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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자료 2 음악에 관한 비상식(량) 오십 오가지>
1. 음악으로 시간 때우기 좋다. 굳이 때우려하지 않는다해도 음악과 함께 나란히 따라가다 보면 그럭저럭 시간도 좋게 간다. 보낸 시간이 어째 잘 보낸건지 위안이나 만족감이 조금 든다. 음악은 시간예술이다. 짧게는 3분여에서 5~10분여를 파도 타기하거나 먼 바다 항해할 수도, 뜬 구름일수도. 시간예술가가 있다. 삼위일체로 작곡가, 연주가 그 맨위에 음악(감상)가가 자리한다. 내가 지어 부르거나 두드리든 퉁기면 최고봉에 오르는거다. 알려고 해도 좋고 굳이 알려고 하지 않고 들어도 좋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좋다. 서로 진짜는 모른다. 아는 것과 알려고 하는 것의 차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려고 하는 것의 차이를 느끼면 좋다.
2. 음악은 음악장르가 아니다. 음악이다. 국악도 음악, 클래식도 음악, (일제 침략과 지배로 강제, 강요 또는 외래수입) 요나누키 장단음계 트로트도 음악, K-POP(은 사실 흑인음악이다. * 크리스털 앤더슨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의 야심작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 원제: Soul in Seoul>). 대중가요도 댄스뮤직도 음악이다. 음악을 국악으로, 클래식으로, 트로트로, K-POP, 대중가요나 댄스뮤직으로(만) 여기고, 그저 그것만 받아들이면 편협해진다. 저것은 음악인가 아닌가로만 판단해야.
3. 나와 너, 우리가 있듯이 음악에도 나(우리 음악), 너(외래 음악), 우리(세상의 모든 음악, 세계) 음악이 있다. 외래음악으로 일제(잔재)음악과 영미(제) 팝, 서양클래식음악이나 유럽 대중가요(칸초네, 샹송, 파두...)과 재즈(미 본토 흑백 혼혈음악)음악 외 월드뮤직 등이 있다.
그 중 분명한 것은 클래식음악이 유럽음악에서 민족음악으로 나아가 세계시민음악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연 진화가 맞는지는 더 두고 볼일.
클래식음악은 전통음악(traditional), 민족음악(ethnic), 민속음악(folk), 거기에 각 국가의 국민음악(national)이다. 클래식음악은 옛(old), 근대(modern), 요새음악(new)이다. 옛, 근대, 요새의 전통과 민족과 민속이 나뉜다. 전통, 민족, 민속의 옛, 근대, 최신이다. 최신 전통, 민족, 민속음악은 과거보다 더욱 더 통섭, 융합되어 복잡다단하다. 조선(민)족의 조선음악(러시아, 중국, 이북, 이남, 재일본, 세계 각국 고조선에서 신조선까지 이어온 조선어와 조선글(한자와 한글과 요새 영어 및 외래어)을 쓰는 우리 민족)은 게르만, 슬라브, 라틴,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 아메리칸 니그로 등에 비해 어떠한가. 고전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옛 것 중 가장 날 것이라는 것이다.
4. 우리음악을 안다는 건 내 조부모(와 그 형제들, 이하 생략), 증조부모, 고조부모가 어떤 분이고 뭐하는 분이었는지를 아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를 아예 모른다. 불행이며 재앙이다. 우리음악 또한 거의 즐기거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것은 제 애미, 애비도 몰라보는 일이다.
5. 득병(得病), 가난, 빚, 연애(戀愛)와 결혼, 조실부모(早失父母). 음악가의 생애를 뒤덮는 운수요 변수다. 음악(가)의 생애가 평범한 사람의 살아나갈 바와 일치해 처다보면 좋다. 음악가 중 부모가 음악을 말리는 부모도 있었고, 적극적으로 음악을 하라고 다그친 부모도 있었다.
6. 음악가 중 일찍 부모가 저 세상으로 먼저 가버린 이들도 많다.
7. 말년에 가난과 병마로 불행히 마친 음악가도 많다. 젊어서 아깝게 획 가버린 이들도 많다.
