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 메달만큼 값진 도쿄 영웅들의 스포츠맨십
동효정 입력 2021. 08. 08. 17:00
8일 세르비아전 경기를 마친 한국 김연경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동효정 기자] 경기에서 우승하고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세계 최고가 되는 그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올림픽의 매력이다. 더불어 승패와 관계없이 국경을 넘어선 우정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축하하는 모습도 올림픽의 매력이다.
◇경기 후 매너까지 완벽했던 김연경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진출을 성공시킨 주장 김연경이 또 한 번 성숙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김연경은 동메달결정전에서 세르비아 선수단에게 패했으나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보냈다. 김연경과 인연이 깊은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와 포옹을 나눴다. 브란키차는 김연경과 한때 V리그 현대건설에서 함께 뛰며 친해졌다. 김연경은 지난 4일 터키전에서도 시합이 끝난 뒤 마지막까지 경기장을 서성이다 자신에게 레드카드를 꺼냈던 심판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로 마무리했다. 해외 리그에서 뛰는 김연경은 거의 매 경기 상대팀에 절친한 선수들을 만났다. 김연경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뿐 아니라 동료로 돌아가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상대 약점 알고도 끝까지 배려한 조구함
유도 국가대표 조구함이 보여준 매너가 극찬을 받았다. 조구함은 준결승전에서 포르투갈 조르지 폰세카와 만났다. 경기가 시작된 지 1분이 지나자 폰세카는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물러났다. 왼손에 쥐가나 움직이지 못했다. 폰세카는 허리를 숙이고 고통스러워했다. 조구함은 그의 왼손이 약점이란 것을 인식하고도 공격을 피했고 쥐가 난 폰세카를 위해 기다렸다. 조구함은 왼손 대신 상대의 소매를 잡으며 배려했다. 경기가 종료되자 폰세카는 조구함의 마음을 안다는 듯 끌어 안았다. 결승에 진출한 조구함은 일본의 애런 울프와 연장접전끝에 패했다. 경기후 조구함은 승자의 손을 들어올리며 또한번 박수 받았다.
◇매너만큼은 금메달, 태권도 이다빈·이대훈
결승에서 아쉽게 패배한 태권도 국가대표 이다빈은 세르비아 만디치에게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다빈은 경기 후 미소와 함께 상대와 포옹한 뒤 패배를 인정했다. 경기 후 이다빈은 “너무 아쉬웠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위해 모두가 다 힘들게 고생하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기에 만디치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대훈 역시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상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모습으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실천했다.
◇폭염과 근육 경련에도 결승선까지 달린 마라톤 최경선
마라토너 최경선은 결승선 600m를 남기고 도로 위에 쓰러졌다. 의료진이 휠체어를 갖고 달려나와 상태를 살폈지만 최경선은 완주를 위해 다시 일어났다. 근육 경련이 일어나고, 탈수 증상이 이어졌으나 최경선은 두 발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완주를 마친 이후에야 최경선은 휠체어에 올랐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기온은 30도였다. 덥고 습해서 마라토너들이 힘들어했다. 88명의 마라토너가 출발선에 섰으나 15명은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빛나는 도전 정신 보여준 니시아렌
체력적 열세를 딛고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 선수도 있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에게 패한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렌이다. 그는 1991년 룩셈부르크 국적을 얻은 중국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 탁구 사상 역대 최고령인 노장선수로 신유빈보다 마흔한 살이나 많다. 니시아렌은 지난달 25일 신유빈과 경기를 마친 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내가 시합에 이길 수 있는 한 나는 이 자리에 설 것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쟁보다 우정, 값진 공동 금메달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두 절친이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과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가 2m37의 기록으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는 2m37을 모두 1차 시기에 넘은 뒤 2m39에 도전했지만 3차 시기까지 모두 실패했다. 주최 측이 제안한 ‘점프 오프’를 통해 끝까지 단독 우승 경쟁을 벌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금메달을 나눠 갖기로 했다.
◇올림픽 정신과 반대로 간 선수들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중국 배드민턴 천칭천은 경기 도중은 물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워차오’라고 크게 외쳤다. 기합소리인 줄 알았지만, 영어로 ‘Fxxx’에 해당하는 심한 중국어 욕설이다. 중국 언론은 사과 대신 김연경을 끌어들이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중국 매체들은 리우올림픽 배구 경기에서 김연경이 욕설을 한 걸 지적하며 “한국 사람들은 김연경이 욕을 한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일본 서핑 선수인 이가라시 가노아는 자신과 경기를 펼친 브라질의 가브리엘 메디나를 대놓고 비난했다. 브라질 팬들이 이가라시의 승리에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고 비판하자 이가라시는 트위터에 “떠들어라, 울어라 울어. 난 행복해”라며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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