정은 어떤 사욕이나 사적 감정·편견 등으로 물들지 않은 순수하고 청정한 인식이며 동시에 감정인 것이다. 이러한 이해와 온정은 사실상 다른 세 차원들의 기본적 전제이기도 하다. 즉 온정있는 이해 또는 분별있는 온정 없이는 자존과 자유는 독선과 방종이 되며, 인생관 또는 인생 목표는 환상 또는 도그마가 되며, 행동은 기계적 동작에 불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상담자들은 과연 이 차원에서 어느 정도나 우리 자신을 개발하고 도야시켰을까?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이해하기에 앞서 감정을, 온정에 앞서 독단을 내세우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숱한 단념, 반작용 가운데서 트이지 못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답답하지는 않는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수 많은 우리 사회의 참혹한 구석들을 알게 되면서도 아무런 느낌없이 지나치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직접 보게 되며 듣게 되는 것들만을 생각해 본다 하더라도 우리의 이해와 온정의 수준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는가? 우리 자신의 가정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대화가 막히고 관계가 단절됨을 느끼면서도 우리가 누구를 상담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을 우리 주변을 훈훈하게 이해하고, 분별있게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 아끼지 못할 때, 우리의 상담은 기만이며 기술적인 게임에 불과한 것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 자존 - 자유
다음으로 대아적(大我的)인 사람의 특징으로 그의 자존감(自尊感)과 자유감(自由感)을 들 수 있다. 이는 석가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할 때의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유교에서 말하는 소위 명덕(明德) 본연지성(本然之性) 또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애(無碍)의 경지와 같이 청정무구(淸淨無垢)한 자성(自性) 또는 불성(佛性)을 우리 스스로 확고히 믿고 자각하여 분명한 우리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을 때의 느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로저스(1951, 1957, 1961), 매스로우(1954, 1968), 올포트(Allport, 1961) 등이 말하는 자기수용(自己受容 ; self-acceptance), 자율성(自律性 ; autonomy), 자발성(自發性 ; spontaneity) 등을 포괄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의 자존과 자유란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이해에서 우러나오는 '주체성'(李東値, 1967)인 것이다. 배 고프면 먹고 곤하면 잠자며[飢來喫飯 困來打眼], 스스로 겸손하되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으며, 스스로 비굴하지도 않고 뻐기지도 않는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들이 얼마나 이러한 주체성 있는 사람일 수 있는가? 짜증·불안·쓸쓸함·무력감에 빠지고, 열등감·자기 비하에 빠져들면 온 우주와 영원 속에서 주인의식을 지니고 주인 행세를 한다는 것은 한 망상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돈·명예·권력에 팔리고, 인정·체면과 타협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내부의 은밀한 음성을 외면해 버리고 있지는 않는가? 내가 곧 부처요, 중생이 곧 나라는 자각이 전혀 없을 때 과연 우리의 상담은 어느 정도 성실하고 어느 정도의 얼과 얼의 대화일 수 있을까?

3) 본질 지향적인 인생 목표 또는 인생관
세 번째로 대아적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징을 든다면 생활 지침으로써의 그의 인생 목표 또는 생활관이 본질적인 것, 근본적인 것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즉, 명예·지위·수입·권력이라든지 남들의 평가나 의견들에 우선하여 자기의 가치관·능력·소질이라든지 자기가 처한 사회적 여건 등을 파악하여 자기의 인생관이나 생활관을 정립한다. 이러한 점은 유교의 천명(天命), 기독교의 소명, 또는 일상 용어로 우리들이 잘 쓰고 있는 운명·분수·본분·갈 길 등을 자각하여 정립한 것이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프랑클(Frankl, 1962, 1967)이 말하는 '생의 의미', 에릭슨(Erikson, 1959)이 말하는 '자아 정체(ego-identity)' 또는 올포트(Allport, 1961)가 말하는 '생에 대한 일관된 철학' 등 역시 각각 비슷한 내용의 일면들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인생관 또는 생활철학은 자기 자신과 사회에 대한 자각을 토대로 하여 자존(自尊)하는 자의 자유로써 선택 결정된다. 때로는 주변의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방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그의 일상생활이나 일생을 일관하는 기본 원칙·목표엔 변함없으며, 언제나 일정한 의미·방향을 지향한다. 자신의 확대·표현·발현으로서 또는 자연의 섭리나 사회적 사명에의 응답으로서 자신의 길을 택한다. 이렇게 택한 길이 어떤 외부적인 제약에 의해 부정당하고 탄압된다고 해도 결코 비관하거나 비굴하지 않으며 그러한 여건이나 환경 속에서 그가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수용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의 생활 방식을 창조해 간다.
