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인이 적히지 않은 채 바닷가에 띄어지는 유리병 편지처럼 갑자기 다가온 연서가 사람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45년이 지난 세월을 뚫고 다가온 것입니다. 소리의 높낮이가 길이나 리듬과 서로 어울려 이루어지는 음의 흐름처럼 심연으로부터 올라오는 당시를 제대로 회상하여 적으려면 은유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회상의 길로 불쑥 다가가려다 잠시 발 길을 멈추고 과거 속에 존재했던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하여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불러오는 숲을 다녀 올 계획입니다.
여름날 숲은 여름향기가 짙어 참 좋습니다. 어제 내린 비 영향으로 어느 정도 여름향기에 큰 기대를 하고 찾아 욌지만 상상 이외로 향기가 영롱하게 다가섰습니다. 강렬한 생명의 빛들이 서로 어울려 빗어내는 여름, 극성스럽고 활발하게 성하(盛夏)의 극치를 향해 달음질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여름 향기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 나절 이 길을 걷는 재미가 상당하여 이 길을 걷다가 쉬다가 다시 걷고 그러다 빈터가 나오면 긴 휴식을 갖습니다. 그리고 빈터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산수국 군락지를 찾았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보랏빛 향연으로도 만족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꽃잎들은 일전 폭우 영향으로 떨어져 나가고 씨방만 온전하게 남아 위축된 산수국 꽃모양에 상처를 떠올렸지만 곧바로 주변에서 찾은 까치수염 온전한 모습에서 위로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위대한 자연의 영적 교훈인 피고 지는 꽃의 순리를 통하여지는 의미를 새삼 되새김하였습니다. 세상에 생명이 깃든 것 중 지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 하며 아집에 의해 형성된 집착에서 자유를 얻습니다.
까치수염은 앵초과에 까치수염 속으로 백색 꽃을 피웁니다. 꽃은 6월, 7월, 8월에 피고 꽃말은 참 친근 성이 깊이 담겨 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단어 동심, 친근한 정, 편히 쉬고 있다는 뜻인 잠든 별까지 꽃말에 포함됩니다. 꽃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고 만개된 꽃 아래로 이어진 수염자락에는 잠을 자고 있는 듯이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잠든 별 모습이라 그러한 꽃말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만 가지 풀들이 어울려 만초(萬草) 오솔길을 만들어 길을 열어주고 있었습니다. 반바지 차림이라 종아리 부근에 외닺는 풀들의 스침이 간지럽게 굴어 미소를 놓치지 않고 걸을 수 있어 좋은 산보였습니다. 잠시 서서 양팔을 벌려 심호흡을 하고 날숨을 정리하고 다시 들숨을 마시는 간격의 자유를 만끽하다 집념의 蔓草의 늘어진 용모를 발견하고 생명의 사다리라 환호하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젊은날의 철학의 개인적인 思考를 불현듯 호출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정원에 만 가지 풀은 다 심어도 죽어도 죽(竹)은 심지 않으리라.
살대(殺竹)에 생명을 빼앗겨 울고 애를 녹이는 적대(笛竹) 소리에 울고
집어서 먹을 것이 없어 저대(箸竹)에 울게 만드는
죽(竹)을 어찌 나의 정원에 심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절 때 아니지!