8. 클래식음악은 유럽음악에서 세계음악으로 나아가는 편이다. 이탈리아, 독일-오스트리아, 프랑스 음악에서 영국, 스페인, 러시아 음악 나아가 헝가리, 폴란드, 체코 ,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나아가 미국으로 확장하고 확산해갔다. 그러다나니 이제는 세계시민음악이 되어간다. 온 세계가 자의든 타의든 문예자손이 되었다. 영어를 할 줄 알아야하는 것처럼. 물론 영어를 잘하려면 방법과 내용으로 모국어를 잘해야한다. 아스트로 피아졸라에게 나디아 블랑제는 "너의 길을 가라"했다.
9. 음악은 시간예술이지만 한편 공간예술이다. 음악을 켜고 끈 상태에 따라 공간을 차지하고, 드디어 육화하여 내면까지 채우고 사라진다. 음악을 듣는 좋은 방법은 음악을 키(켜)면된다. 켠 상태와 끈 상태를 비교체험하라.
10. 음악은 대표적으로 라디오음악, 유투브음악, 아무 데서나 배경음악, CD음악, LP음악, 실제 현장 무대음악으로 나뉜다. LP음악이 복고풍을 넘어서 재유행이다. CD와 LP나 실황공연을 통해 온전하고 완전한 한 편의 작품감상을 할 수 있다.
레코드(Record)는 기록(keep a record)이며, 기록물(a record)이다. 그런데 소리를 담은 게 인기상품이 되면서 레코드하면 레코드판(to play a record)을 말하게 되었다.
레코드 판(板)은 평평하고 둥근 디스크(disk), 원반 圓盤)로 이루어진 아날로그(analog) 방식 소리저장 매체다. 판판하고 넓게 켠 널빤지라 판(板)이다. 판이 반(盤)이다. 음을 담은 소반이요 쟁반이요 대야라서 음반(音盤)이다. 판이면서 반이다.
우리 몸과 마음은 날것 아날로그다.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한다. 휴대폰 속 온갖 평면도 화면도 아니고 3D입체도 아닌 이른바 총체(總體)다.
숨쉬는 현실공간과 발딛고 있는 땅과 하늘, 해와 달이 아날로그다. 우리 뇌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하는 오감에 의해 더욱 더 건강하게 제 구실을 한다. 나의 의식과 무의식까지 지배한다. 빛과 볕과 태양과 해와 햇빛, 날씨와 온도와 습도, 바람이 살갗에 전해온 말, 김치 맛이 모두 아날로그다.
방안이라는 공간을 꽉 차지하며 아날로그 진동(振動) 울림으로 가슴이 느낄만큼 둥둥 와닿는 물리적인 소리야말로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는 날것이다.
아날로그(analog) 방식 소리저장 매체는 스텐다드한 표준규격(SP, Standard Playing Record, 보통 한면에 3분에서 4분 30초) SP판에서 LP판(20분 이상)으로 보다 더 담을 수 있다는 롱 플레잉(Long Playing) 레코드로 진화했다.
비발디의 성장과정을 담은 32쪽 그림책을 포함한 1959년판 이 무지치(음악가들) 사계 LP판이 소리골(groove)을 따라 돌고 있다.
LP음반(音盤, LP Record)은 플라스틱 비닐(바이닐 vinyl)로 만든 판(板, Vinyl Record))이다. 비닐은 독일, 스페인, 프랑스어로 비닐이면서 영어는 바이널이다. 바이널을 바이닐이라 불렀다. 그리스어 플라스틱(주조 鑄造라는 뜻으로 고분자화합물 합성수지)의 종류 폴리염화 비닐(Polyvinyl chloride, PVC)을 레코드판 재질로 써서 그런 명칭을 얻게 된 것이다. 플라스틱이기도 한 (폴리염화) 비닐을 썼다는 말이다. 플라스틱 백은 우리가 흔하게 슈퍼에서 싸오는 비닐 봉투.