그러나 과연 우리들이 얼마만큼의 본질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세속적인 가치·유행 등에 의해 물들고 타락해 버린 인생관이나 생활철학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버(Buber, 1950)가 말한 바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그 독특한 의미를 과연 얼마나 성실하게 창조해 가는가? 사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현실적 유혹과 압력에 의하여 우리의 본질을 외면해 버리는가?

4) 행동의 적절성
대아적인 사람의 특징을 하나만 더 예로 든다면 그의 인생관이나 생활 목표가 그러하듯이 그의 행동은 본질적이며 적절하다는 점이다. 그의 움직임과 머물고 쉼은 언제나 그의 인생관에 합당하며 그의 생활 목표에 성실하다. 그것은 어떤 이기적인 욕심·편견·감정에 치우친다든지 또는 외부로부터의 압력이나 유혹에 굴함이 없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그의 인생관이나 생활 목표에 충실하려는 끊임없는 인내이며 정진이다. 그러나 결코 지나치게 무리하거나 억지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즉 유교에서 말하는 정중(正中)의 덕, 시중지행(時中之行),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中道)에 따라 행동한다. 어떤 상황이나 여건에 놓인다 하더라도 자기의 중심을 지키면서도 무리하거나 모나지 않게 자신의 처신을 순응시키고 통제할 줄 아는 자제력을 보인다. 때로는 피나는 노력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한없는 관조와 정관으로 유유자적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이러한 삶의 극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어긋나지 않음'[從心所欲 不踰矩] 또는 '억지로 애써 하는 것이 없으되 할 일을 다함'[無爲而無不爲] 또는 이사무애(理事無碍)하고 사사무애(事事無碍)하는 자유 자재함 속에서 그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잠재력의 표현 또는 사명의 완수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나 조용한 관조가 얼마나 우리 자신의 나태·불안·초조 등이나 환경적인 장애들로 인하여 좌절되고 마는가? 과연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고 지켜 나갈 수 있는 용기와 결단과 정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조용히 멈추어 우리 자신을, 우리의 주변을, 때로는 미소를 머금고, 때로는 서글픔을 머금고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쉽사리 포기하며 짜증을 내며 불안해 하고, 얼마나 쉽사리 안일과 허영 속에 빠져 버리는가? 또한 우리는 우리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와 불안을 강박적인 활동과 분주함을 통하여 회피해 버리려 들지는 않는가? 또한 우리는 얼마나 쉽사리 감정에 흐르고 극단적인 행동에 빠져 버리는가?
이상에서 나는 대아적인 사람의 몇가지 특징들을 가설적으로 나열해 보았다. 그러나 그러한 대아에 완전히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든 것 같다. 깨우치고 난 사람들에게는 별스럴 것도 없고 마음 먹기 마련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들 평범한 사람들에겐 요원하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상담의 효과가 결국 상담자 자신의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우리 상담자들의 끊임없는 수도(修道) 혹은 수양(修養)을 통한 우리 자신의 향상 혹은 실현이 요청되는 것 같다.
이상에서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서술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구체적으로 상담을 택한 우리들 자신에 대한 상담자로서의 자질을 몇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기 위한 차원들을 논하여 보기로 한다.

2. 상담에 있어서의 검토 측면들

상담자로서의 우리 자신에 대한 검토 측면들은 취하는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달리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일상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활동으로 상담을 보는 즉, 우리의 삶의 표현 양식·실현 양식으로서 상담을 보는 실존적·인간학적인 입장에서 논하기로 한다.
여기서 나는 상담이라는 역할 또는 기능과 관련하여 우리의 성패는 상담에 대한 우리의 열성 정도, 이해 및 경험의 정도, 그리고 내담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 등에 기인한다고 보아 이들 세 차원을 중심으로 하여 다루어 보기로 한다.