수피(樹皮) 안 수관(樹冠)을 타고 흐르는 산림의 자양분과 여름향기 수원들 소리가 맑게 다가왔습니다. 원래 숲은 참으로 장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섬세한 심미적 안중도 뛰어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명의 빛이 다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숲이 유일한 장소임을 깨닫는 시기는 바로 여름절기 입니다.. 여름 나절 숲에 들어앉아 고요하게 육신을 다듬어 평화의 기운으로 숲을 관찰하다 보면 숲 속의 주인공인 수목과 수목, 풀과 풀끼리는 향기라는 언어로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동화되어 만들어지는 정념은 향기의 언어를 잉태시켜 리트머스 종이가 청정한 물빛을 야금야금 적셔가듯 그렇게 자신을 향기의 언어 속으로 침잠시켜 가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읖조리다 ~~~ 이렇게 좋은 숲, 모퉁이 빈터에 앉아 초목이 그려 놓은 근사한 숲 속 안에서 점심 대용으로 준비해 간 샌드위치와 검은콩 두유, 그리고 행동식 한 가지를 먹으며 휴식을 갖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한 참 후. 옛 정취를 불러 모을 수 있는 빠른 선택은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번개가 치듯 다가 온 Mary Hopkins의 Those Were The Days~~ 특히 후렴구가 강렬하게 마음의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그 시절이 좋 왔어 그래 그때가 좋았어 ~~~
Those Were The Days- Mary Hopkins (그 시절이 좋았어 -메리 홉킨스) 의 노래를 부르며 길고 긴 숲을 빠져나오며
옛 그 시절로 돌아 가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Those Were The Days- Mary Hopkins
(그 시절이 좋았어 -메리 홉킨스)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tavern 예전에 술집 하나 있었지
Where we used to raise a glass or two 우리 함께 술잔 기울이던
Remember how we laughed away the hours 웃고 떠들며 시간 보냈었지
Think of all the great things we would do 온갖 거창한 일 하겠다 기염 토하며
Those were the days my friend 그 시절이 좋았어 친구야
We thought they`d never end 우린 그런 날이 영원하다 생각했지
We`d sing and dance forever and a day 끝없이 노래하고 춤출 수 있으리라
We`d live the life we`d choose We`d fight and never lose 우리가 택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싸우리라 그리고 지지 않으리라
For we were young and sure to have our way La-da-da da-da-da... 우린 젊어서 자유롭게 살 수 있으리라 믿었던 거야
Then the busy years went rushing by us 그러곤 바쁜 세월 정신없이 흘러갔지
We lost our starry notions on the way 별빛 같은 신념 그 사이 다 잃어버렸지
If by chance I`d see you in the tavern, 어쩌다 그 술집에서 널 보게 되면
We`d smile at one another and we`d say... 우린 서로 웃음 짓고 이렇게 말할까
Those were the days my friend We thought they`d never end We`d sing and dance forever and a day We`d live the life we`d choose We`d fight and never lose 그 시절이 좋았어 친구야 우린 그런 날이 영원하다 생각했지 끝없이 노래하고 춤출 수 있으리라 우리가 택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싸우리라 그리고 지지 않으리라
Those were the days, oh yes, those were the days La-da-da da-da-da... 그 시절이 좋았어, 그래, 그때가 좋았어
Just tonight I stood before the tavern. 오늘 저녁 그 술집 앞에서 걸음 멈추었어
Nothing seemed the way it used to be 아무것도 예전 같지 않았어
In the glass I saw a strange reflection 유리문에 낯선 모습 하나 비추었을 뿐
Was that lonely woman really me? 그 외로운 여인이 정말 나였을까?
Those were the days my friend We thought they`d never end We`d sing and dance forever and a day We`d live the life we`d choose We`d fight and never lose 그 시절이 좋았어 친구야 우린 그런 날이 영원하다 생각했지 끝없이 노래하고 춤출 수 있으리라 우리가 택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싸우리라 그리고 지지 않으리라
Those were the days, oh yes, those were the days La-da-da da-da-da... 그 시절이 좋았어, 그래, 그때가 좋았어
Through the door there came familiar laughter 문안에서 낯익은 웃음소리 흘러나왔어
I saw your face and heard you call my name 네 얼굴 보이고 날 부르는 네 목소리 들려왔지
Oh my friend we`re older but no wiser, 오 친구야 우린 나이를 먹었어도 철은 들지 않았나 봐
For in our hearts the dreams are still the same. 가슴속에 담긴 꿈들 아직 그대로이니
Those were the days my friend We thought they`d never end We`d sing and dance forever and a day We`d live the life we`d choose We`d fight and never lose 그 시절이 좋았어 친구야 우린 그런 날이 영원하다 생각했지 끝없이 노래하고 춤출 수 있으리라 우리가 택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싸우리라 그리고 지지 않으리라
Those were the days, oh yes, those were the days La-da-da da-da-da... 그 시절이 좋았어, 그래 그때가 좋았어.
음악 음률을 정확하게 기억하며 반복해서 부르던 흥얼거리림도 숲이 끝나는 개활지로 접어들자 여름구름 사이로 젊은 날의 마음 성지가 한 폭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청춘의 파노라마가 산더미 같이 밀려들었습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눈을 감는 것이 더 또렷한 모습으로 추억을 활동사진처럼 펼칠 수 있음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익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