소리라는 예술작품을 머물게(留)한 기록물 재생기가 류성기(留聲機)다. 머무를 류(留)를 쓴다. 모을 축자를 써 축음기(蓄音機)라고도 했다. 그 턴테이블, 엠프, 스피커 일체가 전축(電蓄)이다. 이들이 요새 류성기이며 요새 축음기인 턴테이블(Turntable)의 전신이다.
도랑에 홈을 오목하고 길게 팬 줄이다. LP 레코드 판(板)에는 둥그렇게 도랑 길 홈이 나있다. 도랑 구(溝)를 써서 음구(音溝)라한다. 바늘은 이 길을 지나간다. 지나가는 동안 긁히면서 진동이 일어나고 이를 전압(電壓), 전류(電流), 진폭(振幅)의 전기신호로 스피커로 전달되어 증폭(增幅)해 재생(再生)된다.
네모난 종이집서 꺼낸 큰 후라이팬만한 원반(圓盤)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나서 테이블(table)이 턴(Turn)하면 바늘을 조심스레 소리골(groove)에 얹는다. 골 사이로 바늘이 타고 미끄러지듯 따라 간다.
이 광경을 지켜보자면 방안은 깊숙한 산이요 그윽한 골짜기로 변신이구나. 심산유곡(深山幽谷)이로다. 그러고보니 幽 그윽할 유/검을 유(幽)자가 LP를 닮았다. 유 자나 LP나 둘 다가 그윽하고 검고 멀고 깊고 구석져 아득하구나.
요새 류성기(留聲機)가 턴테이블이요, 위에 LP는 심산유곡(深山幽谷)의 유(幽)로구나
레코드(Record)는 기록(keep a record)이며, 기록물(a record)이다. 그런데 소리를 담은 게 인기상품이 되었다.
11. 각자 방안에서 늘 나는 소리 중 음악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음악인가? 분명한 것은 자연의 소리가 (인간)음악보다 훨씬 앞선다. 계곡물 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비소리, 천둥소리를 (인간)음악은 본받으려고 애써왔다. 현대음악에 이르러 실현하고 있다. 안방 중간 창 나가 바깥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노라면 켜놓은 음악은 문득 안과 밖의 사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과 밖을 연결하는 창일수도. 안이면서 바깥일 수도.
12. 음악은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이 있다. 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음악과 음악가는 별개지만 또한 일치한다. 각자가 저마다 들었을 때 맘에 들고, 들을만한 음악이 있고,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고 지루하기만 한 음악이 있다. 민족음악이 있고 반민족음악도 있다. 침략자나 정복자, 지배자, 가해자들이 자기들을 위해 이용하는 음악이 분명 어딘가에 똬리를 틀고 숨어있다. 이를 폭로하고 깨닫게하는 음악도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탈을 쓰고도 있다. 어쨌든 결론은 음악과 음악가는 상당부분 별개라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냐 순수냐의 논쟁처럼.
13. 음악을 감상하는 법은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무심하게 대하지 않으면 된다. 음악을 들으면 마음의 춤을 춰도 된다. 손가락으로 까딱까딱하면 좋다.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어도 좋은 방법으로 괜찮다. 연주자의 표정을 보라. 실연자의 감성 그대로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번 해봐라.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로 장기자랑에 나선 남녀 아이가 너무 웃기면서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14. 소리(또는 음악)는 느낌과 의미로 다가오기 전에 소리 그 자체로만 그대로 전한다. 대부분 그냥 음 그 자체를 듣고 있거나 흘려 듣는다. 그냥 비우고 채워져 있는 상태로. 그게 음악의 본질이기도 한데 베토벤 후기 현악사중주들이 예다.
15. 음악가라는 인생선배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 조언을 한다. 주위를 도운 리스트와 브람스, 가정과 일에 그저 충실하고 성실한 바흐, 언제나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으로 세상을 대한 모차르트, 최악의 장애를 딛고 일어선 베토벤은 좋은 예다. 이미 오래 전 오페라를 창조하고 완성한 몬테베르디를 보라. 쇼팽에게 조국애란 나고 자란 터전이요 한줌의 흙이었다. 파가니니와 리스트와 바그너는 왜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지 않으려는가 꾸짖는다. 베르디는 유명했고 바그너는 위대했다. 민족의 정체성을 음악으로 답한 많은 작곡가들을 보라.