1) 상담에 대한 열성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상담 역시 상담에 종사하는 우리들 자신이 상담에 얼마나 의욕과 성의, 참여 의식을 가지고 덤벼드느냐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 요건의 하나일 것 같다. 사회적 지위·수입·명예 등에 대한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상담 활동 그 자체를 우리 자신의 삶의 과제로, 생활양식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우리의 삶의 상당한 부분을 상담에 걸고 상담 활동 속에 우리의 삶을 구현시키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는 탈리프슨(Tollefson, 1965)의 연구에서도 나타났듯이 남을 돕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야 한다. 즉, 내담자들의 근심 걱정을 진심으로 그들과 더불어 생각하고 이해하여, 그들의 본연한 모습의 개발과 실현을 바라고 즐거워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상담 활동의 여러 가지 소득 가운데 어떤 것 못지 않게 우리 상담자 자신의 인간적 성장을 귀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인간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상담을 늘 염두에 두고 느끼고 생각하고 반성하며 일상생활에까지 일반화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담 활동 그 자체 이외의 목적을 얼마나 자주 더 중시하게 되는가? 수입을, 직위를, 명성을 더 중요시하기도 하며, 다른 하찮은 볼 일이나 일시적 기분에 따라 상담을 회피하거나 약속을 어기게 되지는 않는가? 더 나아가 상담을 그저 주어진 의무로서만 해 나가고 있지는 않은가? 정말 이런 경우 우리들이 상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2) 상담에 대한 이해와 경험
다음으로 상담에 있어서의 상담자로서의 우리의 성장은 상담에 대한 이론적 체계적 이해와 오랜 성실한 경험에 달려 있다. 상담이라는 복잡한 장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올바로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담 이론들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오랜 시간에 걸친 성실한 상담 경험을 통하여 우리 나름으로 일관성 있는 상담관 혹은 상담 스타일을 정립해야 한다. 상담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을 적어도 어느 수준까지 체계적으로 느끼고 설명하고 예견할 수 없다면 이는 일반 상식의 수준 이상일 수 없으며, 반대로 경험과 체험을 통한 확증이 없는 이론과 이해는 공소한 개념의 구사와 소화되지 못한 지식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상담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는 이론적 지적 이해는 물론 우리 자신의 사유와 체험을 통하여 확증된 이해여야 하며 자유 자재한 구사에까지 나아간 이해여야 한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가 상담을 우리의 문화적·사회적·철학적 배경과 맥락 속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특수한 성격과 경험을 지닌 내담자와 우리 상담자가 서로 나누는 대화를 통하여 이루어 가는 과학이요, 예술이라 생각할 때 선인들의 이론과 경험 내용을 길잡이로 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순간 순간의 느낌과 지혜를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시할 때에만 이루어진다고 보여진다.
여기서 피들러(Fiedler, 1950a, 1950b, 1951)의 연구들은 주목할 만하다. 즉 그의 연구들에 의하면 이상적 치료 관계에 대한 개념에 있어서나, 실제 상담 관계에 있어서나 상이한 여러 학파들의 훈련이 잘된 치료자들 간에 보인 일치도는 같은 학파 내의 훈련이 잘된 치료자와 훈련이 덜된 치료자 간에 보인 일치도보다 더 크다. 또한 로저스(1962) 역시 경험이 많은 상담자들이 경험이 적은 상담자들에 비해 상담에서 보다 많은 자기 합치성·공감·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훌륭한 상담자일수록 상담에 대한 지적 이해에 있어서나 체험적 실천에 있어서 효과적인 상담의 실천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과연 상담 이론들을 지적으로나마 충실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또한 우리 자신의 상담 현장에 성실하게 적용하여 소화해 낸 것들인가? 하여, 어느 정도 우리 나름의 상담관, 상담 스타일을 형성해 가고 있는가? 우리들의 상담에 대한 이해가 교과서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우리의 지적 편견이나 감정적 취향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3) 내담자에 대한 태도
심리적 문제란 현실에 대한 이해와 체험을 왜곡시키는 그릇된 집착에 기인한다(尹虎均, 1970). 즉, 그의 그릇된 안목으로 인하여 현실을 살아가는 참다운 용기와 신념이 약화되므로써 결과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내담자가 상담자와 진정한 대화(상담에 관한 몇가지 생각 참조)를 나눔으로써 막혔던 숨통이 트이고 용기와 신념을 회복하고, 그릇된 안목을 참된 안목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때, 보다 건전한 자기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상담자가 어떠한 태도로 내담자를 대하느냐 하는 것이 상담의 성패를 가늠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나는 내담자에 대한 상담자의 태도로써 다음의 네 가지를 가장 중시하고자 한다. 즉, 내담자에 대한 전인으로서의 존중, 순수하고 참다운 이해, 내담자의 현실을 들어 냄, 그리고 상담자의 개인적 자유감 등이다.
