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부산우체국 사랑나눔회 회장님의 결의에 찬 목소리와 만나다.
10월 남부산우체국 사랑나눔회 회장님과 만났다. 10월달 지역아동센터 친구들이랑 나들이 답사겸 연탄배달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동 수원지를 거닐었다.
연탄배달 지원사업은 남부산우체국의 가장 큰 자원봉사 활동 중의 하나이다. 작년에 활동을 맡았던 담당자의 퇴사로 자연스럽게 남부산우체국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은 나와 김미현 대리님이 준비를 시작했다.
2010년도 연탄배달에서는 연탄가게 사장님의 부재, 연탄지원가정 미확인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 예상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에 사랑나눔회 회장님은 올해는 정말 잘해야 한다며 결의를 다지셨다. 봉사자들이 그날 만큼은 힘들게 활동한 만큼 보람을 얻어갈 수 있어야 말했다. 회장님의 결의에 찬 목소리에 두 어깨에는 큰 짐이 올려졌다.
#2. 믿을 것은 두 다리 뿐.
11월에 합류한 김미현 대리님과 연탄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파악했다. 노인돌보미세대, 사례관리세대, 2010년 지원세대, 동사무소 추천세대, 도시락 밑반찬 세대 등 모든 자료를 취합했다. 우암1~2동을 확인하니 약 50~60세대가 정리되었다. 이중에서 연락처와 주소 등을 다시 확인하니 약 40세대가 정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직접 두 발로 확인을 하는 일. 11월초부터 김미현대리님과 직접 가정방문을 했다. 연탄이 실제로 필요한지 확인하고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았는지, 연탄을 놓을 자리와 배달 순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찾아다녔다. 연탄가게 사장님을 몇 번이고 찾아가서 배달 순서와 위치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복지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가정은 이사를 갔고 연탄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 가정들이 많았다. 우암시장 안의 미로와 같은 길을 몇 번을 다녀서야 배달 코스 감을 잡을 수 있었다.
#3. 섬세함과 편안함이 어우러진다면?
남부산우체국 사랑나눔회와 복지관은 1년 동안 정말 자주 만난다. 어르신들 무료식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그 활동에는 사랑나눔회 이장환 회장님이 계신다. 회장님은 활동을 하기 전에 미리 사전답사를 하고 물품을 구입할 때에는 함께 가서 구입을 한다.
처음 함께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하면서는 큰 부담이 되었다. 대부분 사회공헌활동을 하면 계획이나 준비를 복지관에 일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장님은 일일이 세부적인 것을 챙기신다. 그러면서 복지관에서 준비하기 힘들거나 행정상 어려움이 있으면 이는 간소하게 하자고 이야기 하신다. 실질적인 활동에 필요한 것 이외에는 될 수 있으면 간소화하거나 아예 없앤다. 함께 활동하면서 점점 이런 점이 복지관 실무자에게는 정말 편안하게 다가온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전에는 사랑나눔회 회장님께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면 이제는 내가 제안을 한다.
‘회장님, 이번에는 집수리 해 보는 것 어떨까요?’
그만큼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된 셈이다.
#4. 가을하늘과 땀방울들.
연탄배달 당일, 남구복지관 강당에는 녹색조끼를 입은 남부산우체국 직원들과 자녀들이 모였다. 아무 설명이 필요없었다. 늘상 해오던 일처럼 복장을 갖추고 선물을 하나씩 포장했다. 회장님의 간단한 인사말과 더불어 복지관을 나섰다.
오늘 직접 연탄배달을 나갈 가정은 총 23가정이었다. 남구복지관을 출발해서 우암1동 경로당, 석천아파트, 장고개를 지나 우암시장에 이르는 코스이다. 총 거리는 30분이면 갈 수 있지만 연탄 배달할 집은 골목 사이사이에 있어서 쉽지만은 않다.
첫 번째 가정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차가 들어갈 수 없고 사람 줄을 만들어서 연탄을 하나씩 옮겼다. 가을이 깊어지고 바람도 쌀쌀했지만 봉사자의 얼굴에는 이내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연탄가게 사장님께서 연탄배달할 집 근처에 미리 연탄을 쌓아 놓으셔서 다른 집으로 이동하자마자 바로 연탄을 옮겼다.