16. 음악도 인문학이다. 감상자에겐 인문학을 육화할 수 있는 직접 체험분야다. 유럽의 역사, 지리, 인명, 다국어학을 비롯해 음악가의 작품과 삶에 관해서 휴머니즘 즉 인간학이다.
17. 클래식 작곡가를 일부에 국한하기 보다 두루두루 대표적으로 100명 이상 한 두 곡씩 더해나가면 좋은 음악듣기 방법이다. 슬라브, 게르만, 라틴을 포함한 민족과 민속, 전통음악으로 집안에서도 여행할 수 있다.
18. 음악도 언어다. 음악언어다. 소리와 음의 체계다. 말이며 글이다. 감정과 사상까지 담겼다. 음악을 옮겨적은 악보와 별개로, 음악에 관해 하는 말과 감상을 옮긴 음악평론은 확실히 문학의 영역에 가깝다. 악보를 읽을 줄 몰라도 그 음악에 관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말할 수 있다.
19. 음악에 감정이 들어있고 섞여있다. 무뎌짐, 벼림, 날섬이 있다. 부끄러움과 미안함, 고마움도 있다. 그걸 말견할 수 있을까. 엘가의 사랑의 인사에서, 슈만의 헌정에서. 묵직한 책임감, 성실, 충실함도 찾아낼 수 있다. 사회 정의와 용기도.
20. 셈여림표 중 포르티시모와 피아니시모, 고저, 장단, 강약 그 사이... 모든 우리 하루하루 인생이나 생활태도, 행동거지, 말하는 습관은 음악적이다. 더불어 음악적이면 건강에 유익하다.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 자전거을 탈 때, 말처럼 뛸 때도 음악적이면 더 잘된다.
21. 인문학자와 인문주의자가 삼인의 음악가다. 작곡가는 연주가를 알아야하며 감상자는 둘을 알면 좋다. 이 셋은 삼위일체((三位一體)다.
22. 음악은 기(氣)다. 어떤 기운이다. 활동하는 힘이다. 기운이 쎄지다가도 기가 빠지고 또 다시 산다. 생명이 숨 쉴 때 나오는 기운이 음악이다. 만물의 근원 추구가 음악이다. 3위일체 작곡가도 연주자도 감상자도 음악 안에서 다함께 기를 쓰고 편다.
23. 음악은 나의 감정이나 상태를 마음으로 어루만진다.
24. 바흐는 인류문화유산이고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바흐의 문예자손이다. 세계시민이라는 문예자손이다. 나(우리)와 너(외래), 우리(세계) 모두의 음악이 바흐다. 이제는 그렇게 되었다. 아이제나흐에서 태어나 아른슈타트(1703~1707), 뮐하우젠(1707~1708), 바이마르(1708~1717), 쾨텐(1717~1723), 라이프치히(1723–1750)를 넘어 전 세계로 바흐의 문예자손이 씨를 퍼트려져 나갔다. 우리도 쇄국 이후 식민지인에서 세계시민이 된지는 그리 얼마되지 않았다. 국경과 인종, 지역, 계층, 계급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국경과 인종과 지역, 계층, 계급에 포박당해있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세종(1397-1450)이 더 위대한가 바흐(1685-1750)가 더 위대한가. 훈민정음 덕분에 우리는 소리의 모양을 볼 수가 있다. 그려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훈민정음 덕분이다. 1. ㄱㅋㄲ 2. ㄴㄷㅌㄸ 3. ㅁㅂㅍㅃ / ㅁㅍㅂㅂ 4. ㅅㅈㅊㅆㅉ / ㅅ 5. ㅇㅎ / ㅎ 6. ㄹ 를 기억하라. 음악가의 이름과 작품명 그리고 곡에서 나오는 걸 그릴 수 있다. 표음(表音), 표의(表意), 음소(音素)文字이기에 가능하다.