① 전인으로서의 존중
상담이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화를 통하여 내담자가 그의 현실에 대한 보다 올바른 안목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우선 무엇보다도 상담자가 내담자를 자기와 대등한 인간으로 대한다는 것이 필요하다. 즉, 내담자를 문제 덩어리, 방어기제들의 응고물로서가 아니라, 그 나름의 인생관·희망·잠재력 등을 실현하고 창조해 가기 위해 애쓰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대하여야 한다. 그를 상담자가 고쳐주어야 할 수동적인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상담자의 도움을 받아 보다 진정한 자기 현실에 직면할 때 스스로를 변혁하고 창조할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대하여야 한다. 우리 상담자들이 능동적으로 확고한 신념 하에 내담자의 인간 자체를 긍정하고, 그가 잘 되길 바라며 관심을 쏟을 때 그는 움츠러 들었던 생기와 용기와 신념을 회복하고, 왜곡되었던 현실을 진정한 안목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변혁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며,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자기를 상당히 변모시키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따라서 상담자가 내담자를 아무런 사심없이 진심으로 아끼고 존경하고 그의 문제를 같이 염려하면서 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진정한 현실을 볼 수 있도록 도울 때 상담의 효과는 그만큼 더 촉진될 것이다.
따라서 내담자에 대한 이러한 전인으로서의 존중을 여러 상담자들 가운데서도 특히, 로저스(1957, 1959, 1961, 1962, 1965)에 의해선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또는 수용(acceptance)이라는 말로, 실존적 상담자들은 '만남'(encounter)이라는 말로, 이동식(李東植, 1967)은 '인격적 교섭'이니 '감화'라는 말로서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연구 결과들은 아주 주목할 만하다. 스트렆(Strupp, 1958)은 보다 인간 지향적이고 깊은 이해와 존경을 나타내고, 신경증적인 면들을 넘어서 인간 자체를 보는 '인간적인' 치료자의 태도와 지각이 치료 과정에 미치는 영향과 보다 징후 지향적이고 보다 많은 평가를 내리고, 인간 자체보다도 신경증적 방어기제와 성격 구조를 명명하고, 그런 것에 반응하는 '기술적인' 치료자들의 태도와 지각이 치료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연구하였다. 그는 인간적인 태도가 건설적인 성격 변화를 일으키는 인간 관계 수립에 공헌을 하며, 기술적인 태도는 그런 연후에 적용될 것이라 하였다. 화이트혼과 벳츠(Whitehorn and Betz, 1954)의 연구에 의하면,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에 높은 성공률을 가진 치료자들은 환자들의 문제를 인간적으로 접근하고, 치료 관계에서 보다 신뢰를 얻고, 보다 능동적으로 환자의 세계에 참여함에 비하여, 낮은 성공률을 보이는 치료자들은 정신 병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수동적인 수용성을 보이며 해석을 통하여 통찰을 주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릭과 굳스타인(Grigg and Goodstein, 1957)은 자기들의 상담자가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내담자들의 경우에 수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내담자들의 경우보다 상담 효과가 좋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팔로프(Parloff, 1961)는 치료자들과의 관계가 더 잘 맺어진 내담자들이 관계가 덜 맺어진 내담자들에 비하여 더 큰 치료적 효과를 보임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들 연구들을 살펴볼 때 내담자를 존중하고 내담자와의 관계에 보다 열의를 보이는 상담자들이 보다 많은 성공을 거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우리 상담자들이 얼마나 내담자들의 삶에 대한 꿈, 의지 등에 관심을 두는가? 전문가라는 이름하에 '문제', '방어기제' 등의 분석·평가 등에만 관심을 두지는 않는가? 과연 우리들이 내담자를 얼마나 대등한 인간으로 대하고 있는가? '환자'로만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한 과연 우리들이 얼마나 열성을 가지고 내담자들과의 만남에 뛰어드는가?