3가정을 배달하고 나서 잠시 휴식시간. 얼굴에는 햇빛에 그을린 것인지 연탄가루가 묻었고 봉사자들은 한숨을 돌렸다. 준비한 간식이 이내 동이 났다.
‘우리 일부러 힘들게 할려고 이 코스를 잡은거 아니에요?’
봉사자의 농에 이렇게 대답했다.
‘오늘 코스가 중급입니다. 상급코스를 하면 내년에 안하실 것 같아서요.’
가볍게 농을 주고 받고 다시 출발했다.
마의 석천아파트 근처 가정을 옮기고 나서 장고개를 지나 미로처럼 얽힌 우암시장내로 들어갔다. 한사람도 지나기 힘든 골목을 사람줄로 한 장씩 옮겼다. 정기적으로 해 오던 활동이어서 봉사자들끼리 호흡도 맞고 금새 연탄을 옮겼다. 몇 년간 해오던 노하우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점심 배꼽시계가 울리고 총 18세대에 연탄을 배달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가정에 연탄을 전해드렸다. 사전 준비작업과 연탄가게 사장님의 노련함, 봉사자들의 노련함이 더해져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한가득 담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암시장 근처에 식당에서 다함께 맛난 점심을 먹었다. 다들 활동에 보람을 느꼈다는 말에 나와 사랑나눔회 회장님, 김미현 대리님은 뿌듯했다. 남은 공기밥을 남김없이 훔쳤다.
#5. ‘아름다운 마무리’
‘아름다운 마무리’는 법정스님의 산문집이다. 그 제목처럼 연탄 나누기 마무리도 사랑나눔회와 함께 했다. 당일에 배달하지 못한 가정은 연탄쿠폰과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사랑나눔회 회장님, 총무님과 함께 가정방문을 했다. 그리고 연탄가게 사장님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연탄가게 사장님은 작년보다 수월하게 일을 했다 하시면서 다들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사장님은 연탄지원가정 중에서도 실제로 지원이 필요 없는데 지원되는 가정도 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2가정 정도는 필요없는데 지원이 되었다고 하시면서 다음에 할 때에는 명단을 가지고 오면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각 지역의 집배원들도 가정의 상황들을 잘 아니까 집배원들에게 추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다.
#6.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말이 되면 연탄을 지원하는 소식이 많이 들어온다. 동사무소, 복지관, 연탄은행, 각 단체 등. 연말 따뜻함을 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연탄은 따뜻함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물론 연탄이 필요한 곳에 전달되면 겨울철 따뜻함을 해결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 대부분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유가가 계속 올라 난방유를 넣지 못하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전기 장판으로 겨울을 나고 전기세는 누진세가 적용되서 기름값 못지 않은 전기료를 내야한다.
주거환경이 좋은 곳은 대부분 도시가스로 난방을 해결해서 난방비 부담이 적지만 남구복지관이 위치한 지역은 재개발지역으로 묶여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고 집도 고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겨울은 정말 이중으로 힘든 계절이다.
민간에서의 지원 뿐만 아니라 겨울철 난방걱정없이 지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댓글 사람줄로 이어진 연탄배달... 사진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네요... 고생많으셨어요
정말 사진으로 모든 것들이 다 전달됩니다....환경은 다르지만 줄줄이 이어서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과,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힘든 내색없이 웃으면서 봉사에 임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내년엔 꼭 저도 참여하겠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진과 글, 사람들 입니다..모두모두 사랑합니다..행복하세요~
이날 대리님, 사랑나눔회 회원분들, 회원조끼입고 같이 연탄 날랐던 조수진쌤 모두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엔 김상덕 선생님도 참여 하시겠다니 든든 해지네요~~~^^* 그럼 상급 코스로...ㅋㅋ?
내년에는 상급코스로 해야겠네요. 그럴러면 사랑나눔회 회장님께서 내년에 연임을 하셔야 할텐데...