25. 클래식음악은 고전음악으로 우리에게는 우리 고전음악이 있다. 서양 클래식음악은 왜, 외래음악이지만 세계시민으로 보자면 역시 나(우리), 너(외래), 우리(세계)에 해당한다.
26. 바흐가 태어난 유라시아는 하나의 대륙이어서 어디가 유럽이며 어디가 아시아라고 분명히 말할 수가 없게 되있다. 바흐의 '고(古):'음악하고 소리내고 있으면 오래된 예스러움이 묻어난다. 글자 그대로 여러(十) 대에 걸쳐 입(口)으로 전해왔다는 면에서 바래고 낡았으나 옛 선조들이 300여년의 세월 동안 바흐를 묵혀온 것이다. 바흐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면서도 이어온 후세의 원형(元型)이 되는 가치를 지닌다. 이제 바흐가 살았던 고풍(古風)스러웠던 시대 당시로 갈 수 있는 길을 여기 바흐의 후예들이 열었다. 우리 고전음악도 바흐만큼 세련된 요새음악으로 될 수가 있다. 개인 각자에게는 있다.
27. 충실하고 성실하여 성숙한 음악이 있다. 사람은 그러한 음악을 들으면 충실하고 성실하여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삶의 자세나 태도를 익힐 수 있다. 음악이 보여주는 태도를 그대로 닮은 내 표정과 몸짓과 말투를 낼 수 있다. 박태환의 뛰어들기 직전이다. 아람 하차투리안 가면무도회 왈츠의 김연아를 보라.
28. 인간의 수많은 다양한 감정을 한껏 발산하는 영화만큼 그 이상으로 음악도 음악에 담겨있다.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영화를 감상하는 일은 요즘 들어 매우 쉽지 않다. 살인과 폭력이 미화된다. 완성도 높은 한 편의 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틀면 끝 !
29. 어떤 음악은 까분다. 또 어떤 음악을 위엄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가르친다. 어떤 음악은 잃어버린 것 같은 우리의 순수한 감성에 호소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30. 음악을 듣는 일과 그 음악가의 이름과 생애와 해당 작품배경을 알아보는 일은 별개다. 굳이 안해도 된다. 그냥 틀면 끝.
31. 음악에서 숭고함은 발견하게 쉬워도 천박함은 깊이 숨겨져 매우 어렵다. 천박함은 숭고함을 가장한다.
32. 클래식음악은 다국어다. 이탈리아어, 독일오스트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에서 나아가 헝가리어 등으로 나아간다. 꽁트라바쓰와 클라브생에 관한 다른 나라 다국어 이야기다.
33. 오케스트라는 이상국가의 모델을 제시한다. 집단지성, 개인과 개인 간, 개인과 조직, 단합 화합 협력과 조화, 전체와 하나에 관한 이야기다. 참다운 지도자상을 보여준다.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독재자다.
34. 음악과 음악가는 서로 연관이 없다 VS 있다
35.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 딱 두 종류로 음악을 나눌 수는 있다. 그러나 무엇이 좋은 음악이고 나쁜음악은 어떤 건지 알기는 어렵다. 국가(앤섬)는 개인에게 좋은가 나쁜가. 욕망과 쾌락을 부추기는 음악은 좋은가 나쁜가. 과연 침략전쟁을 부추기는 음악도 있다. 현실을 외면하고 음악이 현실을 대체한 사례도 많다.
36. 민족음악은 분명히 생겨나고 발전한 반면 민족음악이 소멸되어 가기도 한다. 사투리가 소멸해가는 것처럼.
37. 음악으로 현실을 풍자해 크게 알려진 음악가 한 사람 뽑자면 그는 모차르트다.
38. 음악은 유명음악과 무명음악으로 나뉜다. 슈베르트는 자기가 산 시대에 무명음악가였다. 무명음악가로 인생을 마감한 이들이 적지 않다. 당대 바흐의 작품도 그런 편이다. 한참 후대가 바흐 작품을 되살렸다.