② 순수한 이해
내담자에 대한 태도로써 또 중요한 것은 내담자를 가능한 한 사심·사욕·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즉 사회적인 통념·관습·가치관 등이나 어떤 상담이론이나 또는 우리들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흥미·관심사 등을 위주로 하여 내담자를 이해하고, 그런 것들에 맞추어 그를 유도하고, 분석·평가하고, 조종 내지 통제하려들기보다 그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가능한 한 일단 그의 입장에서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는 태도이다. 내담자와 동떨어진 한 관찰자로서 내담자를 탐색·분석하며, 그의 말의 사전적인 의미를 통하여 그의 마음의 상태를 추리하려들기보다 내담자의 온정있는 동반자로서 꾸준한 관심과 슬기로써 내담자로 하여금 그의 슬픔과 기쁨, 좌절과 희망, 아픔과 즐거움을 비록 어렵긴 하지만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며, 그런 내담자의 심정 자체를 같은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 드는 태도이다. 내담자로 하여금 지금까지 터놓지 못했던 여러 가지 잘난 점, 못난 점, 자랑스런 점, 수치스러운 점, 비밀스런 점 등을 온정있는 대화의 마당에 쏟아놓고 상담자와 함께 느끼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상담자인 우리들 자신의 호기심·지배욕·우월감·열등감·적대감 등이나 기성인적인 보수성이나 새 세대의 급진성·분노 등을 상담의 장면에서 내담자에게 투사하는 일없이 내담자가 그의 말이나 동작·표정 등으로 표현해 내는 것들을 상세하게 알아듣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실함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상담에서 결여될 때 내담자는 한 번 더 인생에서의 시도의 괴로운 좌절이라는 쓴 잔을 마시고 더욱 숨통을 틀어막는 일에 분주할 것이다.
이러한 이해하려는 태도는 모든 상담의 기본이라 할 수 있으므로 거의 어느 학파에서 건 일차적인 것으로 다루고 있으며 특히, 로저스에 의해서는 내적인 준거 체제에 의한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란 말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앞서 인용했던 피들러의 연구(1950b, 1951)는 역시 관심을 둘 만하다. 즉, 그의 연구에 의하면 노련한 상담자들을 미숙한 상담자들과 비교할 때 내담자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능력, 적절한 정서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내담자들과의 관계에서 지위에 관한 관심을 잊어 버리는 능력 등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곧 순수하게 내담자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상담자일수록 노련하고 성공적인 상담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과연 내담자와 생활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 우리들이 그를 얼마나 그의 입장에서 그가 보는 대로 그가 경험하고 느끼는 대로 그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 자신이 얼마나 우리의 개인적인 편견·감정·욕심 등에 의하여 내담자를 왜곡하고 채색시키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또한 의식 중에 혹은 무의식 중에 사회적인 통념이나 관습의 무조건적인 대변자 구실을 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을까?
③ 내담자 현실의 개시(開示)
지금까지 내담자에 대한 전인으로서의 인격적 존중, 그에 대한 순수한 이해 등을 열거하였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할 수는 없다. 상담이란 앞서 지적했듯이 대화를 통하여 진정한 자기 현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도록 돕는 작업이므로 그러한 존중과 이해의 마당에서 상담자는 자신이 파악한 내담자의 현실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내보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즉, 내담자의 현실을 내담자 자신이 지각하고 이해하고 있는 대로 만이 아니라 내담자와는 일정한 거리를 가지는 한 관찰자로서 지각하고 이해한 바도 아울러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의식하는 감정과 사고 내용을 반영(反映 ; reflection)시켜준다든지, 재진술(再陳述 ; restatement, paraphrase)한다든지 하는 것들 만이 아니라, 질문·해석(interpretation)·도전·비판을 통해서 내담자에 대한 상담자 자신의 느낌이나 이해를 전달함으로써, 또는 내담자가 별로 취해 보지 않았던 역할이나 행동을 시도하도록 격려함으로써, 내담자가 의식치 못했거나 확신하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사고·행동·가능성, 또는 외부환경을 직면·자각토록 하는 것이다. 즉 내담자가 일상 경험하고 자각하는 '수평적' 준거를 '수직적'인 것에까지 확대하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담자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형식화되어 버리고 습관화해 버린 현실에 대한 감정·전제 윤리 등의 맹점을 깨달음과 아울러 새로운 조망의 가능성을 믿고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Ellis, 1962).
