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남부에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작은 휴양도시가 있다.
칸느(Cannes).
세계 3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칸느 영화제가
열리는 5월이면 이 곳은 최고의 도시가 된다.
수많은 영화배우와 제작자들과 판매사들이
몰려들어 세계 언론의 엄청난 주목을 받는다.
레드카펫을 누비는 스타들의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군중이 몰려든다.
레드카펫!
귀한 손님을 맞이하거나 영화제나 시상식 등에
깔리는 것이 레드카펫이다.
그 위를 지나는 사람을 향한
환영과 축하, 존경의 표시이다.
그리고 칸 영화제의 최고상을
황금종려상(Golden Palm)이라고 한다.
왜 하필 종려나무일까?
그 도시에 종려나무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종려나무는 승리 또는 쟁취, 영광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경산의 정평성당을 건축할 때
입구 등 몇 곳에 종려나무를 심었다.
추운 겨울을 견디기 힘든 나무였지만
두 해쯤 겨울에 잘 싸매어 보온을 해 주면
추위에도 견뎌 낸다고 했다.
10그루쯤 심었는데, 그해 겨울 2그루가 죽고
다른 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다.
종려나무가 잘 없는 지역이지만
성전이 곧 예수님 승리의 전당이라는 의미로 심었었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이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군중들은
뜨거운 환호로 맞이한다.
가히 슈퍼스타급이다.
칸 영화제가 따로 없다.
레드카펫이 깔린다.
레드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이지만 사람들은 자기의 겉옷을 깔았다.
롤스로이스 리무진을 대신해 예수님을 태운 나귀는
그 옷들을 밟고 가면서 어리둥절하다.
'이 사람들이 왜 이러지? 시끄럽게 난리야?
아휴, 옷에 걸려 자빠지겠구먼!'
겉옷이 변변찮은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그 길 위에 깔아 예수님의 입성을 환영한다.
그들은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라고 외치면서
종려 나뭇가지를 들고 흔든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최고의 스타로서
레드카펫을 밟음과 동시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신 것이다.
이쯤되면 칸느 영화제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흉내 낸 것이 아닐까?
레드카펫의 끝에는 포토존이 있다.
입고 온 의상과 자신의 외모를 뽐내면서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한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서서 기꺼이 피사체가 된다.
군중들은 '멋있어요, 예뻐요!' '이 쪽으로 보셔요'
'포즈 한번 더'를 외치면서 사진을 찍어댄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의 황금종려상 시상식은
트로피를 든 멋진 모습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포토존은 골고타의 십자가!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처참한 무대가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예수님 스스로 고민 끝에 택하셨다.
승리와 영광의 자리, 그 곳을 택하신 것이다.
처절한 죽음의 고통과 수치스러움으로
그냥 빨리 죽고 싶은 곳,
그러나 마지막 가녀린 숨이 다할 때까지
그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곳,
십자가 위!
그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은 말씀하셨다.
'다 이루었다'
무엇을 다 이루었다는 말일까/
허망하고 처참하기 짝이 없는 십자가의 죽음으로
도대체 무엇을
이루었다는 말인가?
바로 예루살렘 입성 때 외치던 군중들이 바라던
바로 그것을 이루신 것이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이다.
'우리를 구원하소서! 다윗의 자손!'
예수님께서는 그 군중들의 바램과
아버지의 뜻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우리를 구원하라는 외침은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외침과 같은 의미일까?
이 세상의 온갖 죄악과 죽음의 처지에서
백성들을 구원할 방법이 당신의 죽음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의 죽음은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도 넉넉히 남는 희생이다.
화려하고 빛나는 무대가 아니라
십자가 처형장이라는 무대가
예루살렘 영화제의 피날레였다.
팡파르와 박수소리 가득한 전당이 아니라
고통의 신음과 비탄이 가득한
골고타 언덕이 축제의 결말이었다.
성지주일의 전례는
우리를 구해달라는
백성들의 외침, 즉 우리들의 환호로 시작해서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배신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분은 십자가에 당신 자신을 스스로
매달리셨다.
그 십자가를 우리는 종려나무(성지 가지)로 장식한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우리의 구원을 이룩하는
사랑의 위대한 사건임을 믿어 고백한다.
십자가야 말로 진정한 승리의 방법임을 고백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이겨내고
죽음까지도 뛰어 넘는 생명의 길임을 고백한다.
그분의 십자가 아래 무릎을 꿇는다.
그 십자가를 지고 살다 보면
우리 또한 십자가의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하게 될 날을 맞이할 것이다.
예수님과 어깨동무하고서 말이다.
첫댓글 우리가 미사 드릴 때,
거룩하시도다 중에
그리고 오늘 복음 중에
Hosanna라고 외칩니다.
무슨 뜻일까요?
본문 중에도 나옵니다.
댓글로 적어주시는 모든 분들은
성당에 오셔서 '성지가지'를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올해는 신자수만큼 많이 구할 수가 없어서
선착순! 20개 정도?
오늘 첫영성체반 교리에서도 강조해 가르쳤는데, 아이들이 답하기는 어렵겠고 옆에서 들으신 자모님들이 답해주실 것도 같은데요?
신부님 좋은 글들 늘 감사합니다.
호산나 = 우리를 구원하소서.
호산나! 저희를 구원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