39. 내 마음 알지? 내 마음이야! 음악은 마음이다. 100년 전 작곡가라는 사람들을 직접 불러와 당대와 자신의 마음을 직접 들을 수 있다.
40. 음악은 여행이다. 음악여행은 시간을 거스르고 공간이동을 하며 내 공간과 마음마저 채운다. 가슴에 음악의 화원을 가꿀 수도 있다. 음악이 새로운 도전이라면 여행처럼 낯선 새로움이리라.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 와락 껴안는다.
41. 정규, 비정규 직업(적)인 음악가가 아닌 일반인이 스스로 짓고 부르며 즐기는 음악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제부터라도 리코더로 내가 짓고 불러보자. 새로운 현대음악이 탄생할지니 !
42. 음악을 켰을 때와 그걸 껐을 때 차이는 무엇인가.
43. 모든 음악은 실용음악이다. 존재 그 자체가 의미이기 때문이다. 의미는 드러내거나 숨긴다.
44. 음악에서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와 진짜 나는 어떻게 다른가? 나와 너는 어떻게 다르고 같은가? 나, 너, 우리가 서로 같고 다른 것은 무엇인가? 음악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가? 자기 나라와 민족은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어떻게 자리잡는가? 자리잡아야하는가?
45. 음악을 통해 어떤 여러가지 감정체험을 해본다. 숭고함, 엄숙함, 위엄, 거룩함부터 똘끼 까부니즘까지.
46. CD보다 LP가 음악예술의 소장품으로 대접받는다. 물론 구하지도 못하는 판은 값을 매길 수가 없다. 유투브나 음악화일은 여전히 거의 대접 못받는다. 인식이 아직은 그렇다. CD나 LP로 듣는다면 한 예술가의 한편의 완성작을 주어진 시간 온전히 다 겪어볼 수 있다. 라디오음악은 컴필레이션(Compilation)이다.
47. 대인관계에서 공감능력이란 무엇인가? 음악에서 공감능력은 어떤 것인가? 공연장에 가보면 뒷
자리 앉은 예중, 예고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다.
48. 월드비전 유투브 광고로 세계시민선언을 하던데 실제로 우리 모두는 불과 백년 전에 비해 지금은 확실히 세계시민이다.
49. 다른 민족의 음악적인 소재나 특성을 차용한 비제의 〈카르멘〉,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푸치니의 〈나비부인〉에 비해
러시아는 미하일 글린카, 러시아 5인조(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알렉산드르 보로딘, 세자르 큐이와 밀리 발라키레프)와 파데레프스키(폴란드),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안토닌 드보르자크, 레오시 야나체크(체코), 제오르제 에네스쿠(루마니아), 벨라 바르톡, 코다이 졸탄(헝가리), 판초 블라디게로프(불가리아), 후고 알벤(스웨덴), 칼 닐센(덴마크), 장 시벨리우스(핀란드), 에드바르 그리그(노르웨이), 스페인 이삭 알베니스, 엔리케 그라나도스, 마누엘 데 파야, 호아킨 로드리고, 마놀리스 칼로미리스(그리스), 에르네스트 블로흐(이스라엘), 마누엘 폰세, 카를로스 차베스(멕시코), 페드로 움베르토 아옌데(칠레), 안토니오 에스테베즈(베네수엘라), 에이토르 빌라-로부스(브라질),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아르헨티나), 영국, 미국 에드워드 엘가(넓은 의미), 레이프 본윌리엄스(영국), 아론 코플랜드(미국), 이상 윤(윤이상, 남북 코리아)가 있다.
50. 음악을 듣는 것도 책을 읽는 것과 같이 평소에 인문학을 탐구하고 익히는 습관이다. 그걸 그저 눈을 감고 음악에 귀를 맡겨도 충분하다. 들은 걸 느껴보기도, 들으면서 들은 걸 그냥 흘려보내기도. 소리의 높낮이(Pitch), 강도 셈여림(Dynamics), 색깔 음색(timbre), 길이 음표(note)와 리듬(Rhythm), 선율(Melody), 화성(Harmony)은 당연히 무시해도 좋다. 듣다가 보석처럼 발견해도 좋다. 아주 들을만은 수지 맞는 경우.