따라서 이러한 내담자의 현실 개시를 위하여 전이 분석이나 꿈의 해석(精神分析), 논리의 분석(Ellis의 rational emotive therapy)·심리극(Moreno)·감수성 훈련 등 여러 가지 상담 및 치료법이 발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 상담자 자신이 삶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용기의 부족으로 내담자의 현실을 감히 드러내 보일 수 없지는 않은가? 혹시 설익은 충고나 대안을 제시하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드러내 보이는 내담자의 현실이 사실은 상담자인 우리 자신의 현실을 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은 마음씨 좋은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거나 듣기 좋은 이야기나 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④ 상담자 자신의 개인적 자유감
이제까지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본 상담자의 태도 측면들을 검토하여 왔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 속에서도 마땅히 또 어쩔 수 없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우리 상담자 자신의 개인으로서의 독자성·자유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상담자이며 동시에 한 인간이므로 이 둘의 관계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담자로서의 전문적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것들에 의해 구속당하지 않는 건전한 자연인이어야 할 것이다. 즉, 상담 관계를 존중하면서 아울러 우리들 자신의 기분·느낌·생각·신체적 조건, 개인적인 사정이나 주위 여건 등 역시 적절하게 다뤄 나가야 할 것이다. 만일 상담자인 우리 자신이 순간 순간의 삶의 느낌과 체험, 주위 여건 등을 억제하고 무시한다면 이는 우리 자신을 역할에 얽매인 인간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또한 내담자와의 관계를 부자연스럽고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관계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상담자라 하여 언제나 따뜻하고 진지해야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초조할 때면 그 초조함을 표현할 수도 있고, 기쁠 때면 기뻐할 수도 있고, 불안할 때면 불안해 할 수도 있으며, 화가 날 때면 화를 낼 수도 있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인간이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성실하고 인간적인 삶의 태도가 상담에서 내담자들이 익혀야 할 목표이기도 할 것이다.
로저스(1957, 1962)는 이런 태도를 '일치성'(congruence)이라는 말로 표현하면서, 바로 이것이 치료자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며 가장 성취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하였다. 쥬라드(Jourard, 1964, 1968) 역시 상담자의 투명성(transparency)이 내담자의 성격의 변화에 극히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트루악스와 카크훗프(Truax and Carkhuff, 1965)는 상담자의 투명성과 내담자의 투명성은 유의미(有意味)한 관계가 있으며, 이러한 투명도 혹은 자기 탐색도가 클수록 건설적인 성격 변화 역시 크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하였다. 이러한 주장들이나 연구 결과는 상담자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자유스런 표현이 바로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과연 우리들이 상담을 해 가는 가운데 얼마나 거리낌없이 우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가? 피곤함, 짜증스러움을 그렇지 않은 듯이 표현하고, 우리의 의견을 말하였을 때 내담자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을까 하고 지나치게 우려하지는 않는가? 우리의 성실이나 존중이 겉치레에 불과하고 오히려 내담자의 자유스런 느낌과 체험을 방해하지는 않는가?
이상에서 필자가 우리 상담자들의 스스로를 검토하기 위하여 필요한 측면들을 길게 논의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상담을 필생의 일로 택한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우리 자신의 검토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본 요건이라는 전제에서이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 상담 운동이 시작된 지 십년이 가까운 오늘에 있어서 우리들 상담자들 자신 스스로가 조용히 반성해 보고 앞으로의 보다 새로운 결의가 아쉽게 느껴진다. 과연 우리들이 10년이란 역사에서 우리 사회에 공헌한 일이 무엇인가를 솔직히 물어보자. 아니 과연 우리의 도움이 유익한 것이었던가? 그러나 가장 기본적으로 몇 사람의 상담자다운 상담자가 생겼으며 우리들 스스로 과연 그동안 상담자로서 얼마나 성장했는가?


곽선생님께

윗글을 기의차원으로 재해석도 해주시면 하고 바래봅니다
부분에 따라서 동의하시거나
혹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곳을 비평하시거나
아니면 단지 다른언어로 통역이거나 다 좋을것 같은데요

저는 선생님이 기의차원으로 해석해주는 말씀이 음악처럼 들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