51. 진실하고 성실하며 충실한 음악은 분명 좋은 기운을 준다. 과연 그러한지 체험해 볼 일이다.
52. 클래식음악을 들으면 위엄이 생기고 그러다가 우리음악을 들으면 한참 낮은 곳에 임하게 된다. 사람에게 하늘의 음악이 있고 땅의 음악도 있다. 아주 세련됨과 너무 소박함의 차이다. 세련음악과 소박음악을 들어보자.
53. 굳이 나누자면 서양 클래식음악은 개인음악이며 우리음악은 집단음악이다. 서양음악은 작곡자가 기록으로 전해지나 우리음악은 세종 이도 외에 대부분 판소처럼 작자미상이다. 물론 기록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54. 끝으로 라디오음악을 예찬한다.
음악이 없다면 숲에 있어야한다.
음악보다 나은 건 숲이다.
숲에 없다면 음악이라도 틀 수밖에.
음악이나마 그걸 켤 수밖에.
음악을 듣는 방법은 틀거나 켜면 된다.
음악을 틀거나 켜면 끝.
집안에 음악없이 마른 묵음 상태도
때론 괜찮지만
이 한 여름의 끝
이미 해뜬 후에도
여전한 풀벌레 소리가
흐르는 음악과 어울려 더 잘들려온다.
나는 늘 아침에 일어나면
Kbs Classicfm 이나 국악방송을 켠다.
자기 전엔 끄긴 끈다.
그걸 제대 후 약 스물 다섯 총각 때부터 해왔는데 밤 사이에도 머리맡에 볼륨줄인 소형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그러니까 자는 동안 꿈결에도 라디오 소리가 희미했던 것이다. 그것은 음악이라기보다는
그윽하고도 컴컴하며 멀고 아득한
검을 현(玄)이었다.
아침에 소리를 높여 놓으면
다니는 아이나 아내가 줄이긴 하는데
나는 다시 높여 놓는다.
집안에 화초가 많지 않은 대신
방안 공간을 가득 음악으로 채운다.
라디오는 가만 있어도 알아서 최신 좋은 곡들을 길지 않고 자질구레하지 않게 적당한 말과 섞어 무엇보다 생방송 실시간으로 들려주어서 좋다.
가끔 또는 자주 그러다가 저녁 시간에 CD를 골라튼다. 그럴 땐 전체 반복상태로 모드를 맞춰놓는데 그러면 그 연주자의 한동안의 자기 작품 전체가 전시된 듯하다.
집안은 한 음악가의 작품을 순서대로 반복해 맛볼 수 있는 음악 전시실로 변한다.
음악을 꼭 들어야하는 이유는 없다.
딱 한가지 이유를 꼽자면 그 외에 다른 할게 없어서다.
아니 그것보다 오늘 하루도 나를 어쩌다 자지러지지 않게 붙잡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사실있다.
55. <마무리> 생긴 것처럼 코리안 페닌슐라(Korean Peninsula) 음악은 로컬이며 인터내셔널이다.(이어야 제대로 된 특징이다.) 우리가 모차르트다. 우리가 있는 위치가 잘츠부르크다. 경계이며 경계인이며 주변부요 맞닿은 연안(沿岸)이다. 잘츠부르크는 서쪽의 스위스와 동쪽의 슬라브 국가들 중간에 또 북쪽의 독일과 남쪽의 롬바르디아(밀라노를 중심으로 하는 이탈리아의 북부지방)의 중간에 놓여있다. 잘츠부르크는 도시와 시골의 중간이며, 과거와 현재의 중간이며, 바로크 왕후의 기품과 순박한 농민과 같은 모습의 중간이다. 모차르트는 바로 이러한 모든 양상을 타고났다. 안과 밖을 동시에 누리는 바다와 육지를 강과 산을, 대륙과 해양을...
2022.06.27. 금수현에 이은